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동생 두나 - 정일근 시인의 우리 곁의 이야기 1 좋은 그림동화 17
정일근 글, 정혜정 그림 / 가교(가교출판)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나는 그리 감성이 풍부한 사람은 아니다.

'괜찮네'거나 '그저 그렇군'에서 왔다갔다하지, '아, 너무 좋아 죽을거 같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 뭐 그런게 잘 없다.

감정의 갈래가 천만 갈래(왜, 마음이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진다고들 하지 않는가..)쯤 된다면 내가 표현하며 사는 건

1/10도 안된다.

그나마 느낌의 갈래들을 정리하고 피력하는 분야가 책을 읽고나서인데, 그것도 남들이 느끼고 평하는데 견주면 발바닥도

못따라가는 실정이다.

그래서, 남들 말을 잘 믿지 않는 못된 버릇도 생겼다.

'완전 이책 굉장해요!', 다시는 못 만날 책, 잡으면 놓지 못하는 흡인력..뭐 이런 글들에 속아서 선택한 책들이  나에겐 그저 그래서

실망한 적이 많아서다.

평을 적은 그들이 과장섞인 호들갑을 떨었다는 말이 아니라, 내 감성이 그들을 못 쫓아가고 그나마 얼마간은 굳어져서 파르르 떨며

다가오는 섬세함은 자주 놓친다는 말이다.

 

그런데,

정일근님의 '유배지에서 보내온 정약용의 편지'를 읽고는 뭐랄까...

감성의 촉수들이 일제히 일어나 시에게 빨판을 들이대고 쫙쫙 빨아 들이는 소리를 들었다고나 할까!

글에 동화된다는 느낌이 이런거구나..울컥! 했다.

시집에서 시를 보지 않고, 그냥 이 시만 봤다면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아들 학연에게 쓴 원문인 줄 알았을 것이다.

시 속의 화자로 편재되어 백가지의 말을 한마디의 비유로 응축시키는 힘!!

제발들 확인해 보시라!!

( 시 얘기를 할때면 꼭 이 시를 들먹이는데, 반응들이 다 각각인 걸로 봐선 글이란 사람에 따라 다 다르게 다가오는거구나..

남의 평이 다 과장이 아니구나..를 가르친, 편협의 시선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스승같은 시이기도 하다.--;;)

 

그 분은 모르고 있겠지만, 나는 정일근님의 왕 팬이다!!^^

 

그 시인이 동화책을 냈다는 말에 귀가 팔랑 했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아이들과 소통하고 싶은데, 아이들이 시를 안 읽으니까 동화를 쓰게 되었다는 시인의 말은 고마우면서도 마음이 짠~해진다.

시를 읽지 않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시인의 마음이 읽혀 나라도 아이들에게 시를 읽혀야 겠구나..했다.

 

하나 집으로 팔려온 똥강아지 두나의 이야기다.

애완견이 아닌 똥강아지 두나를 거들떠 보지 않던 하나가 두나의 아픈 모습을 보며 점차 가까워 진다는 얘기.

사실대로 말하자면, 동화의 내용이야 크게 찡하거나 새로울 건 없다!(솔직을 용서하소서--;;)

하지만,

동화를 읽고 있으면 '이건, 시집이야!' 싶을 정도로 감칠맛나는 운율과 빛나는 언어의 선택에 홀딱 반하고만다.

 

'내 입속으로 따뜻하고 달콤한 젖이

가득가득 흘러들어왔어요.

배가 볼록볼록 불러왔어요.' (p.59)

 

'하늘나라 은방울소리가

더욱 큰소리로 울리네요.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하늘에서 내려오는 은방울소리가

뭉텅뭉텅 부서져 내리며

함박눈으로 내리기 시작했어요.(P.79)

 

입에서 또르르 구르며 씹히는 글들을 소리내서 아이와 읽어보자.

시집을 따로 사서 읽힐 수고를 들어준다. 일거양득아닌가!

 

두나를 하나집으로 데리고 온 시인아저씨는 어쩐지 정일근 시인 같아서 더 푸근해진다.

 

3편의 연작동화 중 첫번째 책이라고 하니 다음 책도 기대된다.

아이들에게 읽게 하지 말고 같이 소리내어 읽어보라고 꼭 말해주고 싶은 책이다.

그림도 참 따뜻하고 이뿌다.

 

동화를 쓰는 시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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