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사람들

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7월

인간의 숨겨 둔 미묘한 심리를 꿰뚫어 해체분리, 꿀꺽 침이 넘어가는 극적인 소스와 함께 중독으로 이어지는 매력을

가진 작가들 가운데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나름의 분명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군계일학의 독보적인 자리는 아닐지라도 둘째가라면 분명 서러워 할 자리라고 나는 그에게 후한 점수를 준다.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호러...이런 장르에 호감을 가지지 못해서인지, 책이 책 그 자체만으로도 무겁게 느껴지거나

습기많은 여름 즈음의 계절장르로 머리를 비워 내는데 한 몫하는 휘발성 용도로 읽어 왔을 뿐이었다.

장르의 특성상 어디선가엔 예외없이 피 냄새가 끈적끈적 느껴지고 극도의 긴장을 자아내는 아슬아슬한 상황들도

썩 편하지가 않았다. 미스터리가 해결되고 나서의 맥이 탁, 풀리는 허탈감, 극적인 효과를 위해 설정한 어지러운 묘사들이

주는 잔상들이 불편했던 이유도 있고.

아무튼,

아니올씨다~였던 이 장르에 발을 담그게 한 장본인이 내겐 히가시노 게이고였다.

휘발의 목적으로 잡은 책이 뜻밖에도 아주 괜찮았었다.

비유를 하자면,

지나가는 낯선 남자에게서 내 남자의 향기를 느꼈다??..였다! 하하하..

미스터리 스릴러표 피 냄새가 아니라 순수문학에 버금가는 사람의 냄새를 맡았다고 우기고 싶다.^^

 

[수상한 사람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집이다.

몇 편 되지는 않지만 히가시노의 책은 단편보다는 장편에서 구성과 스토리의 탄탄함이 좋았었다.

장르 특성상 금방 끝나는 단순 사건보다는 얽히고 설키는 사건에서 복선과 복선 사이의 줄타기!

반전과 반전을 즐기는 아슬아슬함이 이 장르의 즐거움인데..(아, 싫다고 할 때는 언제고..ㅠㅠ) 단편은 엑기스의 진함은

있을지몰라도 서서히 즐기며 음미하는 포만감은 분명 덜하다.

 

그러나,

이 7편의 엑기스들, 그냥 진하고 탁한 물이 아니라  로얄젤리만큼 농축된 응어리들이다.

후루룩 마셔버리기엔 입안에 남는 굵직한 덩어리들이 많아 오래 오래 씹힌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사소(?)한 일로 비롯된 갈등에서 내면의 소통까지 

씹을수록 맛과 쫀득한 끈기가 느껴지는 밀알같다.

 

회사물품을 빼내서 한 탕을 꿈꾸거나[자고있던 여자], 오로지 회사일밖에 모르는 워커홀릭[죽으면 일도 못해]인 ,

평범한 샐러리맨들의 이야기, 과거에 집착해 현실을 행복하게 보낼 여력을 잃은 전직 야구선수[판정콜을 다시 한 번]와

아이를 잃은 아빠[달콤해야 하는데..],오해로 인한 에피소드[결혼보고], 로드 황당 미스테리 [코스타리카의 비는 차갑다],

인간의 양면성과 잔인성을 한 큐로 끝내는 [등대지기].

무언가 혼자 간직한 내면의 수상함이 있는 공통점을 필두로 차별화된 무게와 메세지가 구별되는 내용들이었다.

 

옥에도 티가 있듯,,(아, 잘 읽고 딴소리! 또 나왔다.--;;) 모든 작품에 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는 없었다.

밋밋하고 예상한 결말이 보여 '히가시노, 너 맞냐?' 싶은 작품도 있었고, '이건 미스터리가 아니고 개인적인 추억담이잖아'

묻고 싶은 작품도 있었지만, 내면으로의 질주와 사람과 사람사이의 소통을 가르치는 뒷통수로 '역시, 히가시노!!' 하는

작품이 더 많았음에 작은 아쉬움들은 스르르~ 묻힌다.

습습한 공기와 섞이는 혼탁한 피냄새를 제거한 것은 이제 막 미스터리 스릴러에 입문한 나같은 독자를 위한 배려라

믿는바이고.^^

 

애들처럼 '히가시노 게이고 짱!!' 이런 플랭카드를 써서 흔들고 싶고 , 팬 레터를 보내볼까..싶어지기도 한다.

아, 주책은 끝이없고 ..읽은 평은 여기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