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 정호승 동시집 행복한 동시 1
정호승 지음, 정지예 그림 / 처음주니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시라는 것은 '말로서 절을 짓는다'는 풀이를 읽은 적이 있다. 한자 를 풀이한 것이겠지만 참 그럴듯한 풀이라고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어 가슴에 남아있다.

정호승하면,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면서도 희망을 잃지않는 목소리로  알려진 시인인데, 그가 동시집을 펴냈다는 소식은 뜻밖이면서도 반가웠다.

내가 즐겨읽는 시인의 시를 아이와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도 좋았지만, 시인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깨끗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기회여서 더 기대가 되었다.

 

동시를 본업으로 하는 시인이 아닌, 기성시인이 동시를 짓는 것이 새로운 시도라 볼 수있지만, 그만큼 더 힘든 작업은 아니었을까..싶어지기도 한다. (창작을 한다는 큰 테두리에서 보면 본업, 부업이 따로 있을리 없지만!!)

이미 모든 사물과 세상을 내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느낀걸 작품화 해 왔는데,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적는 동시는 그동안의 시선에 힘을 빼는 일이어서 설레인 만큼, 힘이 들지는 않았을까..되지도 않은 생각을 잠깐, 했다.

 

책머리에 작가는 봄이 오면 나무에 왜 꽃이 필까요?의 화두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문현답처럼 그건 바로 나무가 시인이기 때문이라는 멋진 말로 대답한다. 나무에 핀 꽃과 말을 나누는 어린이가 되라고 세상의 모든 작은 사물과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어린이가 되라고 당부하면서 동시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참새!

참 단아하고 정갈하면서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시다.

아이는 단조로우면서도 짧게 반복되는 운율과 시가 아닌 말을 건네듯 읽히는 시에 깔깔 웃고

나는 짧은 시 안에 담긴 읽을 수록 묵직하게 다가오는 잠언같은 말에 숙연해진다.

사람은 참 사람이 되어야 하고, 새는 참 새가 되어야 한다!!

익히 들어 온 말이, 시로 승화되어 감동을 주는 순간, 시인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가 동화나 만화만큼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이 신기해 하면서 책을 오래 들여다 보게 하는데 한 몫한 것은 책 내용의 디자인이었는데, 모든 시의 배경이 되는 그림을 실로 바늘로 스티치를 해서 친근감을 높인 구성이었다.

아이들 비뚤빼뚤한 그림을 들여다 보듯 한땀 한땀 수놓은 그림들은  동시와도 썩 잘 어울렸고 느낌도 따뜻해 시인의 동시집을 바투 곁에 두게 하기에 충분했다.

쓱, 손으로 쓸어보게 하면서 시를 바늘 땀에 맞춰 땀땀 읽어가는 효과를 냈다고나 할까..^^

 

시집을 쭉 읽다가 개불알꽃에서 하하하..웃는다.

 

개불알꽃

 

개불알꽃을 보았다

우리집 바둑이의 불알과 너무나 닮았다

바둑이는 좋겠다

불알에도 꽃이 피니까

 

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눈으로 주변을 보는 시인, 그는 왜 이제야 동시집을 냈는가?

시를 읽는 내내 아이도 나도 시인과 같은 마음으로 행복했음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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