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전원 교향곡 -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을유세계문학전집 24
앙드레 지드 지음, 이동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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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사랑하지 않음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이유로든지 이별의 이유는 결국 사랑을 지속할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이고, 그건 이별을 고한 사람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시에 수 만번을 사랑한다 말해도 한 마디 이별을 고하는 말에는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림을 알았다. 아마 내가 사랑을 믿지 않은 건 그 때부터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제롬을 숨막히게 하는 사촌누이 알리사. 제롬과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이유로 동생인  쥘리에트도 제롬을 사랑하기에 동생을 위하여, 또 제롬보다 나이가 많아서, 또  우리 둘 각자가 상대방을 잊고 하나님께 기도할 때가 서로 더 진정으로 가깝다고(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제롬보다 나이가 많아서라는 이유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알리사다운 생각이 아니고 나머지 두 가지는...모르겠다.  난 결국 모든 게, 결국 제롬과의 사랑을 이루지 않은 것은 그 만큼 제롬을 사랑하지 않은 것이고 제롬도 그걸 헤치울만큼 능력이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알리사는 그녀의 방식대로 제롬을 충분히 사랑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상대방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였고, 그녀도 그것이 마음의 짐이 된 채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은 사랑이 '결혼'으로 결실을 맺는다는 현실적인 입장에서이다. 하지만 그것을 잠시 접어두고 이 [좁은 문]을 읽었다. 즉, 앞의 제롬과 알리사의 신랄한 사랑의 관계에 관한 글은 모두 키보드 밑으로 묻어버려야한다. 알리사가 끝까지 제롬과 결혼을 하지 않으면서도 제롬 곁에서 있고 싶었던 마음이 애잔하다. 하나님을 둘러 싼 확고한 믿음과 그 안에서 탄생한 알리사만의 행복. 무엇이 그토록 알리사에게 제롬을 향한 사랑을 희생시키게 했는지, 그녀의 마음을 따라갈 수는 없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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