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선재 스님 사찰음식 시리즈 1
선재 지음 / 불광출판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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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탓(..이라 하고 싶진 않지만, 나이탓이랄수 밖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지라) 인지 입맛도 변함을 느낀다.

달고 차고 맵고 신것들을 좋아했었는데, 이젠 쓴맛이 입맛을 더 당기게 하는 걸 알겠고, 따뜻하고 슴슴하고 자극성이 없는 음식들이
좋아진다.

라면 보다는 나물이 좋아지고, 빵 보다는 밥이 훨씬 맛있다는 걸 안다.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에 빨리 질리게 되고 기름기가 있는 음식은 손이 더디게 가게되니...슬프지만, 이걸 나이탓으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최근 몇년 사이에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 입맛은 이제 자연주의에 가까워져, 누가 고깃집 가자는 것 보다 된장국 끓여 놨으니
와서 먹으러 오는 소리가 더 반갑고 외식하자는 아이들 말에는 시큰둥해 하고  집밥이 훨씬 더 맛있다는 남편 말이 나를 고생시키려 하는 말도
아니고 듣기 좋은 거짓말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종교를 떠나서 사찰을 지나가게 되면 공양시간이 언제인가를 유심히 보게된다.

혹시나, 공양시간이 딱 맞아서 운좋게 슴슴하고 깔끔한 산채 비빔밥을 대접 받을 수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솔직한 이유다.^^

그러다 정말 운좋게 공양시간이 맞아 한 그릇 대접 받을 때면, 긴 줄 후미에 서서 보낸 시간의 기다림을 상쇄시키고도 남을 그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한다는 말이 무슨말인지 온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 맛을 알면..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고 줄이 길다고
포기하고 돌아서는 건, 손오공이 부처님 손바닥 벗어나는 것 만큼 힘든일 이라는 걸 알게 된다. ^^


선재 스님의 이야기로 버무린 사찰음식!!

사찰 음식의 대가로 이미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선재스님이 11년 만에 출간한 책이다.

경전을 바탕으로 한 음식 철학, 음식을 통해 세상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 질병도 음식으로 치유한 사례,음식으로 건강과
행복을 보여주는 선재스님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담은 음식얘기가 담긴 경전 같기도 하고 경전처럼 읽히는 요리책 같기도 한 맛있으면서도 마음까지
일깨워주는 책이다.




자연이 준 식재료에 감사하고 불성을 살려 요리를 하고 이 음식이 내게 온 인연에 감사하며
먹을 때 음식은 가장 좋은 약이 된다.




책 속에 깃든 모든 의미가 이 한 줄에 나타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경화로 1년을 장담하기 힘들다는 진료를 받고 자연식을 통해 간  기능을 회복시킨 스님의 체험을 바탕으로 음식을 조리할 때의 마음가짐,
요리에 임하는 자세, 먹는 것도 수행이고 음식으로 사람을 살리고 생명을 존종하는 가치관으로 부처님의 뜻을 전할 수 있다는 철학이 담겨있다.




별도로 마련된 레시피북에 올라 온 사찰음식들이 입맛을 돋우게 한다면 본 책에 올려진 사찰의 풍경은 시선을 뺏겨 나도 스님이 계신 그 절에서
하룻밤 유하고 싶어진다. 음식의 담백함 만큼이나 아름다운 풍경이다. 




만성 간염과 간경화에는 엄마누순 밀전병무침, 만성 간염과 간경에는 엄나무순전, 위장과 신장에 좋은 양배추김치, 부인병과 간질환에 좋은
쑥애탕, 면역력을 키워주는 연잎밥, 어혈을 풀어주는 연근초절이, 심장병에 좋은 연근찜,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에방해 주는 표고버섯냉면....우리가
어디에 좋은지도 모른체 무심코 먹었던 음식들도 있지만 이 음식들이 제대로 우리몸에서 제 역할을 다 해 내려면 어떻게 조리해야 하는지도 상세히
가르쳐준다.



어려운 요리법도 아니고 특별한 조미료를 쓴 것도 아닌데 보는것만으로도 어떤 맛일지 알 듯 싶고 몸이 막 좋아질 것같은 위약효과마저 느꼈다면
우물에서 숭늉찾는 걸까?

의사가 아니라 치료를 해 줄 수는 없지만 사찰음식을 통해 마음을 맑히고, 몸속의 독소를 배출하여 병고를 녹여내는 방법을 일러 줄 수있다는
선재스님.

스님에게 음식은 단순히 먹고 배부른 양식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약이자 치료제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약재로 변하게 하는 힘이
있다.  





선재스님이 보여주고 일러준 방법들은 어느새 내 집 밥상을 변화시키고 인스턴트와 즉석식품에 물들었던 입맛을 자연으로 되돌려 주었다.

밥이 곧 보약이라는 말,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 손으로 하는 음식이 내 가족의 생명을 살리고 마음까지 맑게 정화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으니 일거양득!!

불자도 아니고 부처님의 가르침도 알지 못하지만 경전만큼이나 경건하게 쓰여진 책을 보면서 음식을 통해 사람을 살리고 사람을 사랑하고 사람을
위해 이 책을 썼다는 것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숨찬 등산길에 운 좋게 대접 받았던 담백한 사찰음식을 내 식탁으로 데려와 흉내라도 내 볼 수있게 된 것도 나에겐 아주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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