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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첫날 전라남도 땅끝 마을에서 만나 할머니들의 '오매 징한 거, 절대로 못 간당께.' 하신 말씀을 뒤로 한 채 여행을 시작한 3월 2일 로 부터 49일 째 통일전망대에서 기쁨의 순간의 맞이한 기록들이 담긴 <바람의 딸, 우리땅에 서다> 두번째 이야기다.
첫번째 이야기가 문경에서 그쳤으니 이번 이야기는 문경에서 부터 이야기가 되겠다.
1권이 3월 한 달의 도보여행 기록이라면, 2권은 4월 한 달동안의 기록이다. 정확히는 4월 26일!
3월 2일 해남에서 시작한 여행이 4월 26일 통일 전망대에서 49일의 도보 국토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게 된다.
책 내용 중에 '여행이 만 권의 책만큼 값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온 가족들의 이야기를 예를 들어 여행의 의미와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이 내용은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기도 하는데, 우리 아이가 마침 이 단원을 배우고 있는 참이라 이 내용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아이도 책을 읽으며 책에서 본 내용이 그대로 실린 원본의 책을 읽으며 흐뭇하고 뿌듯해 했다.
'이 내용이 한비야씨의 여행기 내용중의 한 부분이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나는 또 왜그리 뿌듯하던지..^^
'여행이 만 권의 책만큼 값진 것'이라는 말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한다.
여행을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떠나는 걸 좋아하고 이왕이면 아이도 되도록 많은 곳을 데리고 다니며 보여주자는 마음인지라 같이 다닐 때가 많은데, 같이 떠나있을 때는 잘몰랐던 느낌들을 다녀와서 되새기며 회상하는 말들에서 아이의 시야가 넓어지고 생각의 깊이가 달라져 있는 걸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중국의 교외의 넓은 땅과 도심안의 높은 빌딩들을 보면서 땅이 넓은데도 높은 빌딩이 필요한 이유와 넓은 땅만큼이나 소수민족을 위한 이해와 소통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얘기 했었다.
교과서를 통해 배웠다면 분명 지루해 하고 억지로 외우면서 이해했을 문제들을 스스로 이야기의 주제로 삼으며 깨쳤다는 것에 대해 여행이 만 권의 책 만큼이나 값지다는 말 외에 설명할 말이 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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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 시작된 여행코스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이다.
1권과 마찬가지로 지역의 특성과 구간구간마다의 여정이 얼핏 보이는 재미있는 지도다.
제천까지의 여행은 꽃이 피고 상쾌한 시간이었지만, 평창을 지나면서는 날씨가 더워졌구나..홍천에 개나리가 이제 핀 걸 보니 북쪽으로 올라간게 틀림없군...눈으로 유추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러 동네를 거치면서 흐뭇하고 따뜻함이 살아있는 정 많은 곳도 있지만, 생각없이 쓰레기를 버리고도 아무런 양심의 꺼리낌없이 큰소리를 치는 부도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든가, 혼자 여행하는 여자에게 추근대는 치한이야기, 불친절한 여관방 주인아저씨 이야기를 읽을 땐 부럽기만 하던 여행이 그리 만만히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비야씨가 겪은 일들을 읽는 동안 같이 웃고, 마음 아파하고, 속상해 하다보니 국토종단여행..정말 한 번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불끈불끈 솟았다.
이렇게 긴 시간을 걷는 게 아니더라도 어느 짧은 코스만 정해 놓고 사흘만 걸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만약, 엄마 도보 여행을 떠난다면 같이 갈 마음이 있냐고 아이에게 물었더니 한비야씨의 재밌게 쓴 책 덕분인지 망설이지도 않고 '좋아!"라고 흔쾌히 말한다.
그 대답이 벌써 백만 대군을 얻은 듯 등에 배낭이 짊어져 있 듯 마음부터 설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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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세 바퀴 반을 돌고도 모자라 중국에 이어 제주도, 국토종단까지 한 한비야씨으 발이다. 주인을 잘 못 만나 혹사 당하는 발을 위해 신발을 사거나 로션을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여간해서 탈이 나지 않는 한비야씨의 발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표현하면서 사진작가가 발을 모델로 사진 전시회를 열었다면서 출세한 발이라는 자랑과 제 발로 제 힘으로 땀흘려 무엇인가를 일궈 냈을 때 저 밑바닥에서 솟아오르는 행복감에 대해 이야기 할 땐 내 발이 부끄러워졌다.
짧은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고 한 발 한 발 디디며 발바닥에서 전해오는 뿌듯함을 느껴 본 지가 언제적 일이었나..싶은 생각에!
이러면서 도보여행에 대한 환상과 꿈을 깨고 있지 않다니...부끄럽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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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에 배려한 한비야씨의 도보여행 베스트 코스와 잘 걷는 법, 다리에 쌓인 피로 풀기, 잘 먹는 법의 소개는 도보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팁이고 정보이다.
지구를 세 바퀴 반이나 발로 걸어서 돈 사람이 가르쳐 주는 정보니 알짜배개 정보가 틀림없다.
찬찬히 읽은 다음 메모해 둘 것은 줄을 그어 두었다.^^
꿈을 향해서 매일매일 한 걸음씩! 걷는다는 말은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 움직인다는 뜻도 있겠으나 꿈을 향해 매일매일 노력하라는 중의적인 표현이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없듯이 무엇이든 첫 발 , 첫 걸음이 중요하다는 걸 한비야씨의 책을 통해 또 배운다.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우리 국토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움을 느낀 것도 좋았지만 끊임없이 도전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그녀의 정신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이 더 좋았다.
아이와 함께 같이 이 땅을 걸어보고 우리의 발자취가 담긴 일기를 적을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고 또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