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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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는 인연이 닿지 않는 책은 아닐까..생각했었다.

서평단에도 미끄럼을 탔었고, 도서관에서는 대출 대기자 만 5명, 사서 봐야지..했던 마음은 줄줄이 올라오는

서평들로 인해 읽은 것보다 더 많은 내용과 감상들을 듣고 느꼈던지라 '대단한 책이군' 싶으면서도 식상해지고 있던 참이었다.

얼굴을 본 지는 수년이 넘었고, 가끔 문자로 안부만 묻던 사람에게 뜻밖의 택배, 책을 가끔 훑고있다는 것을

기억했음인지 동봉한 책이 신경숙님의 '엄마를 부탁해'다.

이렇게 이 책을 만나게 되는구나..싶은 반가움과 읽는 사람마다의 심금을 울렸다던 내용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겠구나..하는

되바라진 마음이 없지 않았다.

...

책을 덮는 순간까지 애석하게도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는 다수의 평이 틀렸다게 아니다.

이미 무수한 서평들로 인해 나는 예방주사를 수차례 맞았고, 아마 여기쯤 눈물을 쏟게했을 내용들이 포진해 있을거라는

몰랐으면 더 좋았을 사전지식(?)때문에 감정 이입에 태클 덕(?)이었다 우기고 싶다.

 

엄마의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다거나,

지나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옆에 있는 엄마를 한 번 더 보듬어주고 불러 보아야 겠다는 생각은

이미 나 보다 먼저 읽은 이들의 특허낸 생각들 같아서 갖다 부치기도 민망하다.

 

충분히 내 개인적으로도 감동적이었고, 한국문학의 새로운 금자탑을 세웠다는 문학계의 평에 한 표 던진다.

 

그러나,

왜 이 소설을 아무도 연애소설로 읽었다는 평이 없는지 아쉽다고 한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무수한 서평 속에 언급이 거의 없었던 곰소 아저씨 이야기.

엄마의 독백으로 담담하게 내 놓은, 전쟁통에 수십만 사람이 죽은 일이 그들 둘의 관계보다 더 잘 이해가 될 것이라 던

짠~하기만한  사랑(?) 이야기.

 

밀가루가 담긴 함지를 훔쳐 눈앞을 캄캄하게 하던 사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 한 번 더 웃게 해 주고 싶었던 사람,

삼십년 동안 힘겨워서 찾아가면 위로가 되던 사람,

죄였고 행복이었던 당신 앞에 손목 한 번 못잡게 해 기품있어 보이고싶어 했던 여자의 마음,

어딘가를 함께 가보자고 하는 말에 철렁 내려앉던 가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시작하면 다시 가서 보고 싶은 사람.

 

헛헛하고 힘든 삶이었으나 엄마에게도 비밀스런 위로가 존재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만 칭찬해 주고 싶어진다. 

아버지의 뒤늦은 후회가 그리 밉게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곰소아저씨 얘기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엄마를 잃고 난 가족들의 자책과 후회기로 읽혔을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엄마의 삶이 그리 한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는 반전의 로맨스로 인해 나는 끝없이 안스러운 엄마에서 나아가

이뿌고 소녀같은 아름다운 엄마를 만났다.

 

이후, 누구 하나쯤 더 이 책의 후기를 연애소설로 읽었다는 글을 보게 된다면 그와 나는  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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