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병자호란 - 하 -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 만화 병자호란
정재홍 지음, 한명기 원작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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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리 반도 반만년 역사 중 자랑스럽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들이 수도 없지만, 반대로 치욕의 역사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나라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일제 강점기 35년이 가장 뼈아픈 역사이긴 하지만 병자호란도 일제 강점기에 버금가는 치욕의 역사라 본다.

창비에서 안명기 원작의 병자호란을 정재홍의 만화로 그렸다.
아이들 보는 학습만화가 아니라 연령대 구분없이 볼 수 있는 교양만화다.
병자호란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보고 사실적인 전달에 비중을 둔 내용이었다.
상.하 두 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 권만 보았다.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인 사실이긴 했으나 [격변하는 동아시아, 길 잃은 조선]이라는 부제를 단 이 만화는 병자호란만을 들여다 보는 것에 나아가 주변국들의 정세와  변화, 새로운 흐름을 함께 싣고 있어 세계사적 안목까지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병자호란의 내용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 소설이 많은데, 그 이유가 조선의 왕이 야만족이라 생각했던 청의 홍타이지에게 삼배구고두를 행한  삼전도의 굴욕이 충격적이면서도 후세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적인 교훈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 여긴다. 
최근 매스컴에 이슈가 된 병자호란을 담은 가장 대표적인 장르로는 김 훈의 소설 '남한산성'이 영화화 된 '영화 남한산성'이 먼저 떠오른다. 인조가 청나라의 군대를 피해 강화도로 가려다 실패하고 남한산성으로 간 46일간의 행적을 그린 내용은 만화 병자호란과 같다. 영화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어서인지 이병헌이 맡은 최명길과  김윤석이 맡은 김상헌의 대립구도에 포커스를 맞춰 척화냐 주화냐 설전으로 영화가 전개되어 둘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역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지루한 감을 주고 역사적인 흐름을 다 읽어 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런 것에 비해 만화 병자호란은 역사적인 사실을 토대로 조선의 상황과 인조의 내면, 됨됨이,판단력을 비중있게 다루었고 병자호란 당시 싸웠거나 비굴했거나 제 몫을 담당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다루었다. 왕이나 대신들만 있는게 아니라 백성도 있었고 볼모로 끌려간 왕세자와 수많은 민초들이 있었다는 걸 각인시키는 내용이었다. 단순하게 비교할 건 아니지만 영화에 비해 훨씬 크게 넓게 읽히는 책이었다.

인조 개인적인 비극으로 끝나지 않은 역사여서 더 참혹하지만 볼모로 보낸 소현세자가 돌아왔을 때 소현세자를 대한 인조의 태도와 아들이 죽고 나서 그 가족들을 대한 처사를 보면 비겁하다 못해 비굴해 보인다.
만화가 마무리 되는 즈음에서 병자호란 당시의 상황과 지금 한반도가 놓인 상황을 비교해서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역사는 항상 되풀이 되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케 하는 부분이었다.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북중정상회담..한반도 핵으로 인해 정세는 시시각각으로 바뀌고 끝없이 새로운 상황들이 발생하는 가운데 누구와 손을 잡고 누구와 어깨를 나란히해 슬기롭게 위태한 국면을 극복해 나갈지는 위정자의 바른 판단에 있음을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7년 된 병에 3년 묵은 쑥을 구한다."는 맹자에 나오는 말을 인용해 늦더라도 지금 시작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는  일침은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말이라 느꼈다.
병자호란 당시 추위와 굶주림 속에 절망과 슬픔을 곱씹으며 끌려가야 했던 수많은 선인들의 고통을 추념하며 책을 마무리 한다는 작가의 말에 동의하며 이런 만화를 통해서라도 역사를 알아간다면 치욕스런 과오가 되풀이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되었다.

가제본으로 읽었으나 정본이 나오면 세트로 구입할 생각이다.
선물로도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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