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만루홈런을 친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타자라면  다음 경기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안타라도 쳐 낸다면 그나마 체면치레는 하겠지만, 삼진으로 배트 한 번 휘둘러 보지 못하고 타석에서

내려와야 하는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기 때문에!!

 

"베른하르트 술링크"

최근 가장 많이 화자가 되고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작가가 아닌가 한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의  영화적 성공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고,

그런만큼 세간의 관심이 그가 등판할 다음 타석을 예의주시하고 있음은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저력이 있는 만큼 분명 이번에도 뭔가를 보여 줄거야.'하는 기대와

'어디 한 번 두고 봐야지, 뭐! 지난번엔 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지.'하는 의심.

두 마음의 교차를 야릇하게 즐기고 있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나뿐인가??--;;)

그의 명성에 쐐기를 박거나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처음부터 야릇한 저울질의 재미를 느끼며 펴보는 책의 느낌이 싫지는 않았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 수없는 편견을 깨고)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소녀와 도마뱀, 외도, 다른 남자, 청완두, 아들, 주유소의 여인.

목소리가 높거나 사건이 긴박하게 휙,휙 지나가지 않음에서 더 리더의 감성이 이어져 있음을 언뜻 느꼈다.

독일의 흐린 하늘이 배경으로 깔려 있는 듯한 소설들은 가라앉은 분위기 만큼 침잠된 깊이도 묵직히 다가왔다.

아버지와 아들, 아내와 남편, 남자와 여자..

흔한, 삼각구도의 연애나 불륜으로 치부되기 쉬운 이야기들이라는데 잠깐 아연했다가,

통속적인 소재를 굴절시키고 반사시켜 무지개 빛으로 새롭게 각색해 내는 작가의 통찰에 브리보!를 외쳤다.

말초신경적인 소재를 이렇게 묵직히 심장 가까이 끌어올 수 있는 힘이라니!!

단순히 운이 좋았던 홈런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기분좋은 순간이었다.

 

감성적 접근으로 보지 않고 관계의 소통으로 '남녀관계'를 바라보기!

이 모범답안같은 문장을 추려내기위해 감성의 갈래를 정리하고 날리는 감정을 걸러내기를 반복했음은

그림속의 소녀를 사랑하는 나에게도, 다른 남자를 사랑한 아내에게 질투를 느끼던 남편게도, 인생을 허무를 혼자 느낀 듯

울고 있는 주유소 여자에게서도 느낄 수 있다.

같은 방향이나 높이가 다른 감정들의 이입은 멋지다.

다만,

굴절되어 반사나오기 까지 입사각과 반사각의 차이가 심해 자주 길을 잃어야 했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가?

명쾌히 드러나지 않는 주장하는 바는 생각의 깊이로 이어지기도 했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반문하고 싶은 볼멘소리가 되어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통속적이고 말초적인 드라마나 작품에 길들여져 있었던 탓인가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오랫동안 책 속의 주인공들이 머리속에 원을 그리며 앉아 얘기를 주고 받는 걸 느꼈다.

그들의 말소리는 낮고 묵직해서 오히려 긴 공명으로 깊이 내려 앉을 수 있었다.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번에도 또 홈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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