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비쉬 룩사나 칸 지음, 이원 옮김 / 바오밥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내 어릴적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들을 우리를 '빨갱이'에서 구해준 고마운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들이 만든 물건은 신이 내린 선물인양 귀하게 취급되었고, 가난한 삶의 돌파구가 그들의 땅에 있다고 믿었다.

이후로도 오래 그들과 우방의 이름으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동안, 나 스스로도 거부감없이 그들의 문화와

그들의 물건과 그들의 말을 익히는데 때론 몰두하고 가끔 흐뭇해하고 주로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좋은 친구의 나라, 우방 미국!!

 

먹고 살만하면 뒤통수치고 딴소리하는 게 사람의 생리인지 모르겠지만, 내 할아버지가 그토록 고마워마지 않던 그들은

배 고플땐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참아야 했던 그럴(?) 수도 있었던 일들이 '이봐, 이건 아니잖아?' 하는 불콰해진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고있다.

스스로 세계의 경찰로 생각하며 세계질서를 바로잡기(?)에 불철주야 애쓴 격무덕에 그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음인지

세계곳곳에서 '이봐, 이건 아니잖아?'의 비슷한 목소리들이 음성다중시스템으로 듣고 있음을 본다.

 

[나의 관타나모 다이어리] 

마이애미대학 로스쿨에 다니던 여대생의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을 위한 통역봉사활동 중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적은 책이다.

'누구도 기소없이 투옥되어서는 안되고 모든 사람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당연한 권리의 침묵에 작지만 용감한 목소리로 자신의 나라를 향해 '이봐, 이건 아니잖아?'를 외치고 있다.

 

수감자의 대부분이 왜 자신이 끌려왔는지 모르고 있고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적대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25,000달러의

현상금에 누군가 자신을 팔아 넘겼다고 믿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병원을 개업해 동네주민과 함께 살아가리라 믿었던 소아과 의사, 염소를 치던 순수한 청년, 사업에

실패했을 뿐인 사업가, 최소한의 인격적 대우를 원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인간적, 종교적 모욕에 못견뎌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그녀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타나모가 겨냥한 알케에다나 텔레반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었다.

한결같이 자신이 봉착한 이해하기 힘든 상황에 대한 변호와 무죄를 주장했지만, 무죄를 밝히는건 수용소의 담을 넘는 것 만큼이나 어렵고 불가능해 보였다.

 

저자도 수용소에 갇힌 모든 수감자가 다 죄가 없지않고, 그들을 감시하는 경비병 모두가 다 불합리한 고문을 하거나

인격적인 모독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아니란 걸 밝히며 관타나모에 대한 객관적 시선을 내보인다.

그런 이유로,

관타나모에 수감된 모든 수감자들이 최소한 자신을 변호할 기회를 갖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에 힘을 싣고있다.

 

관타나모에서 행해지는 고문과 가혹행위에 눈감고, 보통의 절도범과는 달리 살인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핏대를 세우던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내년 초까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지하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말은 늦은감이 있지만

소신있는 판단이다.

 

에필로그에 관타나모로 부터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주인공들의 얼굴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그들과 비슷한 사연으로 지금도 관타나모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는 않을까..염려스럽기도 했다.

 

세상을 변하시키고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향해 싸워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안다.

불법적인 일에 분통을 터뜨리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하는 지성인의 모습으로 전세계적인 이슈로 반향을 일으키게 한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법이 법으로써 제 역할을 할 수있는, 강자의 편리가 아닌 약자의 보호가 될 수 있는 법이 통용되는 세상,

그런 세상은 아직 멀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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