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쳐야지 하지만 이미 일부가 되어 떼어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지적도 받고 장식적인 효과도 없지만 떼어 낼 수도 알아서 떨어지지도 않는 쇠고래의 등에 붙은 따개비같은 거랄까.
내 경우엔 미리 미리가 안된다는 거.
그러나, 오늘은 죽을 힘을 다해 '더 좋은 일을 위해 하기 싫은 일 하나쯤 해치워야지' 하는 따개비를 뜯어내는 심정으로 서평을 적는다.
남쪽으로 꽃놀이를 가기로 했으니까. 하하하하.
재밌게 읽은 책이다.
ZOO로 출판 되었던 책을 제목을 달리해 나왔는데 나는 처음 읽었으나 제목을 바꾼게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ㆍ
오츠이치는 17세때 이미 작품을 발표한 아주 유명한 추리 스릴러 작가지만 필명을 달리해 가며 여러장르의 소설을 쓴 작가로도 유명했다.
로맨스를 쓸 때는 오달달, 스릴러를 쓸 때는 오츠이치, 따뜻한 이야기를 쓸 때는 오감동 이런식으로 브랜드화 된 이름이 있다는 건데, 자신이 중학교때 사용했던 계산기 상표 'Z1'에서 따온 오츠이치의 필명으로 낸 소설들이 나는 제일 재밌다.
왜냐하면, 오츠이치로 발표한 작품 밖에 읽어 보지 않았기 때문. 껄껄.
11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 중 대여섯 편이 영화화 되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읽었으나 한 편도 보질 못했다.
( 일본영화는 우리나라에 잘 소개 되지 않고 소개 되더라도 로맨스가 많고 로맨스라도 잘 보게 되지 않는다는 메커니즘같은게 있다. 물론, 나만)
"누나, 우리 이 방에서 나갈 수 있을까?"
작품마다 논란과 찬탄을 불러일으키는 천재작가 오츠이치의 귀환!
띠지에 이렇게 적혀 있는데, 표제작인 '일곱 번째 방'에 대한 이야기이자 오츠이치에 대한 한 줄 요약을 잘 나타낸 편집자의 내공이 드러난 한 줄 이다.
추리 소설을 읽을 때면 나름 추리를 해 가며 읽는다.
이 사람은 너무 뻔해서 범인에서 제외, 저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인물이 아니라서 제외, 읽다보면 작가가 알아서 제외...
'일곱 번째 방'에서는 방에 갇힌 남매가 어떻게 탈출을 할 수 있을지 도저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하고 마지막의 반전에서 앗!! 허를 찔린 기분과 함께 "오츠이치!! 천재군, 천재야!!" 진짜로 박수를 쳤다ㆍ
제한적 공간에서 시간이 되면 아웃 당한다는 설정이 영화 '큐브'를 떠올리기도 했지만 짧은 단편이라 훨씬 쫄깃하게 읽었다ㆍ
첫번째 작품이 너무 강렬해 뒤에 나오는 단편들은 고만고만해 보였으나 다른 작가의 최고작보다 휠씬 팩트가 강한 작품들이었다ㆍ
맨 마지막 '옛날 저녁놀지는 공원에서'같은 단편은 두어장 밖에 안되고 어디 떠돌아 다니는 이야기와 비슷한데도 이상하게 섬찟해져서 '모래속에 함부로 손 넣을 것도 아니군'싶어진다ㆍ
블랙코미디와 잔혹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등 뒤가 서늘해 지면서 누군가 나랑 책을 같이 읽고있는 듯한 느낌이 드니 밤에는 읽지 마시라 권하고 싶다ㆍ
이런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 상상력이 선천적으로 부족한 현실안주형인 나같은 사람은 소설 같은 걸 쓰기엔 애초에 틀렸구나ᆢ싶어지기도 한다ㆍ노력을 폄하할 마음없고 재능보다 노력이라고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피나는 노력이 돈오점수라면 천재들의 수월함이야말로 돈오돈수가 아닐까 싶다ㆍ어쩔수 없이 부럽다ㆍ
그리하여 나는,
찌질한 부러움을 끝으로 적기를 마치고 봄이 가득할 남쪽으로 떠난다ㆍ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