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옮기기 대작전을 펼치다 집요한 과학씨, 웅진 사이언스빅 23
이천용.쓰카모토 고나미 지음, 양광숙 옮김, 조예정.이치노세키 게이 그림, 전영우 감수 / 웅진주니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 시골의 어느 마을에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가 마을 어귀나 가운데에 서 있는 큰 나무다. 이 나무들은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동네의 역사와 맞물려 있으며 상징으로 서 있기도 한다. 나무가 지구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 4억년 전쯤 이라고 하니, 나무 입장에서 보면 그 보다 훨씬 뒤인 400만 ~ 500만 년 전부터 나타난 인간은 귀여운 아기로 보일 것이 틀림없다.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나무는 영원히 그 자리에 서서 살아갈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요즘처럼 곳곳에서 개발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무들의 운명이(불쌍하게도) 아슬아슬해 보일때가 많다.

아름드리 나무들일 경우가 더 안타까운데.. 이 나무들을 그냥 쓰러뜨려 죽이지 않고, 옮겨 심는다면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어디론가 옮겨 심는다면 좋을텐데...'에서 생각이 그쳤지, 그 나무들을 옮겨 심을 때 어떤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리란것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큰 아름드리 나무가 연약한 화초에 비할 바도 아니고, 봄철에 옮겨 심는 조경수나 유실수와는 차원이 다를것임에도 그저 보통 우리가 화분의 분갈이를 하듯 옮겨 심으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막연하고 쉽게만 생각했었다.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무지하고 무모하기까지 한 생각이었는지..두껍지도 어렵게 설명하지도 않은 이 책을 통해서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구나...싶어졌으니, 말 다했다.^^;;



위 일정을 훑어보면 알겠지만, 아름드리 큰 나무가 옮겨심어져 예전과 같은 꽃을 피우기까지는 만 3년의 시간이 걸린다.

차츰 뿌리를 잘라내고, 가지를 줄여가고, 흙을 바꾸고, 옮겨 심어 적응기를 거쳐 회복되어 꽃 피우기까지..사람 못지 않은 적응기간이 걸리는 것이다. 

공사를 하다가 나무가 있어 옮겨 심으면 좋겠는데..하고 옮겨 심었다간 나무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한 눈에 봐도 알수가 있다.



그림에서와 같이 옮겨 심는 곳의 흙도 여러층으로 성질을 달리 해서 최적의 조건을 맞추어 놓아야 하고,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옮겨 심기전에 살고 있던 흙을 같이 가져오는것도 잊어선 안된다. 책에서 실제 옮겨진 과정을 담은 등나무는 옮겨 져서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등꽃을 활짝 피우는데 성공했지만, 이 과정을 쭈욱~ 관찰하다보면 이렇게 심혈을 기우려 옮겨 심는다고 해도 다 살아나는 것만은 아니라는것도 느낄 수있다.

특히, 나무를 들어 올릴 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나무의 몸통을 석고 붕대로 감싸는데, 300그램의 4.5미터 석고 붕대가 654롤이 필요했고, 다섯명의 인부가 네시간이나 작업을 해야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걸 읽으며 나무나 사람이나 생명을 다루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는걸 다시 배웠다.

 

이야기를 건네듯 쉽게 전개되는 이 책은 사소한 일처럼 보이는 것들도 과학적으로 접근해 재미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기에 아주 잘 구성되어 있다. part 1에서 이야기 위주로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part 2에서는 관련된 일상에서 접하는 상식과 지식으로 연결되는 학습 부분까지 짚어서 조합을 잘 이루고 있다.

그냥 읽기에 부담이 없고 강요없이도 지식으로의 흡수가 된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책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씌여져 과학이 막연히 어려운 과목일 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저학년 아이들 부터 고학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재밌게 볼 수있도록 만들어 졌다는 건 또 한 번 칭찬하고 권하고 싶은 부분이다.^^

 

아이랑 같이 읽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는 사실들에 나도 같이 놀라워하고, 그냥 쭈뼛 서있는 아파트 나무들을 둘러보면서 이 나무들도 분명 어딘가에서 이런 과정들을 거쳐 옮겨져 왔겠구나..싶어지니 나무의 수고와 사람의 정성이 같이 느껴져 애정이 느껴지고 새롭게 보였다.

책이 준 고맙고 따뜻한 시선이라 여긴다.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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