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블랙버드
이사카 고타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사카 코타로!!

(내 판단에) 골든 슬럼버로 한국 독자층의 지지를 받고, 이 후 출간하는 책마다 매니아층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일본 작가 좀 알고 일본 소설 좀 읽는다는 사람치고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의 <골든 슬럼버>가 영화로도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개봉된 바 있으니 그의 한국에서의 입지가 더 넓어지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도 입소문의 영향으로 '그렇게 재밌어? 아니기만 해 봐라!'싶은 마음으로 읽은 '골든 슬럼버'였었다.

강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스릴러는 아니었지만, 무엇보다 사람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소소한 일상을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잘 터지해 내는 디테일과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소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감성들을 양각해내는 시니컬하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문체가 마음에 와 닿았던 책이었다.

물론, 재미도 있었고!!^^

 

그래서 나도 이사카 코타로 매니아층에 합류를 하게 됐다...라고 쓰고 싶지만, 그러진 못했다.

내 옆엔 어서 읽어 주기를 기다리는 미뤄 둔 책이 너무 많았고, 또 이사카 코타로의 다음 작품으로 무슨 책을 읽어야 할까..아무도 일러 주지 않아서라는 변명이 기다리고 있었으므로.ㅎㅎ

 

아무튼, 나는 다시 이사카 코타로와 만났다.

이름도 멋진<바이바이, 블랙버드>!!

 

소심하고 찌질해 보이기조차 한 호시노가 키 180센티미터에 180킬로가 넘는 마유미와  동행하면서 만나 온 다섯명의 애인과 이별을 하는 과정이다.  어쩌다 보니 마음에 맞는 애인이 5명이나 생겼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돈 문제 휘말려 문제의 '그 버스'를 타야 해서 어쩔수 없이 이별해야만 하는 입장이다. 과거의 애인들을 만날 때마다, 거구의' 마유미와 결혼을 하기 위해서'가 이유가 되지만 백프로 믿는 애인도 없고 그렇다고 죽어도 못 헤어지겠다는 애인도 없다. (마유미의 눈빛과 몸집, 행동들을 그려본다면 그럴만도 하지만..사랑이란게 그리 쉬운거였나..싶어 약간 씁쓸--;;)

그러는 과정에서 호시노는 거구의 마유미에게 빌고 수그리고 읍소해가며 옛 애인들에게 마지막 선물과 특별한 이벤트, 곤란한 상황해결등 나름대로 애를 쓰는 모습에서 하하..웃으면서, 이런게 이사카 코타로의 매력이구나를 느꼈다.

 

"불합리한 이별이지만, 억지로 웃고 바이바이,라고 말해버리는, 그러한 이야기가 쓰고 싶었습니다."라고 책 표지에 밝혔는데

이렇듯 실타래 헝클리듯 헝클린 상황과 많은 애인들의 관계를 심각하지도 침울하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은 터치로 불합리한 상황을 깔끔히 정리해 내는 문체는 그가 하고자 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그 버스'를 타고 떠난 호시노가 어떻게 되었을지가 무척 궁금하기도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걱정이 안된다.

180센티미터의 키도 180킬의 몸을 가지고 있지도 않지만, 대책이 있을 때까지 빌고 무조건 읍소하는 그의 문제해결 방법을 볼 때, 소상처에 소금 뿌리는 고통을 즐기는 마유미 보다는 훨씬 설득력있게 문제를 헤쳐나올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 생긴다. 

 

이 이야기는 일본의 전설적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굿바이의 속편을 써달라는 편집자의 기획에 오랜 고집을 걲고 집필한 책이라는 내용을 읽고, 다지이 오사무의 [굿바이]는 어떤식의 이별을 건너가는 책일까?로 궁금증이 솔솔~ 번진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읽어보리라..다짐해 보지만, 기회가 언제 올지...ㅠㅠ (여전히 지금 내 곁엔 읽지 않고 미뤄 둔 책이 쌓여있고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여렬히 권하는 지인이 없기때문이라는 궁색한 변명이 널부러져 있기에..ㅎ)

 

몇 편 안되는 책 만을 읽은, 아직은 명함도 못 내미는 이시카 코타로 주변을 기웃거리는 독자지만, (내가 읽은) 그의 책에서 명치 끝을 치고 나오는 아픔을 기대한다거나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을 본 건 아니었다.

그러나, 심심하고 밋밋할 수 있는 일상이 '어, 좀 그림되는데..' '나도 그런 마음이었어..'하며 갑자기 마음을 확 열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바이바이, 블랙버드는 유명한 재즈곡으로 마일 수데이븟의 트럼펫 연주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지난번 골든 슬럼버도 비틀즈의 노래였는데...

이사카 코타로가 쓴 책제목이 다 노래제목??  중국사람 빤스를 입은 모냥,  의심 증후군 또 나왔다.

 

그나저나, 호시노여,'그 버스'에서 제발 살아돌아오기를...

즉,

다자이 오사무의 내용이 차용된 바이바이, 블랙버드가 아닌 바이바이, 블랙버드의 맥락을 온전히 이어받은 속편을 기대한다는 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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