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어 - 개정판
요시다 슈이치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햇빛에 눈이 부셔 방아쇠를 당긴 뫼르소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날이 더러있다.

 

따분한 공기위로 시간이 걸터앉아 좀체로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일 때.

분개하는 일마다 하찮고 어이없는 일들이라 되려 우스워질 때.

왈칵 성질을 부리다가 사실은 그 부아의 원인이 내 안에 있음을 느낄 때...

육십 초에 한 번 꼴로 의식의 노리쇠에 탄알을 장전시킬 때가 있다.

 

폭발하는 불꽃에 잠시 어릴 존재감, 그런 허망함에 목숨을 걸고 싶어질 때가 있다.

 

[열대어]의 다이스케,

[그린피스]의 나,

[돌풍]의 닛타.

그들은 약간씩 비도덕적이고 때때로 파렴치하고 어딘가 조금씩 위험하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평범해 주변 어디서나 볼 수있는 청춘의 충동적 몸짓에 충실하면서 나름의 문제에 고민하는

(돋보일 생각이 그다지 없는) 보통의 청년들이기도 하다.

 

이렇다할 충격적인 사건없이 자칫 지루하게 흘러갈수 있는 이야기들을 요시다 슈이치는

' 나 물고기 얼굴을 구별할 수 있어'(P.31)

수족관에 얼굴을 붙이고 꼼작않고 지내 온 미쓰오의 말처럼 그들의 얼굴과 마음에 담긴 쓸쓸함의 모양들을

구별해서 읽히게 해 준다.

 

동거녀에게 푸대접을 받으면서도 미성년 여고생에게 작업을 시도하는 다이스케,

애인의 얼굴에 완두콩 통조림을 던지며 솔직을 핑게 댄 독설을 퍼 붓는 소스케,

유부녀를 꼬셔놓고 슬며시 도망칠 궁리를 하는 닛타.

 

이 파렴치한 젊은 청춘들이 밉지만은 않은 건, 나도 이런 마음일 때가 있었고 언젠가는 또 이런 마음이 불쑥

고개를 치들고 나를 몰아갈 때가 있으리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베어나오는 쓸쓸함이나 지루한 시간을 단절 시킬 수 있는 어떤 것.

뫼르소가 당긴 방아쇠처럼 스스로를 지리멸렬한 시간에서 튕겨나가게 해 줄 노력(?)이었다 한다면

언제나 나에게 그랬듯.. 슬몃, 그들을 용서를 해주고 싶다.

 

하나하나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큰 그림을 만들어 내는 모자이크 같은 책이다.

작은 조각들이 발하는 독립된 오밀조밀한 아름다움과 큰 그림이 만들어내는 묵직한 완성도가

비슷비슷한 물고기들 속에서도 금방 얼굴을 구별해 낼  수 있는 책으로 보인다.

 

무모한 젊음이 어쩌면 더 아름다울지도..

허망함에 목숨 걸어 볼 만용은 다 어디로 갔는지...나는 잠시 부럽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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