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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면,
질리도록 먹어왔던 음식이 그리워지고, 라면보다 나물이 빵보다 밥이 달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인스턴트의 편리함과 중독성이 그리 달갑지가 않고 거칠지만 온기있는 음식이 그리워진다.
끼니를 때우고자 먹는 음식에 진력이나고 느긋하게 즐기는 식사의 풍요로움에 사치를 부리고 싶어진다.
입고 먹는 문제에 시달리지 않고, 끼니 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서부터 우리의 밥상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삭막해져 갔던게 아닌가 싶다.
조리되어 나오는 통조림에 데우기만 하면 되는 냉동식품에 양념까지 버무려 담아주는 마트용 반찬.
정성이 빠진 자리를 화학조미료로 빈 자리를 메우고, 시간을 절약할 수있는 대신 사랑의 마음까지 절약되는
삭막함은 그저 살기위해 먹는다는 생존의 방편일 뿐, 음식으로 인해 추억할 수 있는 따뜻한 풍경들을 앗아가 버렸다.
윤혜신님이 제안하는 착한밥상.
'그 밥에 그 나물'
새로울 것 없이 지겹기까지 한 재료로 만든 거친 음식들.
소박한 재로들로 만든 너무 기름지지 않게, 너무 달지 않게, 너무 넘치지도 않게, 그저 그 밥에 그 나물인 양,
그렇게 요리하는 것(p.16)들을 소개하는 책은 음식과 함께 시간을 한 20년 전 쯤으로 거꾸로 되돌려 놓는다.
단순히 해 먹는 음식을 소개하는 요리책에서 벗어나, 사람사는 이야기와 음식이 잘 어우러진 폼나는 책은
눈으로 먹기에도 맛깔나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곁들여 추억하는 음식의 기억과 생각치 못했던 재료로 멋있게 담아내는 뜻밖의 음식들,
꼭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저자가 운영하는 시골 식당 '미당',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에 걸 맞는 저자의 모습..
책을 보는 내내 부러움과 감탄이다.
아,
이러고 살아야 하는데..
이런 음식을 먹어야 하는데..
반성을 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저자가 살짝 가르쳐주는 슴슴하고 소박한 음식 레시피들은 어쩐지 나도 할 수있겠는걸..
하는 이상한 자신감마저 준다.^^
쉬운 요리법과 흔한 재료들..
맛갈나게 만들어 찍어 올린 사진을 보고 있으면 그동안 내 밥상이 얼마나 초라하고 이기적이었는지 부끄러워진다.
질리지 않고 손이 자주 가는 오래 먹어 온 재료로 만든 밥상.
화학 조미료를 쓰지 않고, 벌레 먹은 채소를 아끼고, 맛은 곧 정성어린 손 끝에서 나온다는 진솔한 이야기들에
나는 내 냉장고가 부끄럽고 내 게으럼으로 인해 가족들의 건강을 등한이 한 내 직무유기가 얼마나 큰 죄인지를
알게 되었다.
세상을 구원할 아름다움이 요리속에 묻어나는 책.
먹거리로 인해 시끄러움이 끊일 날 없는 이 시대에 가장 편하면서도 쉬운 방법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먹고 사는 일이 그다지 번잡스럽지 않고 단순하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걸 그녀의 소박한 일상을 통해 깨우치게 했다.
배가 부르면서 마음도 데워지는 착한 밥상 앞으로 식구들을 불러 앉히는 일이 그다지 힘들것 같지않다.
참, 고마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