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외사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27
오경재 지음, 홍상훈 외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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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 전에 어느 작가의 강연회에 가서 그 작가가 중국문학과 일본문학에 대해서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중국문학의 거대한 뻥은 읽으면 기가 차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당연한 이치같이 느껴지기도 한다는 것인데 나도 중국소설을 읽을 때면 느끼고는 한다. 현대문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그런 듯하다.

이 책. 유림외사는 그런 뻥을 능수능란하게 행하는 온갖 인물 군상들의 열전이다. 옮긴이의 말대로 찬찬히 관람하면 허탈한 웃음도 나오고 와평에 언급된대로 지루할 틈이 없다. (나는 좀 지루했다..) 작품에 나오는 많은 청대의 지식인들은 사회의 '잉여인간'들이다. 어느 시대를 완벽한 시대라 할 수 있겠냐만은...여기에서도 뒤틀린 청대 지식인 사회 속에서 어리석고 쓸쓸하게 삶을 마감하곤한다. 55회에 걸쳐 등장하는 지식인은 과거 급제를 인생 최고의 진리로 신봉하는 이들과 가짜 명사. 그리고 이들은 유희를 통해 명성을 추구하며 타락한 사회에 기생하기도 한다. 55편의 열전은 이어지는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독립적이다.

제1회에는 유림외사를 아우르는 내용이 담겨있다.
'부귀공명. 이 네 글자는 이 글 전체의 착안점이기 때문에 시작하자마자 밝혀 놓았으되, .. 중략.. 이후로 펼쳐지는 온갖 변화들은 모두 이 네 글자로부터 변형되어 나타난 지옥의 형상들이니....'
이 문장으로 지은이 오경재가 어떤 것을 목적으로 혹은 심정으로 유림외사를 저작하였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당대 지식인으로서 오경재는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이 작품에서 토로했다. 하지만 풍자소설로서 긴 내용이나 그만큼은 지루하지 않고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설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중간 가족여행 중에 남원의 광한루에 들렀었다. 아~~ 온통 비릿한 냄새로 감싸는 수 백여 마리의 잉어들이 차지하고 있던 연목과 수목에 둘러싸인 광한루의 단단한 마루에서 하루에 반 나절씩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당장 바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풍류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즐길지도 모르는 소인배이지만...그런 사치스러운 독서시간에 대한 탐욕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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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와 여우 - 우리는 톨스토이를 무엇이라 부르는가
이사야 벌린 지음, 강주헌 옮김 / 애플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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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의 만남은 아이들의 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들 그림책 서너권에서 만나본 톨스토이는 나에게 오스카 와일드처럼 잔잔한 감동과 가르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후 인생이란 무엇인가(동서문화사 3권 시리즈, 호화양장본)를 읽는 중 이 책을 만나 너무 기뻤고 결국엔 톨스토이라는 한 대작가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그의 대표적인 저작 가운데 하나인 [전쟁과 평화]에 나타난 톨스토이의 역사관을 중심으로 톨스토이의 새로운 면모를 알아보고 있다. 20세기 최고의 석학중에 한 사람인 저자, 이사야 벌린의 새로운 접근법인 '고슴도치와 여우'의 2분법적인 인간 분류법으로 톨스토이를 비롯한 당대 사상가들을 살펴보고 있다. '여우는 많은 것을 알고 있지만 고슴도치는 하나의 큰 것을 알고 있다'라는 고대 그리스 시인의 말을 바탕으로 일단 간단하게 몇몇의 사상가들을 분류한다. (그것이 조심스러운 일일지라도..) 그러면서 시작되는 톨스토이의 집요한 역사관과 그를 비판했던 당대 사상가들의 열전이 펼쳐진다. 내가 아는 톨스토이는 자상하고 쉬운 언어로 대중을 일깨우려는 교육자였다. 역시 그는 '생각, 지식, 시, 음악, 우정, 증오, 열정' 등으로 실제의 삶을 꾸려가는 개인적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두었다. 사실, 그는 귀족인데다가 전기에는 화려한 생활을 누렸다. 그런 그가 어느 시점 이후엔 러시아 민중 계몽에 온 힘을 쓰고 그의 사후에 자신의 저작물의 저작권을 기부하는 결정까지 내면에 요동치는 그의 철학관이 많이 궁금했었다. 비록 이 책에서는 주로 그의 치밀한 역사관을 다루었지만 전쟁과 평화,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톨스토이는 고슴도치가 아니었다. 오히려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자신의 명철함에 그는 미치도록 분노했다.' 그와 같은 스승이 오늘 날에도 어떤 형태로든지(책을 통한) 존재한다는게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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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알 이야기 을유세계문학전집 26
크레티앵 드 트루아 지음, 최애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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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이 책의 모든 것이 낯설었다. 성배라 번역되는 그라알, 아더 왕에 관한 신화적 내용도 깊이가 없이 단편적으로 아는 수준이다.

이름도 없는 소년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갇힌 환경에서 자란 아이이다. 세상과 경계가 되는 숲 속에서 뭇 사람들이 가진 교양이나 상식이 약간 부족하게 외롭게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숲 속에서 무장한 기사들을 만나게 된다. 소년의 눈에는 그들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고, 그들은 아더 왕의 기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무릎쓰고 (어머니는 훗날 이것이 발단이 되어 죽는다.) 아더 왕의 기사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난다. 몇 번의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우연히 낯선 성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창과 찬란한 그라알의 행렬을 보는데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이유를 사람들에게 묻지 않는다. 이것은 그의 불행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였다. 이것이 첫 번째 이야기라면 두 번째는 고뱅 경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도 뛰어난 기사의 이야기이지만 두 이야기 모두 모험적인 기사들의 연이어지는 작은 전투(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큰 전투는 모두 아니다.), 그리고 각 지방의 아름답고 비밀스러운 성들. 그리고 여인들. 마지막으로 아더 왕. 그라알이 있다.

해설을 보면 다각도로 이 작품을 짚어보는 부분이 있다.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역자의 조언대로 이 작품을 더 쉽게 이해하는데는 작가 크레티앵 드 트루아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는 것이 빠를 듯하다.

'성배'를 축으로 어쩌면 한 편의 무협영화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다. 아는 것이 부족해서 작품을 온전히 느낄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장르의 소설과 한 시대 이상 (반 세기)을 아더 왕과 그라알의 이야기를 탄생시킨 소중한 작품을 읽게되어 좋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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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면역력 높이는 103가지 레시피 -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음식
이양지 지음 / 소풍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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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건강식과 일상 반찬 레시피로 훌륭한 책이네요.

어린 두 아이들을 키우며 지난 겨울의 기억은 집 근처 소아과와 병원을 전전한 기억이 전부이다. 유난히 병치레가 잦은 둘째를 키우며 마음 졸이는 시간들...



내가 집에서 해줄 수 있는 건, 건강을 챙겨주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아이들 먹을거리이다. 모든 엄마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아이들의 면역력.

이 책에서는 5가지 챕터로 나누어 일상식에서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식재료와 음식의 궁합. 그리고 조리법이 다양하게 나와있다. 그래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 사례부터 잔잔하게 나온다. 그 뒷부분 오일에 관한 설명은 후원을 받은 티가 너무 팍팍나서 거부감이 좀 들었지만.. 뭐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패쓰.

특히 뒷 부분의 소스와 음료 부분을 따로 지면을 내어 레시피를 제공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검은콩 푸딩. 아이들을 위한 간식으로 꼭 만들어보고, 평소에 수삼을 자주 구입하니까 수삼 비빔장도 꼭 만들어 봐야겠다.

가장 먼저 만들어 본 것은 '감기 바이러스에 강한 체질로 만드는 면역력 레시피'에 있는 '영계 녹차 보리백숙'이다.

두 딸래미들 기관지염이 슬슬 낫고 있어 푹 삶은 백숙을 먹이려고 만들었다.



기존의 백숙과 가장 큰 차이점은 녹차를 넣어 삶은 것과 속을 보리로 채운 점이다.

난 압맥을 넣었다.

이건 나또를 구입해 볶음밥 대신 열에 약한 나또의 좋은 성분을 고려해 멸치+김가루+간장+참기름을 넣어 미니 주먹밥으로 만든 아이들 메뉴.

하지만 좀 크게 만들어 김치와 내면 바쁜 남편의 아침 식사로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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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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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랑하지 않음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지 이별의 이유는 결국 사랑을 지속할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이고, 그건 이별을 고한 사람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수 만번을 사랑한다 말해도 한 마디 이별을 고하는 말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림을 알았다. 아마 내가 사랑을 믿지 않은 건 그 때부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제롬을 숨막히게 하는 사촌누이 알리사. 제롬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이유로 동생인  쥘리에트도 제롬을 사랑하기에 동생을 위하여, 또 제롬보다 나이가 많아서, 또  우리 둘 각자가 상대방을 잊고 하나님께 기도할 때가 서로 더 진정으로 가깝다고(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롬보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알리사다운 생각이 아니고 나머지 두 가지는...모르겠다.  난 결국 모든 게, 결국 제롬과의 사랑을 이루지 않은 것은 그 만큼 제롬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고 제롬도 그걸 헤치울만큼 능력이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알리사는 그녀의 방식대로 제롬을 충분히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였고, 그녀도 그것이 마음의 짐이 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사랑이 '결혼'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현실적인 입장에서이다. 하지만 그것을 잠시 접어두고 이 [좁은 문]을 읽었다. 즉, 앞의 제롬과 알리사의 신랄한 사랑의 관계에 관한 글은 모두 키보드 밑으로 묻어버려야한다. 알리사가 끝까지 제롬과 결혼을 하지 않으면서도 제롬 곁에서 있고 싶었던 마음이 애잔하다. 하나님을 둘러 싼 확고한 믿음과 그 안에서 탄생한 알리사만의 행복. 무엇이 그토록 알리사에게 제롬을 향한 사랑을 희생시키게 했는지, 그녀의 마음을 따라갈 수는 없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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