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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여행 1 : 그리움 - KBS 1TV 영상포엠
KBS 1TV 영상포엠 제작팀 지음 / 티앤디플러스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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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이 너무 바빠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을 때,
마음의 상처가 깊어 상심에 빠졌을 때,
사랑하는 사람과 챙기고 싶은 기념일이 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을 생각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정체된 공기에서 벗어나기만 해도 위로가 될 듯한 떠나는 일.
낯선 환경과 생소한 풍경, 긴장이 스민 출렁이듯 흐르는 시간들이 삶의 의지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까닭일까?
여행은 발이 묶인 유목민처럼 떠나지 못하는 사람에겐 삶의 빚이 되곤 한다.
내 마음의 여행.
이 책은 여행을 독려하는 여행서라기 보다는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마음을 정화시키는 시집에 가깝다.
'주제가 있고 색깔이 있는 영상 에세이'라는 문구가 넘치지도 못자라지도 않는 딱 어울리는 평이다.
차를 데우고, 베개를 등에 대고, 흐르는 음악과 지나가는 영상들이 다 시로 표현되는 나레이터 목소리로 들어보기를 권한다.
여행의 현장에서는 마저 채울 수 없는 내면에 깔리는 고즈늑한 명상의 시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가는 영상만 보고있어도 삶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정화됨을 느낄 것이다.
이 땅 곳곳의 특별할 것도, 자랑거리도 없는 일상적인 풍경들은 어느새 삶의 허전함을 채워주는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될터이니..
쓰윽~ 넘겨 보는 책!
그림에 가득한 물소리 바람소리가 마음에 흐르고,
풍경과 삶을 스케치한 짧은 글들은 맑은 시가 된다.
주제를 정해 두었지만, 주제가 장소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깊은 계곡이었다가 넓은 바다였다가 거친 들판으로도 간다.
다만, 그 속에 숨쉬는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담고, 풍경들이 이물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공통점으로
장소의 다름은 같은 주제에 녹아 같이 흘러간다.
강원 한계령, 전북 무주, 제주 추자도, 영남 알프스...
언제 한번이라도 차갑거나 멈췄던 순간없이 (p.31) 삶을 이어온 내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들...
그만 나는 가슴이 짠~해 지고 만다.
눈을 쉬게 하는 풍경, 마음을 내려놓게 하는 글, 풍경과 글 사이를 돌아나와 둘을 묶는 끈이 되는 음악.
그 음악이 선택되어 풍경속에 녹아들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이야기.
읽던 책을 잠시 밀어 두고 컴퓨터를 켜서 놓쳤던 방송을 다시 클릭해 음악을 들으면
이제 배경이 된 음악은 그냥 흘러가고 잊혀지는 음악이 아니라, 귓전에 고여 재생을 반복하는 이명으로 남는다.
내겐 여행서 보다는 명상서로 남은 책이다.
이맘 때 쯤의 고향 언덕배기, 제일 먼저 등불을 켜 마을을 환하게 해 주던 살구나무처럼
일상에 매여 지쳐있는 육신에 물소리, 바람소리 데려와 마음을 헹구어 주었던 고마운 책이다.
그저 그림만 넘겨 보아도 마음에 환 한 살구꽃 피는 소리 들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