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이네 살구나무 -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 모음집
김용희 엮음, 장민정 그림 / 리잼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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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핀 마을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람들이 느끼는 보통의 감정이겠지만, 그 아름다움을 보통사람들이 공감할 수있는 정서를 이끌어 내어 글을 쓰기란 분명 힘든일일 것이다.

그래서, 이 땅에 시인이 있는 것이고 내가 느낀 감정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그들의 언어를 우리는 사랑하는 게 아닐까..싶다.

수만 가지로 파생되는 감정의 갈래들을 한 줄에 담아 가지런히 정리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시, 만한 게 있을까? 

 

봄이 오기 시작할 무렵, 동네마다 환하게 핀 꽃을 보면( 그 꽃이 살구꽃이든,매화꽃이든,벚꽃이든..)나는 항상 이호우 시인의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이 시가 떠오르곤 한다.

풍경을 보고 당장 떠올려 읊조릴 수 있는 시가 있다는 것, 참으로 다행이고 행복한 일이다.^^

 

분이네 살구무는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조와 현대 동시조를 모은 책이다.

옛날에 내가 초등학교(국민학교였다--;;)다닐 때는 교과서에 나오는 시란 시는 무조건 외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시에 담긴 뜻을 이해하고 못하고는 차후의 문제고, 일단 숙제로 내 준 거니까, 외워가지 않으면 맞거나 벌을 받으니까..

그냥 달달 외웠었다.

물론, 고역의 시간이었고.. 말의 흐름이나 단어의 생경함에 혀가 꼬여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를때가 많았지만, 벌을 주고 혼내가면서 그런 시들을 모두 외우게 했던 선생님께 지금은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땐, 알지 못했던 시상과 시인의 마음이 내마음처럼 느껴져 읊조릴 수록 시의 맛이 깊이 느껴지는 탓이다.

어린시절 외웠던 시들은 잊혀지지 않는다는 것도(나이들어 보고 배운 것들은 저주에 걸린듯 이상하게도 금방 까먹고 기억에서 지워지고 만다.--;;) 고역의 시간을 견디고 강제로 각인시킨 아이러니한 보람을 느끼게 한다.^^

 

분이네 살구나무(정완영 작)짧은 3연의 시로 온 동네를 환하게 밝히는 한 밤의 보름달 같은 시다.

 

동네서

젤 작은 집

분이네 오막살이

 

동네서

젤 큰나무

분이네 살구나무

 

밤 사이

활짝 펴 올라

대궐보다 덩그렇다.

 

노래를 부르듯 반복되는 시어와 소박하고 친근한 말로 연결되는 정겨움.

가슴까지 환해져 자꾸 자꾸 소리내어 읽어 보고 싶어지는 시다.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우리 가락으로 노래한 64편의 동시조가 수록되어 있는데, 시조라는 정형된 틀 속에서도 이렇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말들을 품어 낼 수가 있구나를 감탄하게 된다.

동시와 동시조를 헛갈려 하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않고 동시조의 내력과 동시조의 문학적 의미까지 책 후미에 설명해 두고 있는데, 아이들이 읽기 힘들어 하면 어른이 읽어보고 요약해서 설명해 주면 좋을 내용이었다.

욕심을 낸다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맑고 아름다운 시조들을 억지로라도 외우게 해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지금은 비록 온전히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익히게 한다면, 이 아이들이 자라서 더 좋은 글들을 써 내지 않을까..기대도 해 본다.

 

동심을 노래하는 일, 우리 시조를 이어나가는 일.

어쩌면 내 아이가 자라서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이시대의 어른들에게 감사할 일을 하나 더 만들고 있는 일이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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