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기 노리코의 한글로의 여행
이바라기 노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뜨인돌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저자 이바라기 노리코씨는 고인이 되었지만 책 속의 그녀는 왠지 소녀같이 느껴진다. 그런 그녀의 시선이 향한 조선의 한글.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읽자니 역시 나도 부끄러워진다.

이 책은 그녀가 아사히신문에 기고했던 칼럼들을 모아서 엮은 것이다.
그녀가 한글을 배우게 된 동기는 여러 가지이다. 약 30~40년 전만해도 일본에서 한글을 배우는 이는 매우 드물었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기관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절 일본에선 대한민국, 남한, 한국을 제치고 '조선'이란 국명이 많이 쓰였다고 한다. 시대상을 반영한 신문의 칼럼들이라 그런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어렸을 적 김소운 씨의 '조선민요선'에 반해버린 노리코씨. (나는 김소운씨를 모른다.)
그녀는 한글에만 푹 빠진 게 아니라 한국이란 나라의 모든 것에 반한 일본인이다. 음식부터 시작해 불상, 도자기,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사랑할 것 같은 그녀의 이야기의 핵심은 한국을 여행할 때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에선 그것도 전부는 아니다. 한글을 소개하는 칼럼답게 일본어와 한글을 여러 각도로 살펴보는 부분도 많이 있다. 일본어는 명사의 천국, 한국어는 의성어와 의태어의 천국. 한글의 유난한 존칭어들. 그 속에서 빠뜨리지 않는 한글의 독특한 매력들을 그녀의 꼼꼼한 시선으로 살펴본다. 또 일본인이기에 외국인의 입장에서 본 한글의 오묘함을 지적한 것도 재미있었는데 '네'와 '예'의 차이와 그 구별은 나도 아하~하게 만들었다. 한국의 여행길에서 겪은 갖가지 에피소드들도 풋풋했고 늦깍이 한글에 대한 그녀의 눈부신 열정이 지금 나의 나태한 삶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아.. 그녀는 시인이였다.
그래서 이 글들이 그토록 섬세하였고 작가는 소녀였구나.
아마도 노리코씨는 한글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이 이토록 섬세하고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좋은 기회가 생겨 (노력하면 생기겠지만...) 외국어를 배우는데 강력한 멘토가 있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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