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나도 모르게 슬며시..아침에 눈을 뜨면 손톱을 확인해 보는 몇 일이었다.

 

어릴적 텔레비젼에서 했던 '전설의고향'.. 클라이맥스에서의 무서운 장면에서 두손으로 눈을 가렸다가,

궁금함을 못참고 슬그머니 벌려 본 손가락 사이로 딱!! 마주치던 오싹한 형상(귀신이거나 구미호였거나..)의 눈동자들..

잠을 청하다가도 그 독기서린 눈빛들의 잔영때문에 자꾸만 이불을 머리위로 덮어 썼던 기억들..

오랜만에 그 으스스하면서도 아드레날린의 가쁜 숨소리를 다시 느꼈었다.

 

라만고!!

이 생경하고도 주술적 의미가 다분한 존재로부터  주인공은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에서 사건은 이미 진행중이고..

사건은 꼬리와 꼬리를 물고 점점 미궁으로만 들어가고, 주인공 홍지인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 조차 점점 얽혀가는

사건의 실타래 안으로 얽혀 들어온다.

라만고..이 손톱을 먹어치우는 존재로 하여금 "선의 끝은 악이요. 악의 끝은 선이다"라는 윤회적 사상이 깔려 있는

이야기는 악을 징벌하는 악이 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물어오는 것 같다.

죄가 드러날 때 마다 하나씩 빠지는 손톱..

그 조여오는 고통을 감당할 수없어 스스로 뽑아버리는 착란..

인용된 이상의 '거울'의 시 한구절이 내가아닌 나와, 나이긴 하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나의 간극을 잘 말해준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섬뜩함이 드는 리얼한  사건묘사,

이야기가 전개 될 수록 더한 미스테리로 옷을 덧 입는 라만고의 존재,

이상의 시 '거울'을 반복적으로 들려줌으로 깨닫게 하는 자아찾기의 암시,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휙,휙 들릴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흡인력이 이 소설의 메리트다.

끝으로 갈 수록 더 무명화가의 추상화같은 난해함에 정신을 바짝차리며 (간혹, 읽었던 부분을 다시 정독해 가며^^)

읽어야 했던 긴장감도 좋았다.

 

덧붙이는 작가의 말에서 '공포소설 작가는 인성 자체가 본래 잔인하고 포악할 것이다.'라는 편견은 진실과 정반대에

가깝다는 말을 읽고 혼자 웃었다.

홍길동의 말을 빌리자면.. '소설을 소설로 읽지 못하고 자서전으로 보는'.. 이들의 시선에 불편함을 자주 느꼈음직한

작가의 고충이 보이는 듯 해서..^^

되쳐 말하면..그만큼  사건자체의 묘사가 뛰어나고 이야기의 파닥거림이 살아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인간내면의 악과, 회개를 모르는 썩어가는 영혼들에게 스릴러의 빠른 발걸음으로 삶을 되돌아 보게 하며

뉘우침없이 그냥 흘려 보냈던 망각된 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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