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았니? - 물음이 가득한 동시
김유철 지음, 송정초등학교 어린이들 그림 / 상상박물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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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라는 말이 주는 느낌때문에 나는 너무 김용택 시인의 마암분교 아이들의 시를 떠올리고 있었던가 보다.

눈에 보이는대로, 느끼는 대로, 꾸미지 않은 울퉁불퉁한 단어들이 파릇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 눈에 의해 쓰여진 동시를 생각했었다.

 

처음 들어가는 시, 모순1. 을 잠깐 읽어보자!

 

이건 동시가 아니야

 

동시처럼 쓰여 있어도

동시집에 실려 있어도

동시는 아니야

 

이걸 쓴 사람이

동시가 아니라니까

동시가 아니야

 

지은이가 아이들이 아니라고 적혀있고, 동시처럼 쓰여 있어도 동시가 아니라고 처음부터 밝혔음에도

서너 장을 읽을 때 까지도 아이들이 적은 시라고 혼자 생각했던 건 '동시'라는 막연한 천진함을 믿고 있었고

곁들여진 삽화들에서 느끼는 '아이들 스러움'이 한 몫했다.

장을 넘길수록, 생각의  심오함이 아이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추천의 글과 지은이의 말을

읽고 난 후, 철학을 공부한 저자의 물음이 가득한 동시라는 걸 알았다.

'아, 그러면 그렇지...' 이상하게 안도의 숨이 내 쉬어졌다.

아이들의 천진스러움을 읽을 수 없었던 시 내용에 대한 안도 였는지

시의 수준에 못 미치는 내 감각의 위안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만약, 이게 아이들의 시였다면..사고의 깊이와 논리적 접근의 수준 높은 물음에 대해 놀랄수는 있었겠지만,

기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치, 논술 시험을 위해 책을 읽고  점수에 영향을 미치는  생각들로 답안지를 써내는  요즘 아이들의  

세련되었지만 울림은 없는 답안지를  볼 때 느끼는 심정이랑 비슷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다시,

시로 돌아와 읽는데..지은이의 약력 덕분인지.. 이번에는 시 한줄이 철학 한 줄이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도 생각하고/ 생각이 없다고 생각할 때도 생각ㅎ고/ 생각하기 싫다고할 때도 생각해..

그런데도 사람들은 나보고 생각 좀 하고 살래/ 늘 생각하고 있는데도 생각 좀 하고 살래 (P.26 생각1)

 

해가 지다/꽃이 지다/ 짐을 지다/ 빚을 지다/ 그늘이 지다/ 얼룩이 지다/ 장마가 지다/ 홍수가 지다/ 신세를 지다/ 싸움에 지다/

어떤 지다가 같은 지다고,/어떤 지다가 다른 지달까?(P.120 지다 )

 

이 외에도 내 자신을 향한 물음, 보이는 사물에 대한 물음, 보고 느끼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사고..

쉽게 읽히지만 이 웃기는 물음들에 대해..읽는 아이들마다 나름의 생각에 잠겨 머리를 갸웃거리기도하고 조용히

끄덕거리도 할 내용들로 꽉 차있다.

물음이 가득한 동시라는 부제에 맞게 동시와 철학적 사고의 유기적 소통을 읽는아이들이 자연스레 느낄 수 있게 시도해

다양한 생각들로 가지를 뻗는 신선함이 가득하다.

시를 읽고 느낌을 그린 송정초등학교 아이들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묵직하던 시가 읽은 아이 나름의 재해석 과정을 거쳐

아이다운 눈높이로 다시 표현되어 있음도 느낄수 있다.^^

다소 무거운 시 주제에 대해 시마다 짧은 덧글을 달아 아이들이 어디에 맞춰 시를 이해할 것인가의 촛점을 잡아준 것도 

시를 이해하는데 ( 나같은 어른도..--;;)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

 

철학적 사고를 향해 던지는 답이 없는 천진한(?) 물음들은 커가는 아이들에게 나와 세상을 보는 방법에 대한

여러갈래 길을 조심스레 보여준다.

시를 통해 생각을 키우고, 다양한 생각들로 한 뼘 더 성숙되어 갈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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