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반도 반만년 역사 중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들이 수도 없지만, 반대로 치욕의 역사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라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일제 강점기 35년이 가장 뼈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병자호란도 일제 강점기에 버금가는 치욕의 역사라 본다.
창비에서 안명기 원작의 병자호란을 정재홍의 만화로 그렸다.
아이들 보는 학습만화가 아니라 연령대 구분없이 볼 수 있는 교양만화다.
병자호란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사실적인 전달에 비중을 둔 내용이었다.
상.하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 권만 보았다.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긴 했으나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이라는 부제를 단 이 만화는 병자호란만을 들여다 보는 것에 나아가 주변국들의 정세와 변화, 새로운 흐름을 함께 싣고 있어 세계사적 안목까지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병자호란의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 많은데, 그 이유가 조선의 왕이 야만족이라 생각했던 청의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를 행한 삼전도의 굴욕이 충격적이면서도 후세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 여긴다.
최근 매스컴에 이슈가 된 병자호란을 담은 가장 대표적인 장르로는 김 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화 된 '영화 남한산성'이 먼저 떠오른다. 인조가 청나라의 군대를 피해 강화도로 가려다 실패하고 남한산성으로 간 46일간의 행적을 그린 내용은 만화 병자호란과 같다. 영화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어서인지 이병헌이 맡은 최명길과 김윤석이 맡은 김상헌의 대립구도에 포커스를 맞춰 척화냐 주화냐 설전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둘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역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지루한 감을 주고 역사적인 흐름을 다 읽어 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