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할머니 꽃보다 아름다운 우리
오채 지음, 김유대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과 가족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할머니라는 이름은 멀 수록 더 좋은 이름이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명절때 찾아가면 세뱃돈을 주시는 분,

생일날 자식들 집에 초대(?)되어 오면 몇 일 머무르다가 갈 땐, 용돈을 반드시 쥐어 주시고 가시는 분,

방학때 놀러가면 먹고 싶은 건 다 사주시는 분,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면 냄새가 나서 같은 방에서 지내고 싶지 않은 분,

'그러면 안된다'를 입에 달고 살면서 잔소리를 늘어 놓은 분,

이건 뭣에 쓰는 물건이냐? 저건 어떻게 사용하느냐? 끊임없이 배워주고 또 배워주어야 하는 분..

 

핵가족화로 인해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요즘,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가끔보면 반갑고 고마운 분이지만,

같은 집에서 함께 살기엔 좀 귀찮고 까다로운 분이라는 걸 숨기지 않아 당황스러우면서도 언젠간 내 모습이되겠구나..싶어 씁쓸해 진다. 할머니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속상해 하며, 필요한 게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아이들은 몇 명이나 알고 있을 지..

세상따라 할머니들의 모습도 많이 변해 요즘은 세련되고 멋있는 할머니도 많지만, 그래도 우리 가슴속에 남아 있는 할머니는 끊임없이 자상하고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 내 할머니의 모습으로 떠 오른다.

그런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잘 그려낸 동화가 전라도 '화순 깡패'로 통하는 오메 할머니가 아닌가 싶다.

 

중풍으로 쓰러져 반 지하 아들네 집으로 올라 온 오메 할머니!

'늙은 개, 봉지'의 눈으로 쓴 동화는 우리 시대의 할머니들이 겪는 어려움과 설움들이 곳곳에 묻어있다.

아들의 사업실패를 지켜보면서 전세금을 대어 주고도 눈치를 보며 살아야 하고,

자식들이 버리고 간 손주를 키우기 위해 박스를 주워 생활을 해야 하고(빡스댁),

필요 할 때 마다 돈을 내 놓으라고 소리치는 자식들에게 억척이 무너지기도 한다(반지댁).

평생 고생으로 자식을 키워 놓고도 정작 자식에게 대접 받으며 사는 사람은 없는 이 새대의 할머니들을 대변하는 세 할머니들을 보면서 이게 현실과 동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슬프면서도 안타깝다.

 

그런중에도, 불의를 보고 물러나지 않으며, 이웃을 위해 삐뚤한 글씨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가난한 아들을 대신해 손녀에게 '물갤빠마'를 시켜주는 오메 할머니는 자신을 위해 진주 모꼬리도 살 줄 아는 당차고 멋진 할머니다.

닷짜구리를 만들어 짐쌓기의 멋진 시범을 보이고 손녀가 원하는 것은 다 들어 주는 할머니지만, 고부간의 갈등에서 단번에 엄마편으로 돌아서 버리는 손녀를 보며 서운해 하지만 그 마음음 풀길 없어 안타까워하는 것도 할머니의 몫이다.

 

오메 할머니가 너무나 마땅하고 보기좋은 모델이기만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할머니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할머니도 어린시절이 있었고(닷짜구리를 만들어 주시던 어린시절 할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킬 때처럼..), 울 수도 있고, 화내기도 하고, 싸울 줄도 아는 사람이란 걸 아이들도 알아야 하니까!!

 

책에선 안그런데, 우리 할머닌 유독 별나고 이상하다고 묻는 아이가 없도록 이 시대를 살아가는 개성있고 나름의 성질(?)을 가진 할머니들을 아이들이 많이 만나봤음 싶다. 할머니도 사람이고 우리가 존경하고 사랑하며 지내야 하는 사람임을 아이들이알 수 있도록.

삐뚤빼뚤 할머니의 일기는 내 아이 할머니(우리 엄마)의 서툰 낙서 같은 일기를 보는 것 같아 코 끝이 찡 했다.

 

들어가는 말에 쓰인 작가의 할머니와 오버랩되어 더 짠~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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