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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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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를 (세탁기가 하는 거지만) 제때 돌리는 것도 힘들지만 탁,탁 털어 펴서 말리는 일은 좀 더 싫고, 말린 후 반듯하게 개서 옷장에 넣은 일은 더 싫다. 일 주일에 최소한 두 세번은 세탁기를 돌려야 하는 처지다 보니 매번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벗고 살 수도 없으니.. 십 수년을 되풀이해 오면서 '이게 왜이리 싫지..'늘 이런 마음이다.
깨끗한 빨래를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차곡차곡 개서 넣을 땐 어지러운 마음까지 정리되는 것 같다는 혹자의 말은 진심일리 없다고 생각되니..내가 이상한 건가? 아무래도 좋아지지 않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라 여기자.
하기 싫은 빨래를 매번 해야하는 햇수만큼 책 읽기와 함께 해 왔다.
다독, 정독..그런건 못하고 가만 있는 거 보단 나을거 같아서 손에 잡히는대로 읽는 편이다.
읽은 책의 느낌을 정리해서 적어두는 일은 만만찮은 내공을 필요로해서 정리와 거리가 먼 나는 역시 잘 되지 않는다. 분명 읽기 읽었는데 뭔 내용인지 생각 안나는 책이 반 정도고 나머지 반은 좋았거나 실망스러워서다.
서평을 써야하는 경우, 되도록 기분 안 좋은 날은 피해서 쓸려고 한다.
특히, 내 취향의 책이 아니거나 기대 이하의 책을 읽었을 때는 더더욱! 괜히 안좋은 기분을 책 내용과 결부해 이상하다, 아닌것 같다..이렇게 적기 때문이다. 평생 연필을 깎고 깎아 쓴 들 책을 낸 작가들의 한문장도 못 쫒아갈 걸 알지만... 맘에 안드는데 좋았다고 느낌을 적을 순없다. 빨래를 정리해 넣을 때 처럼, 왜 이렇게 싫지..할 뿐이다.
허접하다, 시간이 아까웠다..이렇게 적게되니 책을 쓴 작가에게도 미안하고 출판사에도 도리가 아닌 듯 해 완곡한 표현으로 훌륭한 내용이었으나 내가 읽기엔 좀 어려웠다..이렇게 적기도 하지만, 이런 경우엔 내용이 전문적이거나 심도있어 문외한이 접근치 못한 경외가 있어야 하는 것이니..기분이 나아지길 기다린다.
한겨레 문학상이 벌써 17회를 맞이했구나!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참 좋았다.
역대 수상작을 훑어 보니 5편 정도를 읽었다. 생각나는 건, 당혹스럽게도 박민규 뿐이다.
수상한 작품의 절반도 읽어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한겨레 문학상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내 취향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것 같다. 문학상 마다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작가를 발굴해야 하는 건 뜻깊은 일이다.
한 때 돌리는 채널마다 강호동이 나왔던 것처럼 문학상마다 김영하(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다^^)의 이름이 올라오게 된다면 한국문학의 앞날을 우려해야 하는거니까. 신선한 문장과 새로운 감각, 기존의 틀에 얽매지 않는 새로운 플롯들을 높이 사는 문학상이 많을 수록 우리나라 독서 인구도 늘어나고 장르의 고른 발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니. 시도가 새롭다고 좋은 작품은 아니듯 전통 방식에서 맴돌아도 감동을 주는 작품이 있다. 독자의 눈과 귀를(요샌 들려주는 오디오 북도 잘 판매된다고 한다.)붙잡을 수 있는 기본은 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내 허접한 책읽기의 기준이다.
<굿바이 동물원>의 느낌을 초등학교 때 담임선생님 도장에 적힌 말로 표현하자면 '노력을 요함'이다.
이 시대 실직자들의 애환을 눈물 한 스푼, 사랑 두 스푼, 감동 세 스푼의 달달한 다방 커피로 녹여 식지않은 상태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는 빛났다. 이 시대의 가장들은 죽지 않는다, 다만 동물원으로 사라져 갈 뿐이다.. 비장미도 좀 있다. 적자생존이 지배해야 할 세렝게티 동물원 안에서의 묘한 인간미와 동물원이여 굿바이를 외치며 자아를 찾아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현대인들의 로망까지, 좋다. 하물며 해피엔딩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
어디서 봤더라...동물의 탈을 쓴 체,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기시감에서 시작된 갸웃거림이 이야기의 집중도를 방해했는지 모르겠다. 삶의 모퉁이마다 맞닥뜨리는 지난하고 비루한 현실들을 무겁지 않게 터치하려는 의도는 무거움을 벗어던짐과 동시에 너무 가벼워져 희화화 되었고, 주변 사람들의 애절한 사연들이 너무 많이 길게 끼어드는 바람에 중구난방 핵심이 흩어져 버렸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울고 싶은 날 마늘을 까는 주인공 이야기지 함께 잘린 동료나 남파 간첩 아저씨 이야기가 아님에도 그들을 너무 배려했다. 가볍게 터치 해야할 사람들을 위해 너무 많이 울어 주었고, 12미터 철제 구조물의 엠파이트 스테이트 빌딩을 오르내리며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어쩐지 가슴뭉클 한 스푼이 부족하다. 매일 울고 싶은 날의 연속인 우리도 같이 울려주기엔 마늘만 까서는 부족하지 않나 싶다. 양파도 같이 까야 할 듯 싶다.
절절한 생활수기용 소설이 아니라 예시용 참고 소설 같아서 아쉬웠다.
왜이러지 오늘, 기분 안좋은 일이 있었나..ㅠㅠ
밥벌이의 지겨움과 위대함에 대한 주인공의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은 나와 비슷하다. 주인공 처럼 나도 열심히 살 작정이다.
다음엔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수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