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온 사탕 어린이작가정신 저학년문고 24
마리 앙드레 부셰 글, 장 모랭 그림, 이정주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야기는 그냥 없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지어냈다는 것 보다 한 뼘 더 독자들에게 바투 다가와서 읽힌다.

그 이야기가 감동적일 수록 '실화'라는 뒷 배경은 더 크게 부각되고 가슴에 더 깊은 감동으로 새겨짐을 경험으로 느끼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온 사탕'도 2차 세계대전 직후, 서 베를린의 모든 육로가 막혔을 때 소형 낙하산을 통해 서베를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기 위해 사탕, 과자, 초콜릿, 건포도 등을 실어 내려 보낸 미국 공군 대령, 게일 할보르센의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는 책 첫머리의 글을 읽으며 이제는 과거 얘기로만 전해질 현대사의 한 부분을 흥미롭게 듣게 되는 기분이었다.

 

아빠 없이 사탕 가게를 하고 있는 피터 가족들은 전쟁의 맹렬함 속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하게 되지만, 사탕가게는 폭격으로 흔적없이 사라지게 된다. 배급표를 받아 식량을 겨우 얻고, '도둑은 총살이다'라는 경고문을 앞에 두고서도 당장 추워 얼어죽는 것 보다 기찻길에 떨어진 석탄을 주워서 추위와 싸우며 전쟁을 이겨 낸다. 하지만, 소련에 의해 서베를린은 봉쇄되고 또다시 시련이 시작되지만, 우연히 만난 비행기 조종사 아저씨가 사탕을 가지고 오겠다고 한 약속을 믿으며 친구 프란츠와 희망의 나날을 보낸다는 얘기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삶의 터전을 일구고 봉쇄령에 막혀 살아갈 일이 막막한 어른들의 참담함도 말할 수 없이 힘들었겠지만, 꿈을 꾸고 희망을 두어야 할 무언가를 갖지 못하고 지내야 하는 아이들이야 말로 제일 큰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러는 중에, 국경을 넘어 이념을 초월한 사랑을 보여준 사탕 아저씨의 이야기는 그 시대 아이들에겐 그 시절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는 꿈이자 희망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내일을 향한 희망을 주는 일이야 말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있는 어른들의 의무라 여기는데, 사탕 아저씨야 말로 암흑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반짝이는 등불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서베를린 정세에 대해 되짚어 생각해 보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서베를린이 민주주의의 섬으로 상징된 후 겪은 동베를린과의 대외적인 마찰, 지금은 통일이 된 독일 이야기와 우리나라와 연계해 분단국가의 아픔을 자연스레 이야기하는 시간이 되었다. 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독일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하는 세계사의 접근 시간이기도 했다.

 

실화가 바탕이 되어 감동이 배가 되는 이야기였고, 세계사를 살짝 엿보며 관심을 갖게하는 실마리를 제공한 뿌듯하고 가슴 따뜻해 오는 책 읽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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