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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와의 만남은 아이들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 그림책 서너권에서 만나본 톨스토이는 나에게 오스카 와일드처럼 잔잔한 감동과 가르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인생이란 무엇인가(동서문화사 3권 시리즈, 호화양장본)를 읽는 중 이 책을 만나 너무 기뻤고 결국엔 톨스토이라는 한 대작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적인 저작 가운데 하나인 [전쟁과 평화]에 나타난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보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석학중에 한 사람인 저자, 이사야 벌린의 새로운 접근법인 '고슴도치와 여우'의 2분법적인 인간 분류법으로 톨스토이를 비롯한 당대 사상가들을 살펴보고 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라는 고대 그리스 시인의 말을 바탕으로 일단 간단하게 몇몇의 사상가들을 분류한다. (그것이 조심스러운 일일지라도..) 그러면서 시작되는 톨스토이의 집요한 역사관과 그를 비판했던 당대 사상가들의 열전이 펼쳐진다. 내가 아는 톨스토이는 자상하고 쉬운 언어로 대중을 일깨우려는 교육자였다. 역시 그는 '생각, 지식, 시, 음악, 우정, 증오, 열정' 등으로 실제의 삶을 꾸려가는 개인적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사실, 그는 귀족인데다가 전기에는 화려한 생활을 누렸다. 그런 그가 어느 시점 이후엔 러시아 민중 계몽에 온 힘을 쓰고 그의 사후에 자신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기부하는 결정까지 내면에 요동치는 그의 철학관이 많이 궁금했었다. 비록 이 책에서는 주로 그의 치밀한 역사관을 다루었지만 전쟁과 평화,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톨스토이는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자신의 명철함에 그는 미치도록 분노했다.' 그와 같은 스승이 오늘 날에도 어떤 형태로든지(책을 통한) 존재한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