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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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하는 곳에 층이 달라 일이 있을 때만 마주치는 사람이 있는데 빈 박스를 찾았다.

용도를 물으니(내가 아니고 그곳의 오래된 직원이) 책을 부쳐야 되는데 마땅한 박스가 없어 혹시나 하고 와 봤다며 책 세 권을 들고 있었다. 적당한 박스를 내 주면서 재밌는 책이냐고 묻는데 나도 끼여 책을 살펴봤더니 한 권은 내가 읽은 책이고 (이언 매큐언의 어톤먼트)였고 하나는 자계서 하나는 추리소설이었다. 책 주인도 어톤먼트는 읽을 만하지만 두 권을 권하지 않노라며 책을 포장했다.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에 보면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어 본 사람만이 내 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 뭐 그런 구절이 나오는데 이언 매큐언의 어톤먼트를 좋게 평가하는 걸로 봐서 책 좀 읽는 사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말았는데,

퇴근 무렵, 나를 찾아와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읽어 봤어요? 물었다.

이언 매큐언에 대해서도 책 내용에 대해서도 그 책 나도 읽었다는 말도 않고 어딘가로 보낸다는 책들을 눈으로 훑어보며 잠깐 고개를 끄덕였을 뿐인데 굳.이. 찾아와 최근 가장 핫하다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묻나 싶어 조금 놀랬고 당황했다.

같은 층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고, 정해진 시간만 끝내고 나면 있었는지도 모를 실습생일 뿐인 나에게 찾아와 책 이야기를 물어주어 감동할 뻔했다.

"재밌다고 소문났던데 아직 읽지는 못했습니다."했더니 내일 가져다줄 테니 읽어 보란다. 감사지 감사야.

다음날, 출근했더니 캐비닛 안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펀딩으로 출판했는데 엄청난 판매를 올려 작가마저 놀라고 있다는 인터뷰를 읽었었다.

빌려준 책을 살펴보니 2020년 7월 1쇄이고 12월 230쇄다. (검색해 보니 2021년 1월 290쇄다!!!)

어어어~~ㅁ처어어~~~ㅇㅇㅇ나다!!

주말 동안 휘리릭 읽었는데 이 엄청난 판매 부수의 힘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도저히 찾지 못했음이 안타까웠다.

꿈을 파는 꿈 백화점에 수면 상태로 찾아오는 사람을 상대로 원하는 꿈을 팔고 그 꿈을 꾸고 난 후의 느낌이 자동으로 저장되면 돈으로 환산되는 수익구조다.

층마다 팔고 있는 꿈의 장르가 다르고 꿈 제작자들과 판매자 직원, 단골손님들이 있어 맞춤 제작으로 단골의 취향에 맞는 꿈을 적시에 안겨주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그 동네 핫 플레이스다.

달러구트의 전설적인 조상 이야기, 꿈을 통해 연결되는 현실적인 해결책, 판타지 동화에서 본 듯한 이상한 이름의 동물들, 꿈을 통해 이루지 못했던 이야기를 이룰 수 있게 되는 동화적 요소, 그리고 개성 있는 직원들과 꿈 제작사들.

꿈을 팔고 사며 이루어지는 파생되는 이야기의 판타지다.

처음엔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떠오르더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도 구성이 비슷하군 싶어졌다. 기시감이 들었다는 거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나 앗, 싶은 에피소드 없이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이 오밀조밀 붙어 나왔다. 지루하지는 않았으나 몽환적 상상세계의 오색창연함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매일 꾸는 꿈에 대해 어디선가 이런 꿈을 파는 곳이 있어 이렇게 반복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한 꿈이 계속 나오는 거겠지 하며 책으로 낸 번뜩이는 아이디어에는 점수를 주지만, 꿈을 신뢰하지도 판타지를 믿기엔 너무 현실에 시달린 오래된 연식의 사람이 읽기엔 안 입던 란제리를 입고 자다 꾸는 꿈처럼 신산했다.

처음 낸 책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고 문학상이나 문예지 등단용으로 쓴 소설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한없이 가벼우나 교훈이나 감동 한 줄 쯤 남기고 가야지 하는 문장들에서 화사첨족을 읽었다.

재밌다고 소문이 나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고 다음 주에 지를 예정이었는데 빌려 읽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싶어 후기들을 몇 편 읽어 보았더니 감동해서 울었다는 사람, 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면 본방사수하겠다는 사람, 올해 최고로 재밌게 읽은 책이라는 사람, 어느 문학상을 받은 책보다 낫다는 사람...

혹평은 없더라.

결론은,

나만 이상한 사람.

늘 남의 성공을 시기하고 맛있는 포도는 모두 신 포도라 칭하며 다니는 콤플렉스가 있는 사람인 셈이다.

아무렴 어떨까마는.

빌려준 사람에게 감사하며 나도 재밌는 책을 한 권 선물할 생각이다. (내가 이렇듯 바르고 바람직한 사람임을 강조할려고 쓴 문장은 아니나, 대개는 그렇다.하하하)

그러나,

내가 아주 몹쓸 블랙 컨슈머는 아니라는 변명의 한 줄.

아직 꿈을 믿고 내가 모르는 장밋빛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기대 가득인 10대들이 읽으면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말로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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