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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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와 딸 

내겐 열일곱 살 딸이 있다.
훌쩍 자란 키와 시큰둥한 말투, 무엇에나 시니컬.
대화가 안 될 때가 많다.
연예인 이름을 꿸 때, 알아 들을 수 없는 최신가요를 부를 때, 지금 중요히 생각해야 한는게 무엇인가를 논할 때. 
놀랄때도 있다. 
목욕탕에서 앞, 뒤태를 슬쩍 훑어볼 때, 켜 둔 딸의 홈피를 도둑처럼 훔쳐볼 때,  꾸깃꾸깃 숨겨 둔 성적표를 간신히 찾아냈을  때.
그럴때 마다 심호흡을 하곤,
너는 분명 나로부터 시작되었건만 어느 사이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로 갔구나..싶어져 내가 먹이고 주물러 키운 뼈들을 확인해 보곤 한다.
’왜이래? 변태야?’
딸에게 나는 변태성향이 있는 스토커적 감시자이자 버럭과 발끈으로 점철된 교육관을 가진 못말리는 엄마다.
그래도, 
나는 가끔 하교길 교문앞에서 기다렸다가 통 크(?)게 떡볶이를 쏘기도 하고, 아빠 몰래 성인 나이트클럽도 델꼬가는 쿨 한 엄마다.
그리고, 
운동장에 모인 수백 명의 아이들 중에 딸을 단 번에 찾아 낼 수있는 소머즈의 시력을 가진 초능력(?)자 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은 자기가 살고있는 세계로의 문을 닫고 한 번도 나를 초대한 적이 없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너무나 모호해서 성 안으로들어가는 길을 도무지 찾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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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신민아씨와 연우 

신민아씨 표 애정표현과 교육방법은 슬그머니 흉내를 내고 싶을 만큼 쿨하고 왈칵 사랑스럽다. 
명랑하고 습기없이 쾌적하다.
고독은 학교 숙제처럼 혼자 견디고 슬픔은 함께 견디는 것(P19), 눈물은 방귀와 돈과 마찬가지로 숨기는 물건이다.(p13)
쉽고 이해가 빠르게되는 말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건, 임기응변과 조삼모사로 살아 온 나는 흉내낼 수없는 내공이 축척되어 있는 엄마만이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연우와 신민아씨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것도 자신감이라고 믿는 약간 철없고 엉뚱해서 귀여운 엄마를 보살(?)피고, 고립에서 보호 받을 수있는 울타리가 되어주는 엄마에게 보호받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일 수있는 걸까?
일방적인 사랑, 이거 사람을 엄청 피곤하게 한 다는거 아시죠?  신민아씨와 연우, 한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시스템과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 공동체에 끼일 수 없었기 때문에 관계가 더 돈독해진 모자가 된 걸까? 
우울을 포장해 감성을 건드려 한 표 얻으려는 불편이 느껴지지않는 신민아씨와 약한 상대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후진 세상을 무시하는 미스터 심드렁 연우를 나는 질투 섞인 눈으로 보며 내심 부러워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으면 그 사람을 겁내게 돼. 나에 대한 무슨 권력 같은 게 그 사람한테 생기는 거야. 말이 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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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딸과 친구

싸이 속의 딸은 낯설다.
뽀샵으로 처리한 얼굴도 가부끼인형처럼 이물스럽지만,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아이였나? 싶게 과장되어 있다.
(물론, 내게 보여주는 시니컬한 말투와 시큰둥한 얼굴이 진짜 과장이라고  생각하지만..)
분명입고 나간 교복은 저렇지 않았는데, 싸이 속의 교복은 무릎위를 훨씬 올라가 있고 눈은 써클렌즈 탓인지 동공이 허하고 푸르기조차 하다. 친구들도 도찐개찐이다.
그리고, 그런 사진들 밑으로 달린 댓글들...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암호들 과 툭,툭 불거지는 헉,싶은 거친말들.
생각은 읽을 수없고 감정만 포효해 놓은 댓글들을 보며 나는 해독해 낼 수없는 낯선 감정들을 가진 먼나라의 이방인을 보는것 같다. 여기와는 아주 다른 세상의 아이를 만나는 것 같다.  

딸이 떠도는 낯선 우주가 그리 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지낼만하냐고 물어 볼 수는 없다. 그랬다간 당장 이 우주를 엿보는 창문마저 닫혀 버릴걸 아니까.

열 일곱살 우리가 폭발물이면서도 그다지 위험하지 않는 것은 도화선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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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연우와 태수 그리고 채영

일대일 소통의 힙합을 듣고 나라는 전 우주를 오롯이 혼자 짊어진 채 달려가는 연우와 태수.
세상이 강요하는 남자스러움에서 조금 비켜나 있어도 표정이 어색하지 않는 소년들은 
무엇다워야 한다는 가르침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빛을 향해 날아갈 때  행복할 수있는 걸 안다.
가슴에 담은 말이 정점에 닿은 순간 수없이 많은 흰 팔을 활짝 벌리고 환호하는 분수처럼 (p.298) 상대방의 그늘진 아픔을 팔을 벌려 껴안을 줄 알고, 눈감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는 주먹을 말아쥐고 시선을 고정 시킬 줄도 아는 세상에서 제일 터프한 열일곱 들이다.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함께 걸어 갈 수없을지 몰라도, 활짝 벌려 서로를 껴안았던 열일곱의  약속대로 어른이 된다면 꼭! 세상 끝 우주정거장에서 날짜 변경선을 지키는 국경수비대로 꿋꿋이 살아가 주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그리고, 태수..
소리를 아주 크게 질러도 좋아!! 니가 좋아하던 동물원의 동물들도 다 잘있니?
안부를 묻고 또 물으며 조금 더 행복했어도 괜찮았을텐데..괜히 내 가슴이 먹먹해 진다.

그들과 나의 생각이 서로 달랐고, 내가 그들을 설득하지 못했듯이 그들도 나를 설득하지 못했는데 왜 나만 고집이 세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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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시 나

소풍 간다고 모두 보물 찾으리란 법 없고, 소나기 내린다고 옷이 다 젖으리란 법 없는데 나는  쉽게 들떠하고  쉽게 의기소침해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를..생각한다.
삶이란, 이런것이다 저런것이다 나름의 명제로 타인의 삶에 간섭하고 잣대를 들이대기도 하지만, 세상의 기준에 아랑곳 않는 대책없이 낙천적이고 꿋꿋이 자신의 선택을 사랑하는 신민아씨를 보며 나도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지금  아이를 사랑하고 있는 방법이 이 세상 누구보다 아이를 더 많이 사랑 할 수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눈치챘다고나 할까.^^
아이를 설득하지 못했듯 아이도 내가 납득되지 않음이 우리가 다른 세계에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는 걸 소년들에게 배운다.


매번 태연한 척 가끔은 대범한 척 세상 어머니들 앞에선 항상 대견한 척 하지만 난 여태 몰랐어 이만큼 밝은 내가 사실은 외롭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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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한 척, 대범한 척, 대견한 척 할 필요없는 곳이 나라는 걸 알아줘야 할텐데...
너의 그 고독한 우주로 초대받기를 원하지 않으마! 
너도 내가 기웃대는 네 우주의 창문을 닫지는 말아다오!
나는 꼼짝않고 여기서서 낯선 우주를 떠돌다 온 널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내 품안으로 오너라!를  외치고 있을께!^^
그런 낯선(?)나를 향해 (소년들의 흉내를 내며) 힙합을  들었을 때의 쿵쾅거리는 가슴을 이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너를 처음 안았을 때의 경이로움을 너는 알고 있냐고 되물을 대답을 준비를 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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