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인은 보았다!
요시다 타이치 지음, 김석중 옮김 / 황금부엉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유품정리인??

생소한 직업이다.

장의사의 포괄적인 범위내에서 활동하는 시체를 씻기고 염을 하는 세분화된 염시인과 비슷한 맥락의 직업인 듯 하다.

책의 내용으로 보면 단순히 고인이 남긴 유품정리에 끝나지 않고, 시체소독 주변정리까지 다 하는 걸로 나온다.

 

유품정리를 통해 사람의 따뜻함을 살리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는 저자는 고인들의 유품정리일을 하러 다니는 동안

보고 느낀 걸을 책으로 묶었다.

부랑자나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떤 이유로든 생을 다했을 때 그 사후의 처리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가 담당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던 나에게 멀쩡히 가족이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유품정리인의 손을 빌어

일을 수습한다는게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사례들을 보면 시신의 훼손정도가 심해 (특히, 고독사가 제일 많이 거론된 것이 가슴 아팠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안되는 경우가 많긴 했지만 충분히 가족끼리 해결할 수있는 일이었음에 유품정리인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 으아스러웠다.

살아오면서 쌓인 많은 일들로 인한 이유가 있겠지만, 사람으로서 가는 마지막 길을 조금의 애정없이  전혀 모르는

누군가의 손에 맡겨버리는 세상에 대한 비정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소개된 유품정리인의 담담한 얘기들을 읽으면서 비록 낯선 사람이고 직업적인 소명으로 일을 하긴하지만,

'천국으로의 이사'를 돕는 그들의 마음과 손길에 따뜻함이 베어 있어 그나마 위로가 되기도 했다.

돌발된 상황에 벌어진 피의 냄새와 무관심으로 인해 방치된 사체의 묵은 냄새들 속을 헤집으며

그들이 살아온 체취가 담긴 유품들을 정리하고 가는 길을 따뜻하게 도우는 유품정리인의 소회를

읽으며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마지막의 날을 준비하며 살아야 겠다는 잊기 쉬운

깨달음을 되새기게 되었다.

 

참혹하거나 비 상식적인 일화들이 많아 설마..싶기도 했지만,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음을

관심이 없어 보지 못하고 귀 기울이지 못해 듣지 못하고 살지 않았나하는 반성이 일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한 것도 고독사에 대한 관심이었어는데..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도

어쩌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 심각해 질 문제가 아닐까..싶다.

 

리얼 드라마나 형사 24시에 소개될 내용이 많았지만, 이런저런 사건의 전말은 요약하고  유품정리인의 시선으로 본

고인의 삶과 남겨진 사람들이 보인 자세에서 반성하고 고찰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려 한 책이었다.

 

아직은 흔하게 들을 수있는 직업이 아니지만, 조만간 우리나라에도 일본과 같은 명의의 회사를 차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걸로 봐선 언젠가는 유품정리인의 도움으로 우리도 삶을 정리하는 사례들이 씁쓸하지만 나올 듯하다.

유품정리인의 말하고자하는 이면에는 살아있을 때 삶을 따뜻하게 잘 가꾸어가면 마지막 또한 그리 쓸쓸하지는 않으리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읽힌다.

 

책을 읽는 내내 경악의시간만큼  반성의 시간도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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