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폐인 - 남자의 야생본능을 깨우는 캠핑 판타지
김산환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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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준비하고 계획하며 실천하는 삶이 나에게 있어서는 가장 동경하는 삶이다.

내 땅이 아닌 다른나라로의 여행도 동경하지만, 삶의 터전이 되는 행동 반경을 벗어난 여기가 아닌 조금 다른곳으로의 떠남도 늘 꿈꾼다.

떠나보면 또 제일 먼저 그리운게 집이고 서슴없던 내 발걸음이 닿던 익숙한 골목들이지만, 떠나와서야 보이는 내 주위에 쌓여 있던 삶의 더께들이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고, 얼마나 옭아매고 있었는지 비로소 느낄 수있다.

 

좀 더 편하고 안락한 여행이 되기위해 교통편을 체크하고 숙소를 예약하고 주변 관광지를  알아보는 수고를  마다 않지만,

그 모든 수고로운 과정을 다 생략하고 흐르는 강물이나 떠가는 구름, 말없이 8분의 6박자로 몸을 흔드는 나무만을 지칠때까지 홀연히 돌아 오고픈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캠핑폐인!

캠핑에 온전히 몰두한 사람이 펴 낸 이 땅 골짜기마다의 캠핑하기 좋은 장소와 경유하면 좋을 루터, 캠핑시 필요한 준비물이나 알아두어야 할 주의사항들을 친절히 설명해 놓은 책일 줄 알았다.

나도 일년이면 꼭 두어차례 텐트를 짊어지고 캠핑장을 찾아 떠나는 편인지라, 이런 친절한 안내서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어서

마음에서 뻗쳐나온 손이 먼저 선택을 한 책이었다.

그러나,

책 어디에도 몇 번 국도를 통해서 어느 마을로 가서 어떤 곳에 자리를 잡으면 좋다는 내용은 한 줄도 찾아 볼 수없다.

기대를 져 버린 불친절한 책이라 명할 만 하다.

하지만!

내가 간과한 (표지에 작은 글씨로 적은) 포토에세이라는 말을 유념해 보았다면 이 책은 책의 제목과 내용에 이보다 더 적할 할수가 없다.

 

배경을 달리하는 텐트안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찬 이 책은 나를 찾아 떠난 캠핑장에서 나를 돌아보며 읽으면 좋을 캠핑 폐인들을 위한 잔잔한 에세이다.

저자의 소소한 신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세상이 보이고, 자연이 보이고 ,저자의 마음까지 느껴져 글에 끄덕이고, 그림에 마음을 놓고, 나도 텐트를 짊어지고 그만 나서고 싶어진다.

이렇게 사소해서 아름답고 누구나 꿈꾸어도 좋은 가능성이 충분한 신변의 일들을 나도 얼른 맞이하고 싶고 덩달아 흉내내고 싶어진다.

별헤는 밤이라는 문패가 있는 텐트(P.63), 푸른비를 혼자 흠뻑 맞을 수있는 방법(P.125),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더치오븐에 관한 해박한 연애(P.215), 저자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낡은 텐트에 관한 애상.(P.325)

시가 흐르다가 별이 흐르다가 삶이 흐르는.. 개인적이면서도 누구의 얘기라도 될 수있는 글....

무던한 밤을 삼각의 텐트안에서 지새워 본 사람만이 쓸 수있는 바람이 묻어있는 글이다.

자꾸 고개가 끄덕여진다.

 

짧은 내 캠핑의 기억엔 맑은날 별 아래 잠들던 밤도 아름다웠지만, 지나는 소나기를 만나 후두둑 거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엎치락대며 잠들던 날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그 날 밤의 갑작스런 빗소리는 아직도 후두둑, 후두둑 내 가슴에 남아 나를 두드리고 나로 하여 또 일어나게 한다.

 

교감이 느껴지는 책, 또 떠나라는 목소리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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