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쓴 글씨 - 남아프리카공화국 문학 다림세계문학 34
베키 압테커 지음, 강수정 옮김, 김은경 그림 / 다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남아프리카 공화국...

지도에서 보면 참 먼나라다.

가끔 텔레비젼이나 신문을 통해서 그 나라의 풍경과 위치, 안고 있는 인종문제와 식민지의 역사..

이런 뉴스를 접한 기억은 종종 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문학을 만난 건 처음이다.

 

뭐라고 해야할까..

찬 바람부는 황량한 벌판에  서 있는 벌거벗은 아이를 보고있는 안스러움이랄까?

이렇게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을 보듬을 사회적 제도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분노랄까?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교차되던 시간이었다.

 

노엘(라틴어로 탄생이라는 뜻을 가진 )은 엄마, 아빠도 병으로 돌아가시고 형마저 엄마와 같은 결핵을 앓고 있다.

나쁜짓을 하지 않겠다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지만 하루 한 번 점심때 나오는

학교 급식으로 배를 채우며 사는 노엘에게는 하루하루가 버겁고 피곤하다.

 

"목숨을 부지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든데,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피곤해요." (P194)

 

배고픔을 잊기위해 동생에게 먹을 음식을 갖다주기 위해 형은 거리의 아이들과 어울리고 도둑질을 계획하지만,

그것 마저도 수월하지 않고 점점 상황이 나빠지기만 한다.

우연히 도서실에 들러 만난 아저씨로 부터 시집을 선물 받은 노엘은 시로 위안을 받고 꿈을 키워나가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형은 누가 봐도 환자인걸 알 정도로 야위고 자주 피를 토하다 결국은 패거리 친구들로 부터 죽임을 당하고 노엘은

진짜 혼자가 된다...

 

나의고독한 벽난로 옆에 나 앉아 있을 때

'마음의 눈' 앞에서 펄럭이는

아름다운 꿈 하나 없고

삶이라는 황량한 히스 벌판에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그때

달콤한 희망 하나

내 머리 위에서 은빛 손을 흔드네. (p.122)

 

시를 통해 위안을 받고, 꿈을 꾸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지만, 나는  열 네살 어린 노엘이 들은 모든 목소리에 베인

배고픔의 아픔만이 아프게 남는다.

제발 노엘의 작문이 세인트패트릭 고동학교의 전액 장학생을 뽑는 논문에 걸려서 노엘이 바라고 노엘의 엄마가

그토록 바라던 삶을 살게 되었으면 하는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다.

 

이 땅에 아직도 배고픔으로 모든 삶의 희망을 저당 잡히고, 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이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치에 불과한 내 배부른 고민들이 부끄러워지고 만다.

 

아직도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노출된 아이들이 지구상에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하나라도 더 누리고 사는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었다.

아이들이 읽으면 늘 불평과 불만에 가득했던 내 주변의 상황들에 대해 감사할 줄 알게 될 것이고,

어른이 읽으면 내 새끼, 내 가족만을 바라보던 편협한 시선에서 세상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있는

인류애를 깨닫게 되는 책이라 여긴다.

 

배고픈 아이들의 신음에 귀 기울이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다 내 아이만큼이나 귀한 아이들이란 걸 노엘을 통해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오늘도 뭔가 갖고 싶은 것 투성이고, 모자란 것 투성인 내 아이들에게 배고프지 않은 것이 얼마만한

행복인지, 감사인지 알려주는 노엘을 소개시켜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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