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각신들의 나날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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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장각으로 출근을 하게 됐구나, 잘금4인방!!^^

 

규장각 생활이 그리 녹록치는 않을텐데 성균관에서 보였던 팀웍은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였다.

특히, 성균관에서 살아(?)남은 윤희가 규장각에서도 잘 버텨낼 수 있을지..게으런 눈은 더듬거리며 읽는데, 마음은 바쁘기만해 눈이 따라오지 못하는 내용까지 앞질러 상상하며 읽었다.

 

'윤희는 우여곡절 끝에 선준과 결혼식을 올렸으니..이제 윤식이와 체인지를 하겠구나.'

'윤식도 저렇게 있을 게 아니라, 규장각용 몸 만들기에 돌입해야 하는거 아냐?'

'선준은 왜, 저 사람이 내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다!를 외치지 않는거야!!'

'비단옷만을 고집해서 짓는 구용하 아내의 정체와 사연은 뭐란 말인가?'

'걸오와 반토막의 러브라인 발전을 보기 전에 끝나는 건 아니겠지?'

 

스토리 전개의 추측과 개인적인 바람을 섞어가며 손에 침 두어 번 묻히고 나니, 책은 벌써 마지막장이다!!

흡인력과 가독성에선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올테면 따라와 봐, 여유있게 뒤에 오는 주자를 돌아보면서 찡긋 윙크를 던지는 자신만만함이 느껴진다.

 

지아비를 향한 사랑 만큼이나 학문에의 열정과 일에 대한 승부에도 집념을 보이는 조선 최초의 신여성 대물 윤희,

한 층 더 깊어진 사고와 한 틀 더 견고해진 풍모로 학자다운 내공이 그야말로 빛을 발하는 가랑 선준,

마냥 실없이 웃고 다니는 냥 싶지만, 처세에 있어선 얼러고 뺨쳐서 적과의 동침을 기꺼이 즐기는 여림 용하,

부러질 지언정 휘어지지 않는 호탕함과 첫 마음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순애보가 눈물겨운 걸오 재신.

 

더 팍팍해지고 파란만장해진 규장각의 나날들이지만, '잘금4인방 크로스'를 외치며 합체를 할 땐 무쇠팔 무쇠다리의 힘이 느껴지고 '헤쳐모여'할 땐 숙련된 자객처럼 샤샤삭~ 맡은바 임무를 깔끔하게 해냈다. 윤희를 남겨 두고 암행어사로 감찰을 떠난 3인방 각각의 모습은 유쾌하고 통쾌해서 생긴대로 논다는 표현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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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을 벗고 권위주의를 탈피한 모습으로 잘금4인방을 키우기도 하고 그들과 레벨을 맞추기위해 애쓰기도 한는 정조의 모습은 어느새 독자옆으로 성큼 다가서 있다.

역사의 가운데 서있는 왕이라는 존재를 떠나, 역사를 이끌어 가는 참된 군주가 되기위해 고민하는 고뇌의 독백과 에피소드적 기행들은 정조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해 자칫하면(^^;) 교과서적 정조를 탐구하고픈 지적욕구까지 불러 올 뻔 했다. 우리를 꿈꾸게 해 주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말이다!!

팩션은 팩션일 뿐 논픽션과 혼동하여 진정한 학문에 입문이라도 하게 된다면, 우리의 팩션작가들을 말살하는 일이 되고 말것이니!! 작가를 살리는 취지에서 작중 인물탐구는 호기심 이상의 단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자 다짐한다!--;;

 

따신밥 잘 먹고 쉰소리를 좀 하자면,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을 내기란 어지간해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대로 소문난 잔치라서 먹을 게 적었던 것도 아니고, 나물도 다르고 밥도 달랐는데 어딘가 모르게 쵸큼..허전했다.

워낙, 전편의 성균관 유생들이 혁혁하고 형형해서 웬만해선 그들을 넘어서기 힘든 까닭도 있었겠지만, 규장각에 출근한 그들은 이미 안면을 튼 사이라서 우리에게 이물이 없어진 탓이라 여긴다.

성균관 유생일 때 그들은 외줄을 타는 광대처럼 아슬한 스릴이 있었다면, 규장각 등장에선 얼쑤~ 흥이 나는것은 분명한데 질펀히 퍼져 앉아 보는 마당극 같은 느낌이었달까? 긴장을 끈을 놓아버리면 광대도 광대지만 관객도 널부러지게 된다. 널부러진 관객을 보기를 원하진 않을 터. 긴장의 끈을 각신으로 체인지 될 윤식에게로 좀 더 빨리 옮겼더러면 어땠을까..

또 혼자 소설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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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신문에 소개된 기사를 스크랩해 두었다.

최근 방영된 '성균관스캔들'에 힘입어 원작인 '성균관 시리즈'가 100만부 판매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낳고 있지만, 정작 원작자는 얼굴은 내놓지 않고있다는 내용이다. 인쇄된 글자처럼 "잘난 척하고 포장하는 게 싫다!"는 게 이유!

요즘같은 PR(피할 건 피하고 알릴 건 알리는)시대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앞에서 나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건, 대인기피증이 아닌 다음에야 해탈의 경지가 아닌가 싶다.

하루에도 몇 톤씩 쏟아지는 출판물들의 난립속에서 한 권이라도 더 팔기위해 나를 드러내려는 노력들의 처절함에 비추어 볼 때, 작가의 의연함은 독자를 숙연하게 한다.

이런 의연함이 책속의 단정한 선비들을 뽑아 내게 한 퀼러티있는 바탕이었다 믿고싶다.

 

작가의 필명 은궐은 '은빛대궐이라는 뜻으로 달을 뜻한다'라는 설명이다.

은빛 대궐..그 속에서 잘금4인방과 노니는 내내 행복했다. 작가의 은빛 대궐에 또 초대받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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