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학
아리스토텔레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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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학'이라기 보단 시를 포함한 문학(예술)에 관한 철학가들의 깊은 사색과 견해, 그리고 약간의 이론서인 듯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호라티우스, 플라톤, 그리고 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가 실려있다. 고대 저술인만큼 완성본이 아닌 것도 있으나 해설이 덧붙여 있기에 읽는데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전공자가 아닌 나는 다른 이유로 이것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해는...누군가의 도움을 얻어야 할 상태이다....ㅠ.ㅠ

책을 받고 목차와 번역가의 네 편에 관한 설명부터 읽었는데 플라톤과 롱기누스의 저술이 관심이 갔다. 플라톤의 저서는 이미 읽어 본 적이 있고, 대화체로 되어있어 읽기에 조금 더 수월하였다. (줄간격이 시원스러운 편집도 따분함을 좀 줄여주었다.)

원래 플라톤은 시와 예술에 관해 따로 책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저술에서 찾아보면 플라톤의 시와 예술에 관한 태도는 부정적이다. 책에 실린 글은 플라톤의 [국가]의 제 10권 앞부분으로 20장이 채 안되는 부분이 실려있다. 이데아에 대한 개념과 비극에 대해서 살펴보고 모방론에서 본격적으로 예술을 열등한 것으로 몰아가는 듯 하다.

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는 과연 철학가가 정리한 '숭고'적인 의미는 어떤 것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읽었다. 핵심인 8장에 정리가 되어 있는데 숭고의 다섯 가지 원천을 살펴보면,

숭고한 문체의 가장 생산적인 원천은..

1. 위대한 구상 능력
2. 강력하고도 열광적인 감정
3. 문체의 적절한 구성
4. 고상한 표현법 (어휘의 선택, 은유의 사용, 언어의 조탁)
5. 품위 있고 고상한 조사

즉, 이 책의 논제가 '시학'이므로 롱기누스의 숭고에 관하여도 이 범위에서 문학에서의 '숭고한 문체'를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내가 생각한 것과 빗나갔지만 어쨌든 고대 철학가들의 다양한 시론을 알 수 있었고 약간 구식인 것같은 느낌도 조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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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스퀘어 을유세계문학전집 21
헨리 제임스 지음, 유명숙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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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의 해설을 읽고 아하~ 한다. 주인공이 얼마나 주인공답지 않으면 (못났으면..이라고 하기엔 그래도 캐서린은 자존심이 있다.) 책 제목도 꿰차지 못했을까... (캐서린의 고모보다 그녀를 과소평가 한 것은 딸을 얻은 후 모든 면에서 월등한 아내를 잃은 아비의 정신적 충격도 한 원인이 된 것 같다.) 이야기는 내가 바라는만큼 로맨틱한 해피엔딩이 아니였지만 돈과 사랑을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이미 엄마의 유산으로 상당한 재산이 있는, 그리고 뉴욕의 그 시대의 명망있는 의사의 상속녀, 캐서린은 '재산은 많고 머리가 나쁜 여자'라는 단호한 말로 평가하는 의사의 딸이다. 물론, 아버지는 아버지의 방식대로 외동딸을 사랑한다. 딸을 지켜주고 싶고, 딸의 모습에서 아내를 그릴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 나타난 모리스 타운젠드는 '성급함과 신중함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어야 얻을 수 있는 굉장한 전리품 = 캐서린'이란 목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하고 캐서린은 평생 단 하나의 사랑의 빠져버린다. 거기에 도움이 안되는, 주책맞은 작은 고모. 현실적이고 사려깊은 큰 고모 (그녀의 대사에 밑줄을 그었다. '난 사랑스러운 남편을 믿지 않아. 좋은 남편을 믿을 따름이야.'), 살짝 비추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모리스의 누나.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된 워싱턴 스퀘어. 이 모든 것들은 나를 조금씩 떨리게 만들었다. 세월을 되돌려 갈 순 없지만 상상의 하늘은 날 캐서린으로 만들고 마음을 붕붕~ 뜨게 했다^^

답답한 캐서린이지만 결국 상처입은 그녀. 이제는 평생 파티에서 타인의 친절한 사랑의 카운셀러의 역할만 하게 될 것 같은 외로운 캐서린. 그녀가 수 년 뒤에 찾아온 모리스를 매몰차게 거절한 것은 너무도 잘한 일이다. 그녀는 결코 멍청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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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텔 을유세계문학전집 18
프리드리히 폰 실러 지음, 이재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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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머리 위의 사과를 화살로 맞힌 명수 빌헬름 텔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자유와 혁명의 우상의 전설의 인물인 줄은 까막득히 몰랐던 나의 무지. 이 작품은 14세기, 폭정에 시달린 스위스 민중의 봉기와 그 가운데에서 활약한 빌헬름 텔의 이야기이다. 말보다는 단연코 행동으로 보여주는 빌헬름 텔의 결단력이 돋보인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평온하기만 했던 시간들은 없었나보다. 자신의 아들의 목숨을 담보로 자기를 몰아부쳤던 개인적인 감정과 그보다 앞선 폭군에 대한 반감은 (어이없는 모자에 대한 의식을 무시) 폭군을 살해하기까지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이 때문에 많은 부분이 삭제되고 공연이 금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스위스에서는 국민극으로 자리 잡아 해년마다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내가 누리는 자유를 내가 갈망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으로, 기본적인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우리 나라 역사에서도 지금의 많은 자유들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도 세계의 곳곳에서 이런 극이 환영받고 있다면 그것은 곧 지금의 인류가 누리는 자유가 충분하지는 못한 상태이며, 혹 그와 가깝다 할지라도 방심하면 잃어버릴 수 있기에 항상 자각해야 함을 말해주는 것 같다. 작가 프리드리히 폰 쉴러의 '자유'를 향한 목마름. 그리고 '자유'를 향한 노력은 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기에 수 세기가 지난 시대에서도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목숨까지 위협받으며 정의를 추구하는 작품을 쓴 작가들의 활동이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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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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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만에 다시 읽은 호밀밭의 파수꾼은 더 깊은 감동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생각으로 내 마음은 뒤숭숭해졌다. 역시 재독은 책을 이해하고 즐기는데 배 이상의 효과를 주는 것 같다.

처음 읽었을 땐 콜필드식의 말투와 생각이 참 부러웠었다. 어리지만 뚜렷한 자기 가치관이 있었고 그러기에 적응하지 못했던 그가 거쳐간 학교들..이 책에서는 콜필드가 유명학교인 펜시고등학교에서 5과목 중 4과목 낙제로 퇴학을 당하고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의 방황의 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다시 읽으면서 더 크게 와닿은 사건들이 있다. 콜필드가 거의 유일하게 존경하는 선생님이 잠자고 있는 그를 쓰다듬었던 것.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된 호밀밭의 파수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히 깨달았다. 전에는 읽었던 책은 타 출판사였는데 번역때문인지 파악을 못하고 (나 역시 알고자하는 생각을 깊이 안했었다.) 넘어갔었는데 낭떠러지로 이어질 수 있는 넓고 넓은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지키는 파수꾼. 파수꾼은 하루종일 아이들을 지킨다. 그리고 죽은 앨리에 관한 콜필드의 사랑도 새로 파악한 부분이다. 하지만 정말 맑은 웃음이 나오게하는 그의 어린 여동생 피비와의 대화와 생각들은 결국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음이 전부임을...그런 마음을 가진 그가 위선으로 가득한 세상과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다쳤을거라 생각하니 후반부에서는 펑펑 울고 싶어졌다.

여전히 같은 생각이 드는 것. 내가 학창시절에 읽지 못했다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나의 두 딸에게 이처럼 좋은 양서를 부지런히 읽게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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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을유세계문학전집 16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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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의 이야기는 역시 소설가답게 참 특이하다. 예전에 읽은 변신도 그랬지만 이번 [소송]에서도 왠지 나른한 기분이 느껴지는 스토리이다.

모순 투성인 세상의 요약판인 법정과 능력을 인정받은 은행 차장인 나는 1년 동안 싸운다. 어느 날 아침. '당신은 소송을 당했고, 체포 되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반 건달같은 사람들이 그의 방으로 쳐들어왔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체포'와는 거리가 있다. 자유로운 생활은 하면서 법원에 정기적으로 출두해야하고 소송에서 이겨야지 지금까지 일궈놓은 삶의 지위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죄목은 없다. 누구에 의해 소송을 당했는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모순이고 이 모순은 간결한 사형으로 끝을 맺는다.

그를 도울 것으로 예상되는 세 명의 여인과의 이야기는 나른한 기분이 드는데 한 몫을 했다. 약간의 긴장감이 돌기도 하고, 또 약간 에로틱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고, 기상천외한 인물들과 배경들이 프란츠 카프카만의 세계이다.

[변신]을 읽을 때에는 책 자체만 읽었지 작가는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을유문화사의 세계문학전집의 장점. 작가나 작품에 대해서 심도있는 해설이 있다는 것. 그래서 알게된 카프카의 문학 세계와 그의 평온하지 못했던 삶. 더욱이 세 여동생의 아우슈비츠에서의 죽음 등은 그의 작품에서는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지만 그가 더 오래 살아 작품을 썼더라면 분명 그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만나볼 수 있었을텐데..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그의 작품들은 뭔가와 투쟁하고 있고 패배한다. 왜 그럴까? 부조리하고 어둡고, 모순덩어리인 세상에 한 인간은 너무 나약한 존재인 것일까? 작은 인간들이 모여 이 세계가 있는 것인데 세상은 인간을 공격한다. 주인공처럼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빨려 들어간다. 그리곤 비참한 모습이 된다.

이런 책을 읽으면 세상은 살 맛나게 살 정도로는 아름답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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