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77
잭 런던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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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의 짧은 삶이 순탄하지 않았던 잭 런던의, 흡사 작가의 치열했던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듯한 이 책은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벅'이라는 개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겪어야 했던 이야기이다. 따뜻한 남쪽 지방의 어느 한 가정에서 편안하게 살아온 벅은 집안의 배신자로 인해 알래스카의 썰매개로 팔려가게 된다. 그 순간부터 벅은 내던져진 삶을 살게 된다. 숨겨진 본성, 야성을 발견해가며, 그러면서도 자신의 은인인 손톤에 대한 강한 애정을 버리지않고 그와 함께하게 되지만 자신이 자리를 비운사이 인디언들의 공격에 죽은 손톤을 마지막으로 인간세계와 단절하고 그만의 세계에서 유령 개로 군림하게 된다.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몽둥이를 든 인간'에 관한 사건들은 잔인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는 매우 치열한 생존을 위한 몸부림. 그리고 목숨을 지켜내기위한 최소한의 깨달음이 된다. 벅은 영리하게도 정말 자존심이 땅바닥에 내팽겨쳐지는 상황을 잘 극복한다. 가죽과 뼈 밖에 남지않은 초라한 몸뚱이에 멈추지 않은 몽둥이질을 당하는 벅. 가해자인 인간. 최후엔 강한 자신을 찾고 원시적으로 포효하는 벅이 최근 몇 년 동안의 내 삶에 물결을 일으켰다.


유랑같은 삶을 끝내 극복하지 못하고 사실상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이야기가 번역가의 해설로 자세히 나와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자연이나 동물에 관한 책을 더러 읽긴 했지만 이 책은 그보다 흥미롭고 나의 일상에 더 자극이 되었다. 역시 책은 나를 깨어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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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박성수 옮김 / 문예출판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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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는 프로테스탄티즘. 직업윤리로서 프로테스탄티즘이 갖는 의미와 오늘날 자본주의의 시대에 어떤 식으로 접목시킬 수 있는지 생각하게되는 책이다.

나는 '자본'과 '종교'는 막연히 어울릴 수 없는 관계라고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베버가 펼치는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적 의미는 우리가 직업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도덕적 행복과 안위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익숙한 벤저민 프랭클린의 설교가 재미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 이 글을 풍자적이고 독설적인 <미국 문화의 모습>에서 소위 양키의 신앙고백이라고 조롱했다고 하는데, 이 특별한 자본주의 정신이 최종적으로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면 직업에서 프로테스탄트 교파의 중심 교리는 어떻게 설명될까?
이는 신을 기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수도승적 금욕주의를 통해 현세적 도덕을 경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현세적 의무를 완수하는 것이라 보았다. 이러한 현세적 의무는 각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서 곧 '직업'이 된다. 또 어떻게 세속적인 일상적 노동이 종교적 의미를 갖는다는 생각이 발생했고, 이러한 의미의 직업개념이 최초로 형성되었는지 본문의 60페이지에 나와있다. (이는 내가 처음에 가진 의문이 풀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순서의 앤서니 기든스의 해설은 나와 같은 일반 독자에게 (비사회과학 전공자) 뿌듯한 부분이다.

소수에게만 부를 가져다주는 자본축적의 행위는 국가를 위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논리도 다시금 새겨보게했다. 편법증여로 부를 대물림하여 변태적으로 자본을 축적하는 일부 부자들. 그들을 옹호하는 대통령. 그들에게 이 책을 한 권씩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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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르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5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민용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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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덟살에 스페인 극우파에 의해 총살당한 시인. 로르카의 시선을 총 망라해 놓은 선집이다. 내가 그에게 붙이는 수식어는 천재시인, 국민시인 외에 자연시인, 혁명시인이다. 유난히 자연물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이를 비롯하여 동심을 빗댄 노래도 많다. 번역자 민용태 교수님의 설명에는 시인이 공산당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자유스러운 시인이라고 했지만 시 곳곳에 나타난 민병대에 대한 반감으로 볼 땐 (공산당 친구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느 정도 정치적 성향은 표출한 것 같다.

하지만 '시'만을 두고 시인을 상상할 땐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그는 스페인 특유의 한을 잘 노래한 시인이라고 한다. 당연이 그가 노래하는 한은 우리네 정서의 한과는 다르다. 진정한 것은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장 평범한 언어로 들려줌으로써 애증으로 얽힌 한을 넘어선다고 한다. (민용태 교수의 말)

그의 눈길을 받은 많은 자연물들이 빛이 되고 한의 아픔이 된다.

비.

어떤 잃어버린 삶에 대한 무서운 향수,
너무 늦게 태어났다는 숙명적 아픔,
혹은 어떤 불가능한 내일에 대한 불안한 꿈이
금방 다가오는 육체의 고통에 대한 불안과 만난다.

...

빗방울 하나하나 흐려진 유리창에서 떨며,
거기 다이아몬드 빛 성스러운 상처를 남긴다.
빗방물은 물의 시인들. 그 많은 강물들이 모르는
세계를 보고 생각하고 사색하는 작은 시인들.

...

page 44

또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에서는 묘하게 가슴저리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죽음을 직감한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있는 몇 편의 시들은 참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간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 page 155
'내가 죽거든
마음 내키면 그냥
풍향계 속에 묻어 주오'  ----- page 156
'나는 바다를 떠나
바다 밖에서 죽고 싶다.' ----- page 301

민용태 교수님의 번역 동기가 로르카 시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라고 한다. 비극적으로 짦은 생을 마감한 시인에 대한 사랑을 이 책 한 권으로 나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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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학문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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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막스 베버가 인생 말년에 강연을 한 것으로 그의 원숙한 사상이 농축되어 있기 때문에 베버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문헌이라고 한다. '직업으로서의 학문'과 '직업으로서의 정치'의 두 편의 강연과 베버 연구가인 볼프강 슐루흐터의 두 강연을 분석한 논문이 함께 실려있어 일반 독자의 편의를 돕는다.

나는 일단 직업으로서 학문을 지고 가는 사람이나(특히, 초등학교 교사) 정치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을 일단 불신하는 나로서는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보다 더 관심이 갔다. 아주 유명하고 인정받는 사회학자의 사상이 무척 궁금했다.

다행이겠지만 막스 베버는 '교사'와 '지도자'를 구분하고 있다. 그가 말했듯이 인간의 생활 전체 속에서의 학문의 사명은 무엇이며 또 그것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다. 특히, 고대 그리스인의 학문에 대한 태도와 결실의 예는 오늘날의 그 어떤 학자도 따라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누가 그런 진지한 고민을 한단 말인가?) 두 강연의 끝에 실린 여운이 가득 담긴 인용된 글은 막스 베버의 진지한 고민과 해답을 이끌어 내고 있다.

학문보다 더 한숨이 나오는 정치. 그의 강연에서는 일단 어떤 정치를 행해야 하는가의 문제는 제외시킨다. 보다 본질적인 정치와 광범위한 정치를 다루고 있는데 정치가, 언론, 저널리스트, 고대 정치의 여러 형태 등 다양한 곳에서 올바른 정치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두 가지 형태를 '정치를 위해 살거나', '정치에 의해 살거나'라고 말하면서 이 대립은 결코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가 소망하는 진정한 신념정치를 바라며 그 어떤 일에 직면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 이런 사람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고인이 된 대통령 한 분이 생각하는 대목이였다. 막스 베버가 소망하는 정치가가 많을 수록 안타까운 일도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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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겐 을유세계문학전집 14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홍진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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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대의 독자들에게 불륜과 성적 욕망을 도덕으로 간단히 단죄할 수 없는 '자연적 본능'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었다는 이 책. 라이겐. 지금을 살고 있는 나는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지만 작가의 활동 시기가 1900년대임을 생각하면 그 '충격'을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 사랑을 하는 인간들의 행태(내가 행태라고 하는 것은 라이겐에서 그린 사랑의 행위가 불륜이기 때문에)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다. 지금의 시대라고해서 그것이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불륜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존재하기때문에 그 크기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것이다.

라이겐의 불륜 묘사는 그리 직접적이지는 않다. 그냥 행위가 있었다.라는 것이지 그것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묘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건 중심이랄까.. 큰 축으로 두 개의 이야기를 구성되는데 각각 '라이겐'과 '아나톨'이다. 이것은 또 각각의 작은 에피소드로 나눠지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조금씩 연결되어 순환되는 구조로 읽는 재미가 있다.

'라이겐'은 당대의 문제작인만큼 하나같이 도적적으로 굉장히 해이한 사람들의 사랑이 나온다. 그것이 과연 '사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사랑에 시간을 중심으로 둘 순 없겠지만 이들의 사랑의 기간은 지극히 짧고 모두들 배반하고 있다. 하지만 인생과 사랑엔 정답이 없는 법. 이 점을 지각하고 읽으니 그냥 재미있을 뿐이다.

그에 비하면 '아나톨'은 데카당스적인 청춘들의 여린 사랑이야기가 펼쳐진다. 섬세한 마음을 가진 아나톨과 그의 친구 막스가 등장한다. 나는 '아나톨'을 더 즐겁게 읽었다. 왠지 결혼 전 연애시절의 나를 보는 것 같기도 하는 마음이 들어서...반추하는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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