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라베 난징의 굿맨
존 라베 지음, 에르빈 비커르트 엮음, 장수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 역사에 던지는 파장을 종종 본다.

최근 발견된 정조 대왕과 심환지의 편지에서, 좁은 공간속에서 나치의 눈길을 피해 꿈을 키워간 안네의 일기에서.

개인도 역사의 일부분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역사적 고증이 되는 자료와 개인적인 기록의 차이가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는다.

어떤 기록이든, 파장과 진동의 수를 넓혀가다 보면 역사의 줄기와 닿아있게 마련이니.

 

난징의 굿맨, 존 라베.

중국에서 30년 이상을 살면서 조국 독일 보다 중국을 더 잘 이해할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이 책은 1937~38년 겨울, 일본이 난징을 약탈하면서 행한 온갖 학살과 만행을보며 쓴 기록이다.

난징에서 번창하는기업을 운영하며 당시의 어수선한 사회상을 기록할 때는 역사적인 임무를 띠고 기록했다거나,

고증의 자료로 쓰일것을 염두에 두고 기록하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그저 가족을 위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들려주기 위해 기록한 글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한 사람의 기록이 시간이 흘러  나 같은 사람에게까지 다가와 그 시대를 평가하는 기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걸 보면 기록이 주는 힘에 무서워진다. 덮을 순 있어도 없앨 순 없는 진실!

그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기록이어서 한 줄 한 줄의 전율이 더 짜릿했다.

 

혁명가도 이론가도 아닌 유머를 즐기던 평범한 외국인 사업가, 존 라베!

 나치의 홀로코스트의 참상을 기억하는 우리는 스스로 나치 당원임을 인정하고 히틀러의 추종자임을 내세우는 그가,

일본 제국이 중국이을 향해 들이대는 칼날앞에 그와 아무 상관없는 중국인들을 위해 희생할 각오를 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쥐구멍 속에 들앉아 있고, 고양이는 일본인이다! (P.320)

숭고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다는 거국적인 사고의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었기에 자연스럽게 택하게 되는 순수한

도덕적 양심에 기인했다고 믿고 싶다.  쥐구멍속 양민을 노리는 고양이를 향한 분노..같은 것.

 

무차별로 자행되는 만행을 바라보던 존 라베가 히틀러에게 청한 도움의 손길은 무시되고 고국으로 돌아와서는 독일의 비밀경찰들로 부터 난징대학살에 대한 침묵을 명령 받고 쓸쓸히 죽어간 사실은 그가 탈나치화를 선언한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책 앞쪽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시대를 고증하는 몇 장의 사진들은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과 존라베가 왜 동족도 아닌 이방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는지에 대한 한 이유로 보였다.

개인의 기록이 큰 반향으로 다가온 책.

곧 영화로도 개봉 된다고 하니, 쉰들러 리스트같은 진한 감동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거 같아 기대된다.

 

평범한 상인이었던 존 라베,

그 평범한 사람이 이방인을 향해 일신의 평온함을 버리는 것을 보며 혹, 작은 귀찮은 일이라도 생길까봐 진리에 자주 침묵하는

내 나쁜 습관에 대해 자꾸 채근하는 듯 하다.

한 발짝만 진실을 향해 다가서라고!!

부끄럽고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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