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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박사의 섬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 문예출판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가 영화여서, 소설이 소설이어서 얼마나 다행인지..싶을 때가 많다.
현실이 더 영화같아서 믿기지 않을 때도 많지만, 그래도 영화 속 일은 영화 속 일, 소설은 그냥 소설 같은 이야기 일 때가 마음 편하다.
모로 박사의 섬.
인간 위주의 모순된 생각이 자연의 상태 본래의 것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개선이 아닌 재앙이라는 걸 깨닫게 해준다.
동기와 목적이 악하지 않았다고 초래된 나쁜 결과까지 면죄부를 받을 수있는 건 아닐테니.
다시 말하지만, 모로박사의 섬이 소설의 영역에 포함된 픽션이라는 게 무엇보다 안심이다.
그러나,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세계만을 따로 떼 놓고 볼 때, 그의 책은 100년 전에 쓰여졌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견고한 작품성을 가지고 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동물복제와 동물 실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단체들의 입장들과 함께 해
이 이야기를 본다면, 허버트 조지 웰스는 이미 100년 전에 이런 문제가 이슈화 될 것임을 안 건 아닐까 하는
선견지명의 예지력을 지닌 듯도 싶다.
생물학도 다운 지식으로 타임머신이나 투명인간, 우주전쟁등의 공상과학 소설의 괄목할 만한 경지를 구축한 걸 보면
그의 소설적 상상력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세계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세계까지 내다봤던 것 같다.
내용상의 잔혹함과는 별개로 책은 아주 재미있다.
남태펴양 난파된 배에서 조난당한 에드워드 프렌딕은 우연히 모로박사 일행을 만나게 되고, 일행과 함께
동물들을 생체실험해 새로운 형태로 재 탄생시키는 모로 박사의 섬에 도착한다.
동물의 본성에다 인간의 이성을 심어주려는 어찌보면 환상적인 프로젝트 실현에 미친 모로박사와 그를 도우는 몽고메리,
그리고 기이한 느낌의 인간들과동물들..
차츰 그들과그 섬에 대해 알아가면서 잔인한 실험으로 인간의 생각을 닮은 새로운 형태의 동물들을 만들어 내는
모로 박사에게 프레딕은 환멸을 느낀다.
큰 기대로 심혈을 기울여 실험하던 표범의 울부짖음이 점점 심해지는 만큼고, 모로 박사의 동물 생체 실험도
집착으로 변해가는데...
단순한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지만, 이야기가 주는 파장은 세고 파급효과까지 커서
사람이 조금 나은 과학기술을 가졌다고 해서 더 나은 삶까지 보장해 줄 수있는가? 하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져주기도 한다.
모로 박사의 고통스런 섬의 혼돈에 침묵하는 세상의 이성에 안타까워하듯,
모로 박사의 섬 이상으로 동물들에게 가혹한 지금의 우리에게 주사하는 각성제 같은 책이다.
동물들에게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고자 두발로 걷게 하고, 입으로 사람의 말을 하도록 생체를 이식하는 것이나,
동물의 가죽으로 만든 옷이 비싸게 팔리고, 그들의 목소리를 앗아가고, 가두어 기르기 편하도록 생식 능력마저
인위로 조작하는 지금의 우리나 다를 게 뭐있나? 반성이 되기도 하는 책이다.
'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에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숨쉬고 살아야 하는 터전이 마땅히 구별 되어야 하는 이치 임에도,
과학만능주의로 인해 오만해진 사람들이 행하는 잔혹성을 대신 짚어보게 했다.
신의 영역침범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경고의 메세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