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고마워 - 동물과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 이야기
신정민(신지민) 외 지음, 최정인 외 그림 / 파란자전거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애완동물이라고 불리기 보다는 사람과 함께 생을 살아간다는 반려동물로 불리기 시작한 동물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반려동물로 함께 살아가는 동물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유기되는 동물의 숫자도 늘어나 유기견이나 길고양이들이 가끔 사회적인 조명을 받기도 하는 상황이고보면 사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한 존재임에는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말, 어릴적 가끔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마당에서 묶여있는 "도꾸'나 '메리'.'쫑'같은 강아지들을 보면서 그 정확한 의미는 모르지만 주는 밥 먹고 마냥 놀 수 있는 강아지들이 부럽기도 한 게 사실이었다. (그땐 묶여있어야 만하는 박탈된 자유의 소중함이라든가 그들 인생 마지막이 어떻게 되리라는 비인간적인 상황을 아직 몰랐다. 그리고, 무슨이유로  그때 당시의 개 이름은 모두 '도꾸'이거나'메리'였는지!!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습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내가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속되게 들리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게 된것은 최근의 일이다. 언젠지 모르게 집집마다 애완견 한 마리씩 두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애완견에게 쏟아붓는 정성이 자식에게 쏟는 정성과 다를게 없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면서 '옛 말 그른거 없다더니...'하는 비유가 적절하지 않지만, 그 말밖에 떠오르지 않아 혼자 맘속으로 되뇌이곤 했다. 먹는 거 입는 거 환경과 맘 씀씀이까지..정말 애완동물을 넘어서 내 생을 같이 나눌 반려동물로 생각하는 거 맞구나..확인을 하게 됐다.  

 

어릴때 너른 마당임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개를 싫어해서) 똥개도 키워 본 기억이 거의 없고(딱 한번 있었다) 결혼을 해서도 아이들이 원하고 원함에도 동물을 키운다는 게(엄마의 영향인지) 영 내키지가 않았다. 

이런 내가 반려동물 그들도 목숨이 있는 한 존중 받아야 할 생명체고 보호받고 관심을 가지고 돌보아야 한다는 당연한 말들을 아무 감동없이 이렇다 저렇다 논할 자격도 입장도 못된다.

하지만, 동물들 그들도 살아있는 이상은 잘 살아가야 하고 그들의 안락한 터전에서 방해받지 않고 생존해 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심심찮게 볼 수있는 로드킬 당해 널부러진 동물들의 주검들을 볼 때마다 안된고 불쌍한 마음이지만, 정작 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 본 적이 없으니..시간이 조금 지나면 곧 잊게 된다.

무정함도 아니고 비정함도 아닌..그저 관심이 없어서 그런다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3가지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이 책은 반려동물과 얽힌 어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다.

 



수의사가 된 보은이의 동물병원에 거품을 물고 눈의 촛점을 잃은 강아지를 애처롭게 여긴 할머니가 강아지를 치료하러 오면서 시작된 <내동생>은 보은이가 어렸을 적 키웠던 강아지 '보리'의 기억을 되살려준다. 동생이 없던 보은이에게 강아지가 생기면서 같이 웃고 같이 자고 같이 얘기를 나누었던 시간들에서 보은이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건과 보은이를 찾아 나선 보리의 마지막 운명까지.. 가슴 짠해지는 이야기다.

보은이가 보리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보리가 단순한 강아지가 아닌 보은이가 상상하고 꿈꾸는 세상의 모든 곳에 함께 존재했었던 친구였고, 보살펴 줄 수있는 동생이었고, 든든한 후원자였음을 금방 눈치챌 수있다.  그리고, 왜 보은이가 수의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었는지도 어렴풋이 짐작이 되면서 애완의 범위가 아닌 반려의 범위 안으로 성큼 들어서는 묵직한 존재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그런 기억이 없는 나로선 부럽기도 하고 정말 그럴까..싶은 궁금함이 생기지만, 보은이의 어릴적 받은 깊은 상처가 다시 나타난 보리로 인해 치유되고 그들의 치료하는 동안 다 보상받기를 바란다.



두번째 이야기,코양이 키스!!

길고양이(내가 어렸을 땐 들고양이라고 불렀는데..^^;)를 돌보는 아가씨 혜원이와 독불장군 아빠의 이야기다.

아빠를 무척 따랐고 혜원이도 좋아했던 강아지'메리'(여기도 보란듯이 강아지 이름은 메리다..^^ 옛날엔 강아지 이름의 80%는 정말로 메리거나 도꾸였다.)가 보신탕 집 개장수한테 팔아버린 아픈기억에 시작되어 혼자서 밤마다 동네를 다니며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나눠주고 고양이들이 죽지 않게 중성화 수술을 시키면서 치료도 하는 착한 아가씨다. 그러는 중에 독불장군 아버지가 잠깐 헤원이네 집에 오면서 고양이를 돌보는 혜원이를 이해 못해 갈등이 깊어지다가 공양이를 통해 조금씩 이해하고 마음의 벽을 허물어 가는 얘기다. 나중에 나오는 고양이 키스방법은 정말 유효한지 효과가 있는지 아무 고양이나 만나면 꼭 실험해 봐야겠다고 생각되어지는 새롭고도 신기한 내용이었다.



마지막 <고마워, 미안해>다!

반려견 '라나'와 아들을 잃은 슬픔을 반려견을 통해 치유해 온 할아버지와의 우정을 그린 얘기.

마음이 아렸다가 따뜻해 지기를 반복해, 정말 고마워하고 미안해 지는 마음이 교차됨을 느꼈다.

강아지 '라나'의 목소리로 들려주었다가, 할아버지의 독백으로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가족들간의 오해와 이해가 어떻게 풀려가는지 그러는 중에 반려동물의 역할이 어떤것인지를 잘 돋우어 그려냈다. 누구나 한 번 쯤 해 보았을 ... 밑에 깔린 그림이 무엇인지 처음에는 모르지만 손놀림이 늘어갈 수록 서서히 그 실체를 드러내는 프로타주같은 느낌의 동화였다.

늦게나마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 린이 엄마와 다시 할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집에서 살 수 있게 된 라나의 모습은  뭔가..정말이지  영화같다. ^^ 다시 생긴 가족들과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해 마음까지 순수하게 되돌려놓는 착한 동화다.

 

이 얘기가 영화로 나왔다는 소식을 얼마전에 들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 지난번 개봉되었던 반려동물 영화<마음이>이가 자주  오버랩되었는데, 이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니 사뭇 궁금해진다. 누가 배역을 맡았을지 이야기의 흐름은 같은지, 라나역을 맡은 개의 연기는 어떨지..내가 궁금해서 얘기를 하니 아이도 정말? 정말? 하며 덩달아 궁금해 한다.

보러가야겠다!!  우리동네 변두리 극장에도 개봉을 해야 할텐데...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지 않지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하고 앞으로 반려 동물과 함께 하고픈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끄덕거림이 깊어질 책이다.

아이들로 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과 생명의 소중함도 같이 느끼게 해 줄 따뜻하고 훈훈한 책이다.

 

그나저나, 이 책 읽고 우리도 반려동물 키우면 안되냐는 질긴 요청이 다시 쇄도하고 있어  난감한 상황이 도래했다는 말로 서평을 맺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