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르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5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지음, 민용태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여덟살에 스페인 극우파에 의해 총살당한 시인. 로르카의 시선을 총 망라해 놓은 선집이다. 내가 그에게 붙이는 수식어는 천재시인, 국민시인 외에 자연시인, 혁명시인이다. 유난히 자연물을 소재로 한 시가 많다. 이를 비롯하여 동심을 빗댄 노래도 많다. 번역자 민용태 교수님의 설명에는 시인이 공산당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자유스러운 시인이라고 했지만 시 곳곳에 나타난 민병대에 대한 반감으로 볼 땐 (공산당 친구들을 제외하고서라도..) 어느 정도 정치적 성향은 표출한 것 같다.

하지만 '시'만을 두고 시인을 상상할 땐 너무도 가슴이 아프다.
그는 스페인 특유의 한을 잘 노래한 시인이라고 한다. 당연이 그가 노래하는 한은 우리네 정서의 한과는 다르다. 진정한 것은 이루지 못한다는 사실을 가장 평범한 언어로 들려줌으로써 애증으로 얽힌 한을 넘어선다고 한다. (민용태 교수의 말)

그의 눈길을 받은 많은 자연물들이 빛이 되고 한의 아픔이 된다.

비.

어떤 잃어버린 삶에 대한 무서운 향수,
너무 늦게 태어났다는 숙명적 아픔,
혹은 어떤 불가능한 내일에 대한 불안한 꿈이
금방 다가오는 육체의 고통에 대한 불안과 만난다.

...

빗방울 하나하나 흐려진 유리창에서 떨며,
거기 다이아몬드 빛 성스러운 상처를 남긴다.
빗방물은 물의 시인들. 그 많은 강물들이 모르는
세계를 보고 생각하고 사색하는 작은 시인들.

...

page 44

또 '나의 손이 꽃잎을 떨어낼 수 있다면'에서는 묘하게 가슴저리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죽음을 직감한 시인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있는 몇 편의 시들은 참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간 곳으로
가고 싶었어요.'   ----- page 155
'내가 죽거든
마음 내키면 그냥
풍향계 속에 묻어 주오'  ----- page 156
'나는 바다를 떠나
바다 밖에서 죽고 싶다.' ----- page 301

민용태 교수님의 번역 동기가 로르카 시인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라고 한다. 비극적으로 짦은 생을 마감한 시인에 대한 사랑을 이 책 한 권으로 나도 느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