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
한창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는 스스로 이 책은 매 순간 명멸하던 감상의 향연이라고 적는다.

饗宴 이자 香煙.

 

한창훈의 글에선 바다냄새가 배어있다고 한다.

바닷냄새가 배어 있는바다사람...어쨌든, 그가 바닷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그가 쓴 글이나 쓰는 말, 바다를 표현하는 문장들에서 아, 정말 바다사람 맞구나..를 느낀다.

내 할아버지의 손을 보고 부연의 설명 한마디 없이도 '농부가 맞구나'를 아는것 처럼.

 

나는 어릴적 바닷가에서 살았고(정확히는 섬이다.) 바다를 도시의 아파트 풍경만큼이나 질리도록 봐왔다.

하지만, 누군가 바다냄새~하고 바다앞에서 탄성을 지르며 좋아할때면 일부러 킁,킁 냄새를 맡아본다.

내가 기억하는 바다냄새와 뭔가 비율이 맞지 않은 까닭이다.

동네마다 특유의 바다향이 있을 수 도 있겠으나, 내가 기억하는 바다냄새는 비릿함과 짠 냄새가 고루 분포된

삶의 냄새였다.

그 속에서 좌절하고 그속에서 일어설 힘을 찾는 삶의 원천이 비릿하게 파닥이는 냄새.

그 비릿함을 나는 맡을 수없는데 모두 바다냄새야~하며 좋아할때면 처음 바다 나들이를 나 온

산골 아이처럼 기억에 없는 새로운 향에 노출된 양 어리둥절해 한다.

바다냄새란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어쩐지 남루한 옛 기억은 다 지워야 따돌리지 않는 동화속 입양아이처럼 슬쩍 슬퍼지기도 한다.

 

각설하고..

작가가 말했듯 이 책이 명멸의 잔치이고 향기이듯이 그를 한 뼘더 가까이 느끼게 해 주기엔 충분했다.

어릴적 태어난 섬의 기억과 젊은 날 떠나고 또 돌아오길 반복한 지난한 삶이 묻어 있는 바다,

뭍에서 만난 사람들, 작품의 배경이 특별한 사연들이 있는 아무렇지 않은 이웃들, 아이와 아내...

소설에서 그를 바다사람이라는 걸 느꼈다면, 산문으로 인해 진짜 바다냄새가 배어있음을 확인시켰다.

 

'당신이 고향에 두고 온 것들 중에 무엇이 가장 그리운가.'

울란바토르에서 유학 온 여학생이 가족이나 친구, 연인도 아닌 사막에서 불어오는 독한 바람, 극도로

추웠던 바람, 너무너무 지겨웠던 바람(P.100)이 제일 그리웠다고 대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창훈의 글

속엔 거친 파도와 비릿한 바다냄새를 그리워하는 그 냄새를 떠날 수없는 삶들이 조탁되지 않고

진정 바다와 함께 호흡한 사람들의 날 것인 삶을 생생히 느께게 하는 힘이있다.

 

더러 눈에 익은 작가들과의 에피소드는 책읽는 즐거움을 더 했고, 나와는 너무나 먼 사람처럼 느껴지던

박영근 시인이나 너무 큰 이름 이문구 작가, 지금도 쟁쟁한 공선옥님, 유용주 시인 같은 분들의

인간적인 냄새를 대신 전해주어 내가 왜 더 친밀감있게 느껴지는지 의아해했었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어부를 본 적이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바다가 그리움이나 동경의 대상이 아닌 죽고 살아가는 시작이자 곧 끝이기도 한 터전임을 방이 이모,

방이 이모부, 방헌 외숙,외할머니..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그러나 절절한 이야기를 통해

대신 말해주고 있다.

 

세상은 나쁜 것과 나쁘지 않은 것, 두가지만 있었다. 나쁘지만 않으면 우리는 그런을 좋다, 라고 말했다.(P.219)

 

나쁘지만 않으면 좋은 것.

우직하고 단순한 믿음으로 인한 무모한 희생들을 흔하게 보이면서도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삶들.

이게 한창훈이 가지고 있는 글의 힘인지, 바닷냄새를 아는 사람만이 쓸 수있는 글의 힘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어릴적 맡고 자랐던 - 비릿하고 짠 냄새가 적정 비율로 섞인-  바다 냄새를 폐속 깊이 들여마실 수 있게

가장 근사치의 값으로 그릴수 있는 이는 한창훈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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