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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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쉬면 하루 종일 책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쉬어보니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날이 더 많다.

체내에 누적된 피로는 내 몸을 누이고 내 눈을 감겨 책과 멀어지게 하고 있다.

일단 누우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먹는 것조차도 귀찮다.

그리고, 지칠 만큼 자다 깨면 이제 남들은 잘 시간이다.

어차피 밤은 조용하게 지내야 하는 때니 미뤄 둔 쌓인 집안일을 하느라 북적대는 건 이웃이나 가족에게 예의가 아니다. 그냥 조용히 책을 읽는 수밖에 없다. 남들이 다 잘 때 읽는 책은 방해받지 않아서 좋다.

한 밤에 든 책을 다 읽고 나니 창밖이 뿌옇게 밝아오고 다시 다른 사람들은 일어날 시간이었다.

간만에 재밌게 후루룩 읽은 책이다.

스릴러라 지루하지 않고 약간의 오컬트와 촌철살인의 유머가 적절히 버무려져 있어 좋았다.

처음 읽어 본 작가인데 이 책을 읽고 나서 검색해 보니 작년에 '초크맨'으로 엄청난 독자층을 확보하고 이 책으로 영국의 여자 스티브 킹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었다.

이 작가를 알게 돼서 기쁘고 아직 읽지 않은 전작 초크맨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쉬는 동안 읽으라고 친구가 보낸 준 책. 무려 11권. 이 상자에서 맨 처음 간택 당한 책이 '애니가 돌아왔다'였다. 감사하고 행복하다.

폐광이 있는 곳에서 벌어진 이야기다. 친구들과 호기심으로 들어간 폐광이 사실은 다른 용도로 설계된 유골들의 무덤이었고다. 어둠 속에서 동생이 사고를 당해 숨을 쉬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서 우왕좌왕하는 사이 동생이 사라진다. 실종 신고를 내고 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친구들과 다른 곳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어 둔 생태라 동생이 폐광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무서움에 떨고 있는데, 48시간 만에 동생이 돌아왔다. 죽은 줄 알았던 동생이 웃으며 -

도박중독으로 도박빚을 갚지 못해 살해 위협을 당하는 조는 이메일 한 통을 받고 도망치듯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모교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사건의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간다. 폐광에 들어갔다가 나온 후 미쳐가다 자살한 친구에 대한 재 조명, 아직도 폐광 희생양이 반복되어 나타나는 동네, 폐광을 통해 영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암에 걸린 첫사랑, 그리고 동생을 잃을 당시 어울려 다녔던 불량했던 친구 스티븐과의 악연 정리...

숨 쉴 틈 없이 사건이 전개되는 건 아니지만 느슨해지지 않았다.

도박 빚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는 현실의 조와 20년도 넘은 악몽의 사건이 다시 재현되면서 과거의 조각들을 가지고 현재의 사건을 풀어나가는 조의 시니컬한 유머가 감칠맛을 더해 주어 스릴러임에도 강 약 중강 약의 고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관되어 있는 사람들과의 드러나지 않는 관계, 생각지 않았던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스릴러임에도 유쾌하게 읽었다. 스릴러를 잘 읽지는 않지만 올해 읽은 스릴러 중 최고다.

아쉬운 게 있다면,

'애니가 돌아왔다'의 제목에서 주는 암시적인 효과가 별로 없어 살짝 김이 빠지긴 했다.

애니가 돌아온 후 이상행동을 보이는 애니에 대한 관찰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기이한 일들을 기대했는데 이상하긴 했으나 크게 활약을 하지 못하고 그냥 이상한 채로 죽어버려 뭐지? 했다.

죽었다 살아났고 표정과 행동이 이전의 동생이 아니라고 했으니 공포영화에 자주 나오는 천장에 매달려 걸어 다닌 다든가 우물 속에서 기어 나온 다든가 괴력을 발휘해 침대를 이고 서있다든가 하는 걸 기대했는데 그냥 냄새가 심해지고 알 수 없는 중얼거림과 오줌을 자주 싸고 섬뜩하게 째려보는 것이 다이다.

다른 희생자도 그렇고.

책 띠지에 '불을 끈 뒤에도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강렬한 공포!'라고 썼는데 불을 끄니 그냥 잠이 왔다.

그러나 다 읽기 전에 불을 끌 수 없는 건 확실하다. 눈에다 불을 켜고 읽을 수 있다면 모를까.

스티븐 킹의 문체나 구성을 많이 닮아 스티븐 킹 작품을 좀 읽어 온 사람이라면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구나 생각이 금방 들긴 하겠더라만 대부분의 스릴러 작가들이 스티븐 킹을 흠모하고 킹만큼 쓰길 원하지만 그렇게 되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다. C.J. 튜더도 킹의 영향을 받긴 했지만 두 번째 펴낸 책이 이 정도 탄탄한 구성과 스토리, 재미를 가졌다는 건 스티븐 킹의 아성을 넘볼 수 있는 작가 가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본다.

최근 스티븐 킹의 책을 잘 읽지 않아 모르겠는데 마지막 읽었던 킹의 책은 킹도 힘이 많이 빠졌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있는바.

재미있는 책은 언제나 옳다.

재미있는 책을 선물해 주는 친구는 언제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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