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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부지 아빠 - 제9회 푸른문학상 동화집 ㅣ 미래의 고전 26
하은유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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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이들 전용물이 아님을 나이가 들수록 더 새롭게 깨닫게 된다.
어른이 되는 동안 시시하고 뻔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동화를 너무 많이 봐 온 탓에 안봐도 비디오, 듣고 말고 할것도 없는 오디오처럼 치부해 버리는 동안, 동화의 수준은 지구 너머 은하계까지 진출할 정도의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요즘에서야 깨닫게 된다.
어려움 극복한 뒤에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거나 나쁜놈은 벌 받고 착한 사람은 복받는다는 이야기는 아이들도 이제 읽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류는 유아기나 유치원에서 끝내야 정상적인 동화 입문 코스의 흐름을 따라 갈 수 있구나 여겨질 만큼 수준도 높고 재미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반가운건 나쁜놈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만도 아니고 착한 놈이라고 착하게만 보인다는것도 아닌 게 요즘 동화의 추세다.
나쁜 놈 이면에는 그럴수밖에 없는 나름이 이유가 다 있고, 착한 놈은 착해서 좋은 게 아니라 답답하고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찌질이 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이다.
못되기만 한 놀부도 당하기만 하는 흥부도 사라진 요즘 동화, 어쨋기나 읽는 재미가 쏠쏠해 머리아픈 어른 책 읽는 것 보다 가슴 찡해 질 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기쁘다!^^
<나의 철부지 아빠>는 제 9회 푸른문학상을 받은 동화집이다.
자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8편의 동화가 실렸다.
<환승입니다>의 환승이는 이름때문에 놀림을 받지만 또 이 이름으로 인하여 실직에 처해있는 아빠에게 새로운 삶을 '환승'해 갈아 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도 하는 얘기다.
<마법을 부르는 마술>은 방과후 같은 마술 반에서 마술을 배우는 효성이와 성영이의 이야기다. 마술을 잘하는 성영이를 은근히 질투하고 견제하는 효성이가 성영이 엄마가 암 투병한다는 사실을 알고 효성이를 골탕 먹일 생각을 바꾼다는 미소가 번지는 얘기다.
<내 얼룩이>는 친구없이 지내는 나 '깜시'에게 찾아 온 떠돌이 개 얼룩이와의 애틋한 마음을 그린 얘기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읽히는 이름대신 깜시라 불리는 나에게 둘 도없는 친구가 되는 얼룩이를 친구에게 왕따 당하지 않기 위해 돌팔매질을 해 죽게 된 얼룩이 앞에서 잘못을 뉘우치는 대목에서 가슴이 짠~해 잠시 책을 덮었었다.
<너 그 얘기 들었니?>는 근거없는 소문으로 인해 괴로워하는 하은이와 재미로 남의 말을 함부로 옮기는 주변아이들을 통해 소위 말하는 '카더라'통신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사람을 해칠 수있는 무서운 것인가를 간접적으로 일러주는 내용이었다.
<공짜 뷔페>는 소외계층 형제의 생활을 담담히 보여주었다. 공짜 부페를 먹을 수있다는 희망으로 축의금 봉투에 1000원을 넣고 진심으린 축하의 편지를 쓰는 아이들의 모습을 읽으며 정말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었지만, 내가 보지 않으려 해서 모를 뿐 어딘가에 분명 비슷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이 있으리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마법가면>은 힘없이 동네 형 성민이에게 당하기만하는 지웅이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마법 가면을 우연히 얻게 되 성민이의 잘못을 일러주고 앙갚음을 해 줄려고 했지만 성민이도 알고 보니 다른 형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안다. 성민이 와 함께 가면의 힘을 빌어 용기를 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겠다고 불량스런 형한테 말하고 위기를 넘기지만 알고 보니 가면의 힘이 아니라 내면의 용기가 힘을 준 것이었다느 흐뭇한 얘기다.
<오늘은>은 입양가족 얘기다. 먼저 입양 온 다정이와 새로 입양 된 동주가 서로의 처지를 터 놓으면서 더 따뜻한 가족의 일원으로 뭉쳐진다는 훈훈한 얘기.
<나의 철부지 아빠>는 입장이 바뀐 듯한 아들과 아빠의 생활이지만 알고 보니 철부지 아빠도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생각이 깊은 아빠였다는 걸 깨닫게 되는 우울할 수 있는 상황들을 밝게 그린 명랑한 동화다.
단편들이어서 깊고 오밀조밀하게 엮이는 심리적 갈등과 사건들이 많이 담지는 않았지만 짧은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간과했거나 미처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세상이 잘 나타나 있어 (분명 어른들이 쓴 동화지만) 아이들의 내면을 훑어보고 공감하는데 좋은 시간이었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순수하지않고 무서워 졌다는 얘기도 많이 하지만, 아이들은 자라지도 않고 생각의 폭도 좁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들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만들어 낸 오해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의 생각은 다채롭고 어른이 생각치 못한 부분을 앞서 생각하며 날마다 자라고 있다는 걸 염두에 두면 이 책에 나오느 많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책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있고 내 아이의 이야기 일 수도 있구나..하는게 금방 느껴진다.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가지고 있는 배경이 정상적인 가정이라기 보다는 편부나 편모 어렵거나 위기에 처해 있는 가정의 이야기가 많아서 최근 우리나라의 가정의 모습들이 투영되어 있는 걸 보는 것 같아 마음의 무거웠다.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길 바라지만, 모든 아이들이 똑 같지 않 듯 우리가 직면한 상황들도 다 다르니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으리라는 위로를 해 본다.
동화를 쓰는 작가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무작정 아이들의 마음만으로 적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관찰자의 눈으로 적는 것도 아닐진데 이렇게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나게 적을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게 무엇이든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다독이고 감추어진 어두운 마음을 끄집어 내어 "이 한 권의 책으로 인해 내가 위로 받고 달라 질 수 있었다!"는 희망과 용기를 전해 받을 수있는 글을 써 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