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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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몰입해서 읽으면 하루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인정받은 시대의 구라쟁이 황석영 작가 책이고 내용도 재밌어서 휘리릭 읽힌다.

이백만, 이일철,이지산 - 일제강점기부터 해방될 때까지 철도원을 지낸 삼대의 이야기가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를 당하자 본사 공장 굴뚝 위로 올라가 복직투쟁을 벌이는 이진오를 통해 회상되는 내용이다.

400여 일을 굴뚝 위에서 생활하면서 가족들이 겪은 경험을 통해 힘들고 어려웠던 시대사를 조명하는데 한국의 근현대사를 어렵지 않게 이해하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그 시대의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일제 강점기 식민지 민초들의 삶은 피폐했고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을 때 철도원이라는 괜찮은 기술을 가진 아버지,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를 가진 이진오의 집안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었다.

철도원 삼대가 어떻게 한 세기를 겪으며 걸어왔는지는 이진오의 할머니이자 이일철의 아내 신금이를 통해 정리되고 화자 되는데 신식 공부를 했음에도 귀신을 볼 줄 아는 신금이 여사로 인해 이 책은 감칠맛을 더하고 신비하고도 재밌는 이야깃거리로도 가득한 책이 된 듯하다.

산업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워 그들의 근현대 백여년에 걸친 삶의 노정을 거쳐 현대 한국 노동자들의 삶의 뿌리를 드러내 보고자 했고 유년기 추억이 깃든 고향의 이야기이며 동시대 노동자들의 이야기로 한국 노동자들에게 헌정하려 한다고 작가의 말에 밝혔다.

일제강점기라는 치욕의 시간 속에서 어떤 이는 그들 덕분에 밥을 빌어먹고 살고 어떤 이들은 그들을 쓰러뜨리기 위해 지하운동을 멈추지 않는데, 이일철과 이이철 이 두 형제의 이야기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노선은 틀렸으나 어쨌든 세상이 조금씩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코민테른, 주의자, 빨갱이, 앞잡이, 끄나풀, 독서회,오르그,레포...그 시절 지하조직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쓰던 말이 자주 나오는데 나도 생소한 단어가 많았고 요즘 아이들은 들어 본 적이 없을 듯한 말들이 많아 그 시절을 이해하는 데 도움 되는 시대 이해의 보충 서로 도 괜찮을 듯싶었다.

일제강점기 하층민 이백만이 철도 수리원이 될 수 있었던 우여곡절과 이일철이 철도 기관사가 되기까지의 입신양명, 이지산이 어린 철도원으로 꿈을 펼치려 했을 때 발발한 한국전쟁은 한 가족사의 일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100년의 역사를 꿰는 서사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을 하거나 지하조직으로 민중을 깨우치고 식민지 민족으로 영원히 살지는 말자는 의식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므로 지금의 우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상과 외세의 간섭으로 이산의 고통과 민족의 분단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언젠간 극복해야 할 우리의 과제임을 느끼게 했다.

중간중간 이념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에서 자칫 지루해질 수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나타난 신금이 여사와 증조 할머니 주안댁으로 인해 이야기는 내 이웃의 이야기가 되고 했다.

하루 종일 이 책 한 권 읽느라 아무것도 못했으나, 하루 종일 다른 일하느라 이 책을 못 읽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은 뿌듯함이 있었다.

어려운 책은 아니나 쉽게 읽어선 안 될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가 빼곡하다.

황석영 작가가 1989년 방북했을 때 평양에서 만난 어느 노인에서 비롯된 이야기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의 노동자와 이 시대의 노동자가 나아졌고 달라졌는지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던 책이기도 하다.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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