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얼굴
아베 코보 지음, 이정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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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로 깊은 인상을 받았던 아베 코보의 실종 삼부작 중 한 권이다. 고등학교 시절 니콜라스 케이지를 처음 접한 영화. 언니랑 야간자율학습을 빼먹고 몰래 극장으로 향했던 그 시절. 오우삼 감독은 이 [타인의 얼굴]이 아니였다면 그렇게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나'는 화학연구소의 직원으로 실험 중 액체질소의 폭발로 얼굴 전체에 화상을 입게되어 얼굴 피부를 잃게 된다. 그로부터 시작된 그의 내적인 방황은 심리적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된다. 어느 정도 변함없이 그에게 친절한 아내. 붕대로 칭칭 감고 회사에 다녀야 하는 그.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 등. 모든 것이 엄청난 시련이였으리라.. 그는 출장 기간 중 가면을 만들기로 하고 그것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결국 그는 아내로부터 버림받고 추락하게 되버린다.

책에서 많은 부분 차지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와 갈등. 아내와의 문제가 왠일인지 남의 일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의 존재, 존재감. 타인이 나를 향한 존재감. 가족이 나를 느끼는 존재감. 타자성에 대해서 끊임없이 생각했다. 얼굴을 잃고나니 삶과 소통의 모든 것은 얼굴이였다. 얼굴이 없는 그는 타인과의 소통에서 단절되고 가장 가까운 아내로부터도 단절되었다고 생각하게된다. 나와 여러 사람과의 관계는 둘째치고 나와 가장 가까운 단 한사람과의 소통만이라도 아늑했으면 그는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 합리화하지만 타자성을 인정받길 원한 것도 아내였다.

얼굴. 번역가의 말처럼 오늘 날 우리는 몇 개의 얼굴, 가면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진실된 얼굴은 언제,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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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6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경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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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대작들이 아니면 내가 그 어떤 것의 도움을 얻어 인생에 대해 숙고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종교, 영화가 있겠지만 책이야말로 마음껏 상상에 내 마음을 온전히 맡겨 둘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이 책은 한 편의 희곡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희곡에 등장하는 파우스트와 악마 메피스토를 축으로 많은 신화적 인물(신)들이 등장한다. 지극히 난잡하고, 속된 대화들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인간세상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테가 일생을 바쳐 완성했다는 [파우스트]는 이 책에서 탄생한 인물은 아니라고 한다. 15세기에서 16세기의 요한 파우스트라는 마술사의 전설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다. 파우스트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얻고자하는 욕망으로, 끊임없이 노력하는 인간의 표본이다. 하지만 수 년간의 학문탐구에도 불구하고 허탈한 마음은 금할 방법이 없고...해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맺게 된다.  메피스토는 파우스트를 위해 봉사하며 온갖 환락과 파우스트의 욕망을 채워주고 그 대가로 파웋스트의 사후의 영혼을 메피스토가 차지하는 내용의 계약이다. 이로서 인간의 두 번째 비극은 시작된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딴 것이 첫 번째요, 파우스트의 악마와의 계약이 두 번째 비극인 것이다. 하지만 엔딩은 천사들이 파우스트의 영혼을 차지하는 것으로 끝난다.

얼마 전 다른 책을 읽으며 '파우스트'를 읽어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었다. 난 이미 거친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내 아이들은 나를 포함한 속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 떨어져 한 숨 돌리며 그들의 언행을 응시하는 여유를 갖길 바라며 고이고이 책장에 두고싶은 책이다.

인생은 마냥 행복하지도, 즐겁지도, 불행하지도 않음을 파우스트에서 잘 볼 수 있는 것처럼 한 조각의 조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잘 안다. '한 조각의 조언'이라고 하기엔 파우스트엔 방대한 사건들이 담겨있다. 두 번, 세 번 읽으며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여행에 동참하는 것은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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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의 사상과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서사시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7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사순옥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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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보여지는 짜라투스트라. 즉, 니체의 사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일까? 초인? 어린아이? 철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얼핏 들어보았을만한 '짜라투스트라'는 결국 나의 공감을 그다지 이끌어내지 못하였다.

이유는 가장 사적인 이유가 첫 번째이다. 여자는 장난감이니, 여자는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느니 등등 여성비하의 사상이 치명적인 첫 번째 이유이다. 왜 그럴까? 대부분의 생명체는 암컷을 통해 세상의 빛을 보고, 인간도 당연히 여자의 몸에서 비롯되는 것을...
'아직도 여자는 우정을 맺을 능력이 없다. 여자들은 아직도 고양이요, 새이다. 아니면 고작해야 암소이다.' ----- page 76
짜라투스트라는 산 속에 은둔하며 10여년동안 초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화자찬하지만 그의 사고의 편협합은 책 곳곳에 나타나있다.
두 번째 이유는 그의 사상은 너무 극을 향하고 거칠다. 자유분방한 어린아이를 동경하지만 어린아이는 결코 거칠거나 무섭지않다. 어린아이의 눈빛은 영롱하고 영혼은 맑다. 하지만 짜라투스트라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의 이상적 인간상 초인도 마찬가지.)


그의 독서론이나 국가론, 성직자 등 다수의 관점은 나와도 많이 비슷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것들 조차도 그의 표현은 꽤나 거칠다.)
모든 글 중에서 나는 다만 피로 씌어진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그대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독서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독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책 일기를 배우게 되면 누구나 마침내 글 쓰는 일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일까지도 망쳐 버릴 것이다.  ----- page 52
니체에게 있어서 국가는 선인과 악인을 막론하고 모든 백성들이 독을 마시게 되는 곳이지만, 성직자라는 위대한 인간도 역시 너무나 인간적이라고 한다.

몇 줄의 리뷰로 '니체'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은 샅샅이 읽어야한다. 내가 느낀 니체는 방랑자요, 거칠것 없는 야수요, 드넓은 광야같다. 그가 추구하는 초인도 결국은 니체도 단 한 명의 인간이기때문에 풀 수 없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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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 - 플라톤이 본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진수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6
플라톤 지음, 원창화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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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기원전 469 ~ 399의 사상가이다. 플라톤은 그의 제자로 기원전 527년경 그리스에서 태어난 철학자이다. 플라톤의 사상에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는 플라톤의 저서에서 모두 소크라테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 잘 알 수 있다.

이 책에는 네 편의 글이 실려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향연', '파이돈', '프로타고라스'
이 네 편의 글로서 소크라테스, 플라톤에 무지했던 것을 상당 부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루소의 [에밀]에 이어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은 나에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적극 반영하고자 다짐했다. (이런 것이 고전의 힘이 아닌가 싶다. 거듭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현재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정치적으로 모함을 당하고, 그런 성격으로 고발을 당해 아테네 시민들과 변호인 앞에서 그의 입장을 논하는 것이 잘 나타나있다.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는 여러분에게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지만 여러분을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신을 따를 것이고, 또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리고 힘닿는 데까지 지혜를 사랑할 것이며,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지 여러분을 타이르고 설득할 것이고, 내가 늘 하는 다음과 같은 말로 가르치는 것을 결코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 page 28
여기에 소크라테스의 입장이 잘 나타나있다. 소크라테스의 죄목은 신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말로써 타락시켰다는 것인데 그는 신의 뜻으로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파이돈'에서는 독약을 마시기 직전, 그리고 사형이 집행된 직후까지 함께한 소크라테스의 친구와 그 외의 철학자들의 대화편이다. 여기에서도 소크라테스의 지혜를 향한 집념이 잘 나타나있고, 특히 죽음, 영혼, 육체에 대한 그의 철학적 사유가 자세히 나와있다.
'만일 내가 지금 지혜 있고 선한 신들에게로 가는 것이라는 신념이 없다면, 죽음이 코앞에 닥쳐 있는 지금 내가 슬퍼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 오히려 죽은 후에는 무엇인가가 있으며, 옛날부터 전해 오는 바와 같이 선인에게는 악인에게보다 훨씬 더 좋은 무엇이 있다고 하는 큰 희망을 품고 있네.' ----- page 140


상상하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의 지혜를 오늘날 이토록 감동과 교훈을 받으며 읽을 수 있다니... 기분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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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은 영혼의 편지 -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여의사 릴리가 남긴 삶의 기록
마르틴 되리 지음, 조경수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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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면,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생각할 때처럼 가슴이 먹먹해진다. 단지 그들만의 아픔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수 만명의 사람들의 고귀하고 사연많은 목숨을 가볍게 묻어버린 히틀러를 증오하고, 나치들을 증오한다.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유대인 출신의 한 여성, 릴리 얀의 죽음으로 향하는 기록이다. 그녀의 아이들과 주고받은 실제 편지가 발견되어 릴리 얀의 손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릴리 얀은 독일인 유대인으로 부모님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비유대인과 결혼한다. 상대는 의학공부 시절의 동료로 정말 같은 인간으로 대우해 주고 싶지않은 인물이다. 릴리 얀은 그를 너무 사랑한 죄를 지었다. 불우하고도 상처있는 그를 보듬으며 그가 원하는 독일의 어느 시골 소도시에서 결혼 후 부부의사로 개업을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의 핍받은 갈수록 교묘해지고 악랄해진다. 많은 유대인들이 독일을 떠났지만 그녀는 그곳에 머물렀다. 영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남편의 의기소침함으로 그 기회마저 보내고 결국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되고 더 이상 그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결국은 게슈타포에 의해 체포되어 강제노동수용소에 갖히게 된다. 그녀의 막내 딸은 두 살이였다.

첫 째 아들, 둘째 딸이자 장녀 일제, 그리고 나머지 세 여동생들을 어른의 보호도 없이 남겨두고 어느 날, 갑자기 갇히게 된 릴리 얀. 그 고통은 상상할 수 없다. 아들은 15살이 되어 입대하게 되고 집에는 네 명의 아이들만이 남게 된다. 가끔 애들 아빠, 에른스트가 돌봐주고, 에른스트의 새부인 리타도 돌봐주지만 아이들과 리타와의 갈등은 심해지기만 한다.

편지에서 나타나는 엄마를 향한 그리움. 엄마없이 살게되는 처참한 전쟁 중의 일상들. 표현할 수 없는, 다 표현해서도 안되는 검열되는 편지들이 마음을, 마음을..자주 울컥하게 했다. 책으로 엮으면서 들춰내야했던 아들, 딸, 그녀의 손자, 손녀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 누더기를 걸친 엄마의 모습을 숨어보았던 일제.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을까.. 릴리 얀도 그녀의 아이들이 얼마나 가슴 찢어지게 눈에 밟혔을까.. 난 단 하루도 내 딸들과 떨어져 지낼 수가 없는데... (혹, 병원에 입원해서 하룻 밤이라도 못보게 되어도 이미 내 가슴엔 무거운 돌덩이가 차버리는데...)

이 책은 2차 대전의 독일계 유대인 여성의 깊은 상처를 잘 나타내고 있다. 나치의 횡포와 엄마없이 방치되는 아이들의 삶. (그럼에도 정부의 배급으로 외관상으로는 그럭저럭 꾸려지지만)이 원본의 편지로 가감없이 알 수 있다.

그녀의 유일한 삶의 목적이자 단 하나의 기쁨이였던 아이들. 그녀의 모든 것을 앗아가고, 단, 하나도 지켜주지 못했던 남편 에른스트. 릴리 얀은 끝내 아우슈비츠로 이송 된 후 거기서 삶을 마감했다. 이 절망적인 결말이 전쟁이 남길 수 있는 최종 결과물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자이기에, 엄마이기에 더 가슴이 아팠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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