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강펀치 안전가옥 쇼-트 7
설재인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재밌게 읽었다' 또는 '진짜 재밌더라'라는 추천 문구가 달린 책은 일단 장바구니에 담는다.

나도 공감할 만한 승률은 0.2할 정도다.

취향이 달라 실패할 때도 있고 홍보문구에 속아 실패할 때가 많다.

시간도 돈도 아까워 추천한 사람과, 산 책과, 팔랑 귀 나한테 욕을 해 대다 나름 터득한 승률 높이기 자구책이라는 게 생겼는데, 아주 간단하고 단순한 결심. '추천한다고 바로 지르지 말자'였다.

스스로 신중하고 깊이 있는 사람이 되어가는 뿌듯함을 느끼는 대목이기도 한데(껄껄), '다른 매체에서 같은 책을 추천할 때는 지른다'이다.

지난주 인기 블로그( 믿을 수만은 없는 홍보용 블로거들이 많다는 걸 주의)의 침샘 분출 칭찬기를 읽었는데, 이번 주 읽을 만한 책 코너에서 또다시 발견했다면 이건 방점을 찍어 두고, 인기는 없는 블로거들(이런 블로거들은 출판사의 후원없이, 공짜 책의 유혹에 홍보성 서평을 쓰는 일 없는, 애련에 물들지 않고 희로에 움직이지 않는 바위 같은 내돈내산 자의 당당 혹독 후기를 마음껏 쓸 수 있어 신뢰하는 편이다. 나처럼. 하하하)

재밌는 책은 누가 읽어도 재밌다는 게 진리인데 재미없는 책도 재밌다고 혹하게 쓰는 기술이 인기 블로거들의 전략적인 힘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연마할 생각은 없다.

사뭇 강펀치, 이 책이 그러했다.

두 번의 추천과 비인기 블로거의 솔직 평으로 선택한 책.

꼼꼼한 선택이 가져온 소이불루. 음화화화.

언제나 그렇듯, 사두고 숙성되기를 기다린 책 중 한 권이었는데 선택의 계기가 책이 작고 부피가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고등학교 때 수업 시간에 숨겨가며 빠져 읽었던 하이틴 로맨스 사이즈의 책이어서 네댓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예상을 뒤엎고 놀랍게도 서너 시간만에 다 읽었다.

너무 재밌어서!

훅, 강펀치를 맞은 기분- 얼마 만인가.

이 책을 추천한 블로거들을 신뢰하기로 했다.

빛의 속도로 작가 검색 :

외고 수학선생님을 그만두고 복싱 7년 차 체육관 최고참, 자존감의 원천은 넙치근과 전완근.

그럴 줄 알았다. 팔 다리의 남들은 별 신경 안 쓰는 부분 근육에 자존감을 불어 넣은 여자 선생님.

믓찐데!

세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중생 복서 현진과 그의 친구 윤서가 합심해 체육계의 기득권과 불의를 향해 날리는 [사뭇 강펀치], 사이비 종교 단체 같은 '증마'의 교주를 아버지로 둔 주리가 자신의 외모와 성을 이용해 교세를 확장하고 이익을 추구하는 남친과 동료를 어떻게 처단해 가는지를 보여주는 [그녀가 말하기를], 전문대를 나오고 악착같이 사회적인 지위를 확보해가는 쌍둥이 동생과 석사과정의 백수 언니 사이 펼쳐지는 갈등과 무속적인 괴담, 동생의 실종으로 이어지다 훅, 하고 들어오는 반전의 [앙금].

세 편 모두 어퍼컷에 맞은 듯 턱이 얼얼했으나 뒤로 갈수록 강도가 세어지지고 다양한 기술이 들어와 책을 다 읽은 후, 쎈 놈을 만났군! 싶어졌다.

맞고도 희열을 느껴 간만에 나도 승률을 올린 선택이었다.

전작주의 주의보다!

일단, 전작주의 반열에 올라오면 묻따않 팬이 되는지라 마른 오징어에서 엑기스를 짜내는 기분으로 신중해지려 하지만, 이미 안다. 스며들고 말았다는걸.

윤이나 작가의 추천의 말이 있는데,

"[사뭇, 강펀치]를 펼칠 때는 조심해야 한다. 죽일지언정 죽지는 않으며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은 젊은 여자들이 가드를 올린 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적고 있다.

동의한다ㆍ그리고 그 여자들이 기회를 엿보다 날린 전완근에서 나온 펀치에 맞아 그로기 상태를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설재인 작가의 책을 장바구니에 싹 쓸어 담고 보니 이번 달은 책 지출비가 배로 늘었다.

그러나, 재밌는 책은 언제나 옳다. 끗.

...을 낼려다 보니 비루하고 비굴한 내 서평의 흑역사가 돌연 떠올라 변명과 해명의 한 줄을 더 넣기로.

나도 한때 공짜 책에 현혹되어 내 취향도 아니고 재미없는 책에 대해 홍보성 서평은 남긴 시간들이 있었음을 고백. 힘들었고 양심에 가책이 되었으나 끝까지 비굴하지 않았던 것은 7:3으로 홍보용 멘트와 진심인 멘트를 적절히 배치했다는 것.(6:4 나 5:5의 경우도 있었ᆢ각설. 나 아니고는 어디까지가 홍보인지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구분할 수 없다는 게 함정.)

개과! 천선은 멈. 십여 년 전부터는 공짜에 양심을 파는 글은 안 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점. 진짜 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