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미술관

하하 미술관 - 영혼의 여백을 따듯이 채워주는 그림치유 에세이
김홍기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9년 1월

그림은 그냥 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냥 보기만 해서는 잘 알 수없는 그림이 많다.

그림에 담긴 기법과 표현방법, 작가의 내면에 담긴 얘기를 어떻게 표출했는지, 상징하는 바는 뭔지...

그 깊이를 향해 다가가자면 끝이 없다.

 

그래서 멈칫, 심호흡을 하게 된다. 다가가기가 겁이 난다.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구나. 그림은 좀 어렵구나. 비싼 그림들이 다 이유가 있구나...

 

몇 몇 유명 화가 그림들의 진위여부가 이슈화되고, 특정 작가들 그림은 나오기만 하면 경매 최고가를 기록하는 동향이다.

그림은 봄으로 즐거워지고 마음의 위안이 되는 예술품이 아닌, 새로운 재테크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얘기들에

그저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인해 즐거움을 얻는 문외한인 나 같은 사람은 씁쓸할 뿐 아니라,

그림이 어떤 특정한 부류쪽으로 자꾸 멀어져 가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하하미술관!!

참 쉽고도 경쾌한 제목이다.

아이들용 '그림 안내서'를 연상시키는 표지는 그림에 대한 선입견을 방심(?)하게 만들어 주저없이 펴들게 하는 고도의 책략인듯 싶다.^^

'패션큐레이터 1호'의 명예에 빛나는 저자답게 (외모 조차 패셔너블(?)해서 '그림보다 남자'(?)라고 불러주고 싶어진다.^^)

그의 얘기는 귀에 빨리 스며들고 그림에 금방 동화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일기를 적거나 오랜 지인을 앞에 둔 것처럼.. 소소한 일상으로 말을 걸어와 그림으로 연결해 가는 이야기는 따뜻하고 깊이까지 있어

그의 목소리를 따라 그림에 눈을 옮기면 그림속에 들어있던 숨은그림들이 차례로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아, 여기 새가 있었군, 꽃이 구름이, 추상으로 흘려 놓은 마음까지..

 

글을 읽기 전의 그림과 글을 읽고 난 후의 그림은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의 변신만큼이나 다채롭다.

그리고,연신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뭘 안다는 듯, 알 것도 같다는 듯...

오, 신기함이여!!

 

표지에 있는 '웃는 얼굴- 소년' 작가 이순구님의 웃는 얼굴 시리즈에서 느끼는 환한~ 행복감이나

조장은님의 스물다섯살 아가씨의 유쾌한 생활 시리즈는 그림이 너무 친근해서 와락 껴안고 싶어진다.

이땅의 울트라 슈퍼 파워를 자랑하는 아줌마들의 적나라한 일상이나 꿈꾸는 편안한 휴식을 대변해 주는

이인청님의 그림에선 이건 나를 위한 그림이라는 위안을 느끼고

김정란님의 아이에게선 내아이의 맑은 모습이 투영되어 있음을,구본주님이 표현한 이 시대의 아버지들 모습에선

지친 어깨로 들어오는 남편과 어린시절 아버지가 오버랩된다.

 

그림 한장에서 느껴지는 촌철살인에 웃게 되고, 눈을 떼지 못한 채 누군가를 불러내서 기억하게 한다.

새로운 경험이다.

단순히 그림을 소개하는 안내서가 아니라 그림 치유 에세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를 알것같다.

처음 책을 읽기 전에 보던 그림과 다 읽은 후의 그림이 이토록 달라지다니..

 

이 책은 멀게만 느껴졌던 그림들을 서서히 내 곁으로 걸어오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서서히 내 곁에 머무는 그림들을 느낄 것이다.

저자에게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