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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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도 이슈가 되고있는 존엄사의 문제를 다시 생각해 보게하는 책이었다.

인간의 존엄함!

이 분명한 사실을 전제로  존엄함을 지키며 사는 삶의 기준은 어디인지 혹은, 더이상 존엄하게 살지 못(?)한다고 느끼는 상태의

기준이 어디인지  객관적이고 타당한 잣대를 분명하게 내 세울 수 있을까?

 

주신것도 신의 영역이었으니 거두어 가시는 것도 신의 영역이라 여기며 살아왔던 신성불가침한 구역에 은근슬쩍

발을 들여놓고 (주제넘게?) 간섭을 하기 시작한 것은 아닌가...염려스럽기도 하다.

 

중증을 앓고 있는 장애인을 옆에서 돌 본 일 없이 본인과 그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의 무게를 헤아려 본 적이 있냐고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이유보다 앞서는 가치는 인간의 생명이 아닐까..한다.

(슬픈 기억이긴 하지만, 나도 예전에 숀과 같은 상태로 오래 누워있던 내 아버지를 오래 봐 온 경험이 있다.)

 

자신의 의지로는 눈동자 하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의 상태..

(장 도미니크 보비의 책 '잠수복과 나비'에 보면 뇌졸증으로 수 천번의 눈 깜빡임으로 이야기를 하고 책을 내었는데,

 숀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그는 그래도 감사(?)할 일이 하나 쯤 있었구나..싶어지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엔 전혀 생각없는 바보로 있다가 몇 번씩의 발작을 통해서만 존재를 확인시키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하지만,

한 번 들으면 뭐든지 완벽하게 기억하는 천재적인 재능이 있고,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릴 줄 아는 깊은 생각을 가진 아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숀으로 인한 갈등은 당연한 듯 가족간의 균열로 이어지고 마음과는 달리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아무도 눈치 챌 길 없는 숀의 완벽한(?) 세계는 보는 이의 기준에의해 운명을 달리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뇌성마비 숀의 눈으로 쓴 이 책은 자신의 운명을 판가름 지을 (타인에 의한)안락사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뜻밖에도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다.

또래의 보통 사춘기 아이들이 느끼는 감성을 그대로 끌어와 누나 친구들의 옷갈아 입는 모습을 훔쳐보고

파인 옷을 입은 아줌마의 가슴을 들여다 보는 짜릿함을 즐기기도 한다.

엄마에 대한 고마움과 아빠 입장에 대한 이해, 누나와 형의 사랑을 절절히 표현하고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얼마나 아름답고 애틋한지 다만, 아플 뿐이다!!

 

"기린은 귀 끝에서 발굽 밑바닥가지 통틀어 점이 일흔여서 개, 얼룩말은 줄무ㅟ가 서른여덟 개, 호랑이는 스물세 개다.

사자는 여섯 개의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며, 갈기에 달린 긴 황갈색 털을 만드는 데 백스물두 번의 붓질을 했고,

하마는 입만 쩍 벌렸지 이빨은 겨우 여덟 개뿐인데, 엉덩이에 앉은 작은 새는 날개에 끝이 노란색인 깃털 네개가

달려 있다."(p.78)

 

머리위에 달려 있는 어둠 속에서 조차 다 보이는 동물의 모빌을 쳐다 본 시간을 묘사하는 이 대목에서 가슴이 그만

먹먹해 지고 만다.

 

어쨌거나,

존엄사의 시행을 두고 이슈화된 사건은 아직 그 생명을 주신이가 거두어 가실이가 준비가 안된탓인지..그 생명을 스스로 연장해 가고 있다.

인간의 잣대가 얼마나 주관적이고 어리석은 일인지를 신이 보여주려 하신걸까?

 

아빠의 선택이 어느쪽이었을지, 숀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무서워서, 궁금하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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