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굴 독깨비 (책콩 어린이) 3
아이반 사우스올 지음, 손영욱 그림, 유슬기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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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이야기는 다 좋아한다.

꼬리 아홉달린 구미호에서 집안의 말을 다 잡아먹고 오빠들 까지 해치는 여우누이까지.

여우라는 교활하면서도 영민한 이미지에서 베어나오는 스릴..이런걸 기대해서 일까?

제목만 보고서도 혹!해지는 호기심을 누르기에는 끌림이 너무 강한 여우 이야기들이다.^^

 

이 이야기는 재주를 부리고 사람을 현혹시키는 우리나라 여우 얘기는 아니다.

여우에 대한 얘기도 아니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켄의 이야기가 비중을 차지하는것도 아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연이어 터져 눈길을 사로잡고 가슴을 조이게 하거나 환타지적 이야기로 상상력을 자극하지도 않았다.

외삼촌 집을 방문하는 뚱뚱한 소년 켄이 집을 출발해서  여우굴에 갇혀 구출되기를 바라는 순간까지를 시간순서대로

로드무비 형식으로 펼쳐졌다.

아이들이 단박에 줄줄 읽어나가기엔 조금 어려운 책인듯도 싶었다.

책 전반에 흐르는 감정의 흐름을 잘 이해할 수있어야 내용이 더 풍성하게 다가왔으니 말이다.

 

가난한 외삼촌, 반갑지만 시끄러운 사촌들, 후덥지근한 날씨, 불편한 생활..

짜증을 감추지 않는 켄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주변 풍경과 사촌의 이야기는 실소를 자아내기도 하는데,

켄이 낯선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과 적응할려고 노력하는 대목을 눈여겨 보면 더 재밌다.

그리고,

사촌 여동생 조엔의 닭을 물고 가는 여우를 뒤쫓다 켄이 여우굴에 빠지고 난 후의 반응들은 더 재밌다.

불안하기만 하던 켄이 점점 안정을 찾아가는 것과는 반대로 외삼촌과 사촌들의 반응은 거의 공포분위기다.

누나의 아들을 잘 돌보지 못한데 대한 돌아올 책임을 걱정하는 외삼촌과 아무도 들어가선 안되는 금지구역에 빠져 방치된

사촌을 바라보는 휴의 조바심..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발견!!^^

 

사람에 대한 애정과 황금에 대한 간사함이 그리 다른 마음이 아니고,

종이 앞 뒷면 처럼 얇고 가까이 있는 것이라걸 노작가는 서두르지 않는 필체로 보여주었다.

상처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조카가 전혀 눈에 보이지 않은 듯한 말과 행동,

눈앞의 이익 먼저 저울질 하느라 이웃도 혈육도 믿지 못하게 되는 눈 먼 순간들..

그러면서 다시 무엇이 옳은일인지를 이성을 찾아가는 삼촌의 원래 마음..

 

끝을 명확한 결론없이 아이들이 생각할 꺼리를 남겨 두었다는것도 작가의 씀씀이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어떻게 됐길 바라니?

이어지는 얘기들에서 조금 욕심을 내서 황금만능주의에 대해 살짝 비판 어린 시선을 던져줄 수도 있고

호기심만으로 무턱대고하는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오는지(꼭 나쁜건 아니지만..)에 대해 조용히 일러 줄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주인공인 켄과 그 주위사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여우는 없지만 여우굴을 통해 알아가는 사람의 내면.

여태 선악이 구별되고 결론이 제시되어 있던 동화책에서 한단계 업 시킨 책을 고민하고 있다면 바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켄은 무사할까?...나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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