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옛날 맛집 - 정성을 먹고, 추억을 먹고, 이야기를 먹는
황교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다 그렇겠지만, 이맘때쯤이 유독 감기가 쉽게 걸린다.

감기야 병원에 가면 7일만에 낫고, 안가면 일주일이면 낫는다는 말처럼

왔다 가기를 무시로 하지만, 이맘때쯤에 앓는 감기는 유달리 아프고 고생스럽다.

미련스레 앓지 말고 약지어 먹으라는 주위사람들의 지청구에도 아랑곳 않고 묵묵히 견디는 것은 ..

먹으면 얼른 낫는 약을 몰라서가 아니라 '감기엔 누가 뭐래도 유자차지..'하며 오래전부터  감기로 앓는 내몸을

데워왔던 고향 유자의 노오란 향을그리워하는 탓이라 여긴다.

 

몸이 기억하는 맛이 있다.

봄이면 쑥을 넣은 도다리국, 여름의 콩국수, 가을 콩대불 위에서 구워 먹던 전어, 겨울 어리굴젓..

어려서 먹고 자랐던 그 맛들은 잊은듯 가려 있다가도 그 계절이면 느닷없이 몸의 세포들을 깨워

'맞아..이 맘때쯤 그게 제맛이지'를 고이는 침과 함께 기억하게 한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님의 소문난 옛날 맛집전은 그런 기억들의 총체이자,

아직 몰라서 기억되지 못했던 새로운 맛의 재부팅 안내서이다.

각각 추억, 정성, 머리, 이야기로 먹는, 음식 이야기는 단순한 맛집 추천책이 아니라

맛에 대한 추억과 풍경과 사람이 어우러져 저잣거리에서 어울려 먹는 푸짐하고 뜨끈한 국밥같은 느낌이다.

 

마산에서 출생했다는 저자의 맛의 기억은 내 어릴적 고향과도 이어져 있어,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릎을 치며 '정말 그랬었어..'를 연방 달면서 읽게 했다.

바다에는 생명의 맛이 있다(P.18)편에서 쇠 맛 같은 '화~'한 굴 향이라든가 조개의 육즙에 대해 말할때는

나는 어느새 고향의 바닷가에서 굴쩍을 뱉어내며 굴을 까먹는 얼굴 까만 아이가 되어서 그맛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어렸을적 그 많던 해삼이며 가리비, 참게, 대수리,낙지같은 해산물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환경오염과 바다 오염이 주범이라고 모두 알고 있지만, 나는 어쩐지 그 많은 것들이 훈족을 피해 서로마로 이동한

게르만족처럼  어딘가로 대이동을 해 그들의 왕국을 세우고 지금도 와글와글 잘 살고 있다고 믿고싶다. --;;)

무료급식과 밥동냥이라고 해서 그냥 넘어가지 않고  연암의 말을 빌어 겸양의 마음으로 베풀 것과 염치를 기를 것을 당부한다.

 

맛 칼럼니스트를 입맛 까다로운 사람이라고 정의하는 그의 음식평은  전문가니 당연하다 싶다가도 비슷비슷한 음식의 미묘한 차이를

알아내기까지의 들인 공이 수월치 않음을 짐작할수 있다.

음식에 녹아있는 지방의 정서와 특색, 음식에 얽힌 사람이야기, 음식이 주는 위로와 위안, 음식에 대한 단상, 부모님을 모시고

먹을 만한 음식점 소개까지 음식에 문화라는 접미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내용과 주장들이다.

 

인터넷에 어디의 맛집만 치면 주루룩 올라오는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로 소개하는 맛에 대한 기억과 소개들이

더 미더운 것은 쉬운 검색에 너무 쉽게 데여 본 경험의 보상이라 여긴다.

( 서울과 수도권에 치중된  맛집 소개가 변방에 살고 있는 나같은 독자들에겐 아쉬울 따름이지만..말이다.)

 

음식은 그냥 음식일 뿐이라는 독자들에겐 권하고 싶지 않은 책, 책값으로 맛있는 음식 한 그릇 사먹으라고 권하는 책,

아름답고 행복한, 슬픈삶이 담겨있다고 믿는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다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라하지만 행복 가득한 만찬 차려진 이 책을 펴는 순간, 

장담하건데... 벌써 우린 이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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