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해즈빈
아사히나 아스카 지음, 오유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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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s been.

현재완료형.

현재 진행형이나 다가올 미래형 보다 희망의 메세지나 생동감이 현격히 줄어든 것을 느낄 수있다.

현재로선 끝나버린 이야기 일테니 말이다.

슬픈 과거일 수도 있고 다시 되돌리고 싶은 과거일 수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완료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없다는 것.

읽는 것 만으로도 잠시 우울해진다.

 

기실 사람이 좀 더 나은 삶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것은 과거의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지혜나 지식일 것이다.

(물론, 돈이나 배경일 경우가 우울하게도 확률이 더 높다.)

리리코..

그녀는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는 학원 열등의 반에서 최우수 반으로 자존심 하나로 싸워 올라가고,

'러너스 하이'의 쾌락을 공부에서 느끼며 그녀의 시험 전승의 경험과  쌓은 지식으로 최고의 대학과 최고의 직장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보기에는 번듯한 삶을 살았다.

치열하게 살아내며 쌓아가던 직장내에서의 위치가 어느 한순간에 흔들리기 시작하고. 한직으로 밀려나면서

자신감을 잃은 그녀는 표면적으로는 결혼이 이유였지만, 직장을 그만 둔다.

하지만, 누구와도 소통할 수없는 자존심은 삶에 피로감만 더해주고 고용안전센터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로 부터

해즈빈..

과거에 한이름 날리던 사람,이젠 한 물 간 사람. 지금까지 말간 물 속에서 살아왔지만,아무리 봐도 행복한 얼굴은 아닌..(P.47)

자신의 얼굴을 들키게 된다.

 

아이를 갖게 되는것도 두렵고, 아파트 아줌마들처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는 것도 용납이 안되는,

부모와의 관계마저 불편하고 소원한 '적응장애'를 겪고 있다.

이루어 낸 것이 높고 많을수록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지는 것일까?

선망의 대상이고 일류의 대열에서 유지했던 자존심은 누구나 당연하듯 누리는 평범함의 일상속으로 스며들게 하지 못하고

늘 피곤하고 긴장감이 점철된 삶으로 유리되어 나온다.

한바탕 쏟아낸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는 더이상 현재완료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으로 살아가고 싶은 그녀의 소망이 들린다.

마지막, 구마자와의 잘못(일부러 잘못 가르쳐 준 게 확실한..)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더 이상 해즈빈의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리리코의 쓸쓸한 웃음소리가 가슴 아팠다.

그녀의 웃음 소리가 조금씩 더 명랑해져서 '자존심'으로 버텨온 삶이, 평범하지만 '자긍심'을 찾아내는 긴장을 늦추는 삶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군조 신인문학상'은 한때 내가 심취했던 하루키와 연결되어 있어 낯설지 않은 이름이다.

하루키가 이 상을 받을때, 누구도 지금의 하루키를 상상할 수없었으리라.

그저 참신한 신인에게 힘을 주고 새로운 문학에 힘이 되기를 바랬을 뿐.

처음의 하루키가 그러했듯, 이 책의 작가인 아사히나 아스카도 시대를 뛰어넘는 훌륭한 작가가 되기를 나는 바란다.

현재완료를 떠나 과거완료형이 되어버린 우리의 자존심 위에 새로이 뿌리 내린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필력을 느낄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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