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 부잣집 이야기 - 3백 년을 이어온 최고의 명가
심현정 지음, 송수연 그림 / 느낌이있는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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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재벌'이라는 말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척한 사람들이라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긴다.

그런만큼 부자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않고 덮어놓고 (부러움에서 비롯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당한 방법으로 재산을 늘인 사람들도 많고, 소유한 재산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는 움직임이 최근들어 많아져 귀감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우리의 시선을 수정해 나갈 필요를 느낀다.

 

경주 최부잣집!!

그야말로 진정한 이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무엇인가를 보여준 실례다.

굶는 사람들을 위해 곳간문을 연다는 것은 조선 중기의 시대적인 상황으로 봐서 아랫사람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눔의기쁨이 무엇인지, 가진자들이 진정 실행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알고있는 최부잣집 사람들이야 말로 도덕적 의무를 철처히 지켰다는데 그 가문의 훌륭함을 엿볼 수 있다. 

 

내 것 만을 너무 챙기고 아끼는 민주에게 할아버지가 건네는 책속에 경주 최부잣집은 소개된다.

왜구와 청나라의 침입을 물리치며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최진립에서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일제 감정기 나라의 독립을 위해 전 재산을 내 놓고 빚까지 진  최준에 이르기까지 경주 최부잣집이 300여년동안 선을 쌓고 어떻게 실천해 왔는지를 차근차근 들려주고 있다.

"진사이상의 벼슬을 하지 말라, 사방 1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빚진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해라, 재산을 1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내것을 아끼지 말라."

 

진정 백성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 없이는 실천하기 어려운 당시로선 파격적인 덕목들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근검절약에 앞서고 시집 온 안주인들도 삼년동안 베옷을 입고 지내는 등 남에게 보이기 위한 적선이 아니었음이 더 훌륭히 평가된다.

그런 훌륭한 정신들이 부자를 죽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활빈당의 위세 앞에서 되려 빛을 발해, 절체절명의 순간 가난한 그들에 의해 화를 면하는 놀라운 장면이 펼쳐진다. 광복이후에도 전 재산을 기부해 학교를 세우기까지..파란만장한 삶을 보고 우리에게도 이렇게 정신적인 뿌리가 되는 유산을 남겨주는 조상들이 있다는 자부심과 웬지 모를 뿌듯함이 솟아남을 느낀다. 책 속의 민주가 진정한 나눔의 의미를 깨닫게 된 것은 물론이고!!^^

 

책의 내용에 앞서 최 부잣집의 유래와 소개가 간단히 나와있는데, 아직도 잘 보존되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만석꾼 답지 않은 소박한 고택에 최부잣집의 정신이 흐르고 있음을 본다.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와 함께 방문해서 책 속에서 읽었던 훌륭한 정신을 가진분들이 살았던 곳이 여기라고 일러주면서, 그 정신들을 본받아 누군가에게 봉사하고 베푸는 삶을 실천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라고 당부하고 싶다.

 

우리에게 본받을 수 있는 이런 훌륭한 가문이 있다는 것,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자랑할 만한 정신이 흐르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이 새삼 뿌듯해짐을 느끼게 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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