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문단에서 백석이 차지하는 비중?

수소 두 개에 산소 하나로 이루어진 물, 화학공식도 아니고  딱 떨어지는 답이 있을리 없다.

월북작가  -고향이 평안도 정주였던 그가 고향을 선택한 것이 월북이라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라는 이유로 80년대 말까진 그의 작품을 논하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되어 있었기에 문단에서 드러내 놓고 그를 평하기가 어려웠었다. 80년대 말 백석의 작품이 해금되고 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활발해 질 무렵, 공교육에서 떠나고 문학에도 그리 관심이 높지 않았던 나같은 사람은 '백석'이란 이름을 들어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낭중지추?

이런 표현이 어울리려나..써 놓고도 갸우뚱거려 지지만^^;;, 일제시대 이상과 쌍벽을 이룬 천재 시인답게 그의 이름은 문학에 문외한 나같은 사람의 귀에까지 들리게되고  작품에 대한 좋은 평가로 어떤 글이길레..하며 호기심으로 들춰보게 되었다.

 

요즘처럼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자주 인용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의 마지막 삶을 예견한 듯 싶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그의 생을 통찰한 듯한 <힌 바람벽이 있어>..등 민족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흐르면서도 개인적이고 사소한 얘기들로 읽는 이의 마음을 두 겹 세 겹 다른 파장과 높낮이 다른 음색으로 퍼지는 맥놀이 현상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래서 백석, 백석..하는구나!

백석의 시가 좋아졌음은 물론이고 백석이라는 시인에 관해서도 찾아 읽어 볼 정도가 되었다.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백석평전!

백석을 (나보다 훨씬 더) 좋아한 화가 김영진이 쓴 평전이다.

5부로 나누어 1부- 백석 평전을 위한 서정적 서설, 2부- 화가가 쓴 시인 백석 평전,3부 - 백석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 4부- 백석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5부- 백석이 사랑한 세계로 나누어 저자가 백석에 대해 연구한 내용과 자신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암으로 죽음을 앞두었지만 백석의 시를 만나 건강도 기적적으로 회복하고 시에서 영감을 얻어 (오른손은 자신이 망치로 손을 내리쳐 그릴 수없게 되었고) 왼손으로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되었다는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평전을 시작한다.

그가 얼마나 백석의 시를 사랑하고 백석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으며 백석이 저자에게 주는 힘이 얼마만큼 큰 것인지는 글을 읽는 내내 느낄 수있었다.

무언가에 영감을 얻어 그 영감으로 새 삶을 살 수있고 새 생명마저 되찾은 경험이 있는 사람만이 쓸 수있는 글이구나..생각했다. 문학과는 다른 미술의 길을 걷는 사람이 수많은 문헌을 참고하고 개인적인 경험을 보태어 애정과 열정으로 쓴 평전이라는 걸 금방 느낄 수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자가 쓴 백석의 평전은 '객관적인 평전'이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견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게 미술도 문학도 문외한인 평범한 독자가 느낀 생각이다.

우리도 익히 아는 수많은 대중가요의 대부분 가사들은 백석 시의 영향을 받았고,화가 이중섭,박수근, 장욱진, 김환기의 그림에도 백석의 시에서 연유를 찾을 수있으며 김기림, 노천명, 윤동주, 신경림 같은 시인들도 백석의 영향을 받은 시를 썼다는 주장이다.

특히 대중가요 가사 부분에서 저자는 가수 배호의 노래를 작사, 작곡한 아버지로 부터 들은 백석에 관한 이야기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고 있는데 이를테면,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는 백석의 시 <통영2>에서 그 가사를 따 왔는 것이다.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오'와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계절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를 (P.136~137) 예를 든다.

 

어떤가? 그럴듯 한가?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보다 이런 모티브 쯤은 백석의 시 뿐 아니라 백석아닌 다른 시인들의 백 편의 시에서도 뽑을 수있겠는 걸..하는 생각이 나는 들었는데...

그리고,

백석 외모에 담긴 상징이라든가 백석을 사랑한 자야가 길상사의 법정 스님에게 시주한 사연은 백석을 지나치게 사랑한 저자의 애정 넘치는 시선이라 할 수 밖에 없는 억지도 약간 보인다. 

 

물론,

그가 평한 내용들이 틀렸다고 아니라고 반박할 만한 아무런 자료도 갖고 있지 않지만, 객관적인 평가를 넘어선 주관적인 생각들을 사실인양 받아들이기엔 검증된 자료와 지금까지 밝혀진 일반화된 사실들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평전으로 말미암아 백석의 숨겨진 면들이 새로이 조명되는 계기가 되어 또 다른 백석을 연구하는 평전에 영향을 주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애정이 담긴 백석평전은 백석을 백석 이상으로 보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내가 생각해오던 백석보다 훨씬 더 멋있는 백석을 만날 수 있었고 그의 시어들을 꼼꼼히 씹으며 읽게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저자의 그림과 함께 읽는 백석의 시들은 훨씬 풍요로웠고 느낌이 유연했음은 두말 할 것도 없고.

 

끓어오르는 애정을 조금만 다독여 백석의 시와 저자의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더 따뜻하고 가까이 다가오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머슴살이 삼 년에 주인 이름도 모르는 소리, 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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