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꿀벌의 예언 1~2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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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통용되는 모든 진리를 담은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줄이면 '공짜 점심은 없다'라고 했던가?

공짜 점심이 없는걸 알면서도 공짜라면 양잿물도 들이키고 보는 결핍 있고 없이 사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공짜 점심의 유혹은 언제나 유효하고 위력적이다.

먹고 나서 '물이 제일 맛있다'라고 야마리 없는 말로 마침표를 찍고 손모가지를 내놓을지라도 눈앞에 놓인 공짜 점심

을 물리치기란 조영남의 노래처럼 겸손만큼 어렵다.


한국인들이 업어 키운(그전엔 자라나라 머리머리씨였으나 최근에 빛을 발산한다는 뜻의 이름으로 바뀐) 배광배씨!

아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꿀벌의 예언]이 한반도에 상륙하자마자 몇 주 째 베셀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90년도 초, [개미]를 읽고 우왓! 이런 소설이 있다니. 이건 필시 개미 인간이 쓴 소설일 게야 하며 3권을 시간으로 치자면 24시간, 날짜로 따지자면 사흘 만에 독파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인들에게 먹히는 작품을 써서 그런지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고 베르베르도 한국에 대한 애정을 피력하며 방한도 자주 했었다.(나는 한 번도 못 봤지만.)

세상에 이런 소설이?? [개미] 이후, 세간의 충격적이다, 재밌다 하는 책들은 기회가 닿지 않아서 왠지 끌리지 않아서 읽지 않다가 몇 권 읽은 다른 작품들은 그냥 그래서 손이 안 가던 작가이기도 했다.


내가 나태와 쉬 결탁하고 안위를 위해선 간도 떼 주고 무위도식을 최고의 삶으로 지향하며 사는 사람이지만, 누가 재밌다고 하는 일에는 귀가 솔깃해 제법 행동이 빨라진다.

[꿀벌의 예언]이 베셀 상위 칸에 랭크되고 있고 재밌다고들 하는 소문이 들리던 차에 우연히 서평단 신청을 받는다 걸 알았다.

냉큼! 신청해서 떡! 하니 되었다.


맨날 하는 일이 똑같은데, 하루도 같은 날이 없어 책 읽을 시간도 정신도 없었으나 다 안 읽은 채로 서평을 적긴 날마다 쪼그라들어 소멸 직전이기는 하나 쥐불알 만한 양심이 아직 남아 있어 기필코 다 읽었다.

공짜 점심 따위 앞으론 거들떠도 안 보리랏!! 다짐을 하면서.



[개미] 류의 이야기일 줄 알았다.

일벌, 꿀벌, 병정벌, 취사벌, 청소벌, 여왕벌...벌집 안에 사는 각종 벌들이 나름의 영역을 구축해 완전 구조에 가깝다는 벌집을 어떻게 유지하고 어떻게 존속시켜가며 그 안에서 어떤 일이 펼쳐지는지 꿀벌의 눈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줄 알았다. 

(내가 작가도 디렉터도 아니라는 걸 항상 잊는다. 그러나, 독자도 빗나가더라도 상상할 자유는 있지 않은가?) 좁은 벌집 속에서 벌어지는 그런 이야기는 니가 써보란 듯 우리의 배광배씨는 과거와 미래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중세 십자군 전쟁에서 미래 3차 세계대전 이후의 상황까지 그리는 스케일 큰 그림을 소설 속에 담았었다.


2047년 7월을 마지막으로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꿀벌이 사라지고 4년 후 인류도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위기에 처한 인류 구원에 나서는 최면술 신봉자인 역사학자들의 예언서 찾기 대 모험이다.

주인공인 르네가 최면을 통해 2053년의 지구를 보고 오게 되고, 디스토피아의 암울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중세 시대에 쓰인 [꿀벌의 예언]에 유일한 해답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책의 행방은 묘연하고 르네는 자신의 교수이자 동료인 알렉상드르와 그의 딸 멜리사가 함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면서 예언서를 찾아 나선다는 내용이다.


최면을 통해 각자의 전생으로 찾아가 신비한 경험을 하며 [꿀벌의 예언]서를 쓴 사람, 쓰이게 된 배경, 전해지는 과정, 숨겨진 장소 등을 현실로 돌아와 이야기하며 각자 최면의 기억을 조합해 행방을 쫓는다.

추리소설의 기법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중세가 배경이고 중간중간 므네모스: 라는 챕터를 넣어 이야기 구성에 도움이 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중세가 구교와 신교,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전쟁으로 인해 영토도 문화도 변해왔던 것처럼 성경적 지식이나 세계사적 지식이 있으면 훨씬 다채롭게 읽히고 이해가 깊어지는 이야기였다.

꿀벌이 자취를 감춘 후 식량난으로 3차 대전이 발발한 이후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르네의 전생인 십자군 성전 기사단 멤버인 살뱅이 썼다는 [꿀벌의 예언]서를 찾는 과정은 (공짜 점심 잘 먹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지루했다.


끝심하면 최면을 통해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이동해 지금의 나인 전생의 여러 사람을 만나는데 예언서를 찾기 위한 실마리 제공자들이긴 하지만 단순하고 치고 나가는 전개를 좋아하는 성마른 나 같은 독자는 쫓기는 주제에 똥 마렵다고 화장실 찾는 것처럼 답답했다.

나도 안다.

세계사적 지식도 종교적 이해도도 부족해 책이 온전히 내게 스며들지 않아 그렇다는걸.


베르베르 씨는 잡학적이고도 박학적인 지식이 충만한 사람이란 걸 그의 책을 한 권이라도 읽어 본 독자라면 다 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루함을 견디지 못해 단편 소설을 썼으며 그가 소설에서 다룬 주제들의 다양성만 봐도 얼마나 박학다식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 많은 지식들이 흘러넘치는데 한 권의 책에 한 분야의 이야기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듯하다.

종교, 전쟁, 건축, 미술, 신화, 과학, 명상, 인물들이 시대를 뛰어넘어 갑툭튀 콜라보를 만들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데, 장황했다.


전생의 위기의 순간들이 긴장감이 넘치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전생은 이미 지났으며 현생의 그 사람이 건너간 걸 아는 이상 그리 스릴 있지 않았고, 르네가 가르쳐 주어 르네의 전생인 살뱅이 기록했으나 르네도 모르는 마지막 한 페이지 미래의 내용을 알고자 800 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읽어야 한다.


베르베르는 해피엔딩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건, 참 바람직한 삶의 지향점이자 독자로 하여 불안감 없이 책을 선택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겠으나 이것도 이미 정해진 결론이겠는 걸 .. 중반부터 눈치를 채게 되면 책 내용이 덜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동료 교수의 딸이 남편에게 맞고 친정에 와 함께 [꿀벌의 예언]서를 찾아 나설 때부터 애인한테 배신당한 르네와의 썸이 시작되겠구나 예측했고 예측이 맞았는데 왜 실망스러운 건지도 이상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 기후들에 대한 경각심이 이 책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는 것 하나만 건져도 괜찮은 책이긴 했다.(물 말고도 맛있는 게 있었다는 얘기다. 흠흠.)


미래를 알려주는 예언을 알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

베르베르도 실제로 명상과 최면을 통해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참, 여러 가지 하는 작가다.

이젠 다이어트도 좀 해야겠고 나이 들수록 체면도 차릴 줄 알아야 하니 공짜 점심은 되도록 사양토록 해야겠다.

체면을 알게 하는 최면술, 이런 거 없나?

체면이 안 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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